[박중돈의 '사건으로 본 이민생활 24시'] <32> 가족들도 버린 정신장애 범죄 한인
형무소 수감, 정신병원행 방치
한인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한인들 가운데도 꽤 있다는 것이다.
몇 해 전의 일이다. 50대 한인 주부가 이웃과 말다툼을 하다가 쇠꼬챙이로 위협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적이 있었다. 지문조회 결과 이 여인은 같은 혐의로 플로리다주에서도 입건된 적이 있었지만 재판에 나가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로 법원에서는 500달러의 보석금을 책정했으나 여인은 돈을 낼 형편도 안 됐고, 남편이나 다른 이웃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했다. 검찰은 여인의 사정을 감안해 소추를 포기하고 기소유예로 풀어주었다. 그런데 이 여인이 이듬해 또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이번에는 이 여인을 담당한 변호사가 정신감정을 의뢰했고, 검사 결과 여인은 심각한 정신장애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남편과 아들은 여인이 형무소에 갇혀 있는 상황을 오히려 안도하고 있었고, 병을 치료하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었다.
중절도로 잡혀 온 20대 후반의 한 여인도 정신질환 환자였다. 중범으로 기소되기 직전, 이 여성의 변호사가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검사 결과 병원 측은 이 여인이 정상적으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여인 역시 형무소와 병원에서 지내는 8개월동안 가족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이 여성은 정신장애 상황이 감안돼 풀려났으나, 이듬해 다른 혐의로 또 체포돼 법원에 서게 됐다. 변호사는 이 여인이 예전에 정신장애 판정으로 풀려난 일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결국 이 여인은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고 말았다.
이 두 여인은 가족들에게서조차 내버려진 상태였다. 가족들의 버림과 무관심 때문에 두 여인은 형사 사건에 연루됐고,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움 속에서 형무소와 정신병원을 오가는 안타까운 사연이 돼 버렸다. 가족 한 사람의 정신 질환은 가족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는 의식이 한인사회에 뿌리내리길 기원해 본다.
퀸즈형사법원 한국어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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