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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를 만나다

추운 겨울, 발이 아파도…아무리 멀어도…
어린이에게 꿈 실어주고파 오늘도 달린다

그에게는 오직 성실함이 무기이다. 세계적인 인기는 산타클로스에 버금간다.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오직 달려야 한다. 그래도 선물을 전한다는 기쁨에 충만하다. 그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주 앉았을 때 머쓱해 하면서도 밝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환하게 웃는다. 유난히도 빨간 코가 빛나는 루돌프를 만났다.

-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한 단어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가) 음… '친구'다. 언제나 따뜻하고 특히 마음이 힘들 때 가장 큰 힘이 된다. 산타클로스는 나의 오랜 친구다. 이젠 눈빛만 봐도 척하면 척이다. 추운 겨울에 발이 아파도 아무리 먼 길이라도 산타의 호탕한 웃음 소리를 들으면 신나게 달린다. 그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그런 친구를 만난 것이 항상 감사하다."

-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원래 내 고향은 북유럽이다. 워낙 멋지게 생기고 힘차게 잘 달렸기 때문에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 만났던 8마리의 친구들이 있었다. 낭만적인 큐피트 우아한 빅센 재주꾼인 댄서 제일 빠른 프랜서 성격이 불같던 블리즌 여성스러운 대셔 그리고 내 여자친구였던 클라리스가 절친 멤버였다. 산타클로스를 만난 것은 아마도 1822년 쯤인 것 같다. 미국에서 만났다. 그 때 난 코에 피부질환을 앓고 있어서 늘 빨갛게 부어 있었다. 놀림도 많이 당했다. 그런데도 산타는 나를 선택했고 신이 난 나는 다른 친구들을 스카우트하도록 적극 추천했다. "

- 어떻게 산타의 신임을 얻게 됐나.

"'로버트 메이'란 광고 카피라이터 덕분이다. 1939년에 미국 백화점 광고부에서 근무하던 그가 내 이야기를 동화로 만들어 주었다. 빨간 코 때문에 왕따를 당할 때는 참 우울했는데 어두운 눈길을 빛나는 코로 밝혀달라는 산타의 부탁을 받고 자랑스런 길잡이가 되었다. 산타는 내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어준 은인이다. 내 인생역전의 이야기를 듣고 로버트의 어린 딸도 큰 용기를 얻었다고 하더라. 그 아이의 엄마가 깊은 병중에 있었다. 물론 그 아이에게도 예쁜 인형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다."

- 지금까지 배달한 선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프리카의 살레미라는 어린 엄마에게 준 선물이다. 살레미는 에이즈 환자인데 아기를 낳았다. 아기도 에이즈에 걸릴까 봐 눈물로 지새는 그를 보고 치료약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다. 산타는 이런 선물을 자루에 넣을 때마다 큰 한숨을 쉰다. 아직도 전시 중인 나라엔 치료약들이 많이 필요하지만 내가 1년에 한 번 전하는 거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온정의 손길이 꼭 필요하다. 진정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것이 크리스마스 아닌가.

- 먼 곳까지 썰매를 끌면 너무 힘들지 않나.

"물론 힘들다. 발이 부르터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일 때도 있다. 하지만 초롱초롱 눈망울로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자랑스런 마음으로 달려간다. 내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도 순진함이 사라져 가는 요즘이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에게 소망이 되는 꿈을 심어주고 싶다. "

- '루돌프 사슴코'란 캐롤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어깨를 으쓱하며) 크리스마스의 베스트 송이라고 들었다. 예전에 조니 마크스란 가수가 불러서 800만장이나 음반이 팔려나갔다는 소식도 들었다. 외톨이였던 내가 산타클로스에게 썰매 리더로 스카우트된 것은 대박 아닌가. 성형 열풍이 불고 있는 이 때에 난 당당히 말하고 싶다. 자신의 신성한 존재감에 루저란 이름을 붙이지 마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계발하고 끈기있게 노력하면 반드시 기회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빨간 코 때문에 열등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면 산타도 나를 보지 못했을 거다. 나름 보이지 않는 데서 혼자 열심히 달리는 연습을 했다."

- 얼마 전에 인근 쇼핑몰에서 당신을 보았다.

"LA 근처에 워낙 선물 배달할 곳이 많아 대형 쇼핑몰에서 썰매가 출발했다. 대형 트리를 가로지르며 하늘을 나는 내 모습을 봤나."

-그 몰에 또다른 산타가 나타났다. 돈을 받고 아이들과 사진을 찍던데.

"(코를 찡긋하며) 나도 봤다. 그 산타는 우리 소속은 아니다. 조직이 커지다 보면 그런 뜨내기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골치다. 상업주의가 지나치다 보니까 쇼핑몰과 타협해서 그런 일을 하는데 난 좋지 않다고 본다. 예전엔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려고 무료로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요즘은 참 야박하다. 사진에 따라 20달러 60달러까지 받더라. 거기에 무슨 꿈이 있겠는가. 당신은 꿈이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나."

- 요즘 사람들이 선물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는가.

"얼마 전에 아이들이 보내 온 편지들을 읽었다. 가장 갖고 싶은 선물이 '스마트폰'과 '게임기'라고 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장난감도 이젠 전자기기다. 순수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주 아쉽다. 어른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현금'이라고 한다. '마음의 선물'은 꼴찌다. 더 놀라운 건 '주고도 욕먹는 크리스마스 선물' 1위가 바로 꽃다발(36.5%)이라고 한다. 이젠 우리 선물 자루에 꽃은 넣을 수 없을 것 같다. 갈수록 선물 목록을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요즘같아선 우리가 하는 일에 위기감을 느끼기도 한다. 진정한 선물의 의미가 사라진다면 우리도 할 일이 없어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회의 때마다 '나눔''의 마음을 어떻게 잘 전할 수 있나를 고심 중이다."

-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두워진 얼굴로)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코네티컷 주에서 일어난 총기 참사는 정말 뭐라 말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그 마을에도 전해줄 선물이 많았다. 주인 잃은 선물들을 안고 우리도 눈물을 흘렸다. 화장실로 급하게 아이들을 피신시킨 한 교사의 이야기는 정말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에게 계속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이제 곧 크리스마스라고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끔찍한 상황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기억하며 마음에 소망의 믿음을 품었을 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리다. 내가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들의 생명과 인권은 그 무엇보다도 보호받아야 한다. 사건의 범인도 결국 마음이 불행한 아이였었다. 그런 아이들이 불량 어른이 되지 않도록 가장 먼저 따뜻한 선물을 전해주고 싶다."

-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는.

"크리스마스는 '사랑'이다. 서로 모여 밥 한 끼 나누는 것도 따스한 사랑이다. 비록 나는 눈에 보이는 선물을 전해 주지만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귀한 선물이다. 지금이라도 내 이웃이 홀로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다면 내 식탁에 초대하라. 대화 없는 자녀의 방문도 열어보라. 그리고 함께 하라. 그러면 당신도 산타클로스의 친구다. 그것이 크리스마스다.

'Merry Christmas!'"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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