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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눈에 밟히는 차드 아이들…우물로 눈물 거둬줘야

구혜영/사회부 기자

1박2일 동안 계속된 차드 북부 마싸코리 출마리 우물 공사 현장.

마을 주민들은 감사의 마음으로 염소를 잡았다. 자신의 아들과 손자들이 구정물에 목을 축일 때 어디에서 구해왔는지 차가운 생수병을 건네줬다. 사하라 사막 오지에서 생수 한 병의 값어치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차갑게 식은 염소고기는 까만 색. 자세히 보니 파리가 팥 시루떡 위 콩고물처럼 쌓여있다. 멀리 선 아이들이 군침을 흘리며 바라만 보고 있다.

맛있게 먹고 싶었지만 도무지 손이 가질 않았다. 깨작깨작 모래를 씹듯 빵을 떼어먹었다. 차드에선 깔끔한 척을 하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까지 했건만 소용이 없었다. 어떻게 구한 음식인지 아는데도 움직이지 않는 두 손이 원망스러웠다.

"이거 필요할 것 같아서요. 쓰세요." 비누와 거품의 차이도 모르는 이곳 주민들은 혹시나 손을 씻지 못해 먹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웃으며 샴푸를 건네줬다. 울컥했다. 세상에 태어나 이보다 더 황송한 대접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차드에서 돌아온 지 약 2주가 지났다. 11월 초 갑작스레 결정된 차드행으로 고민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꼬박 그곳을 생각하고 있다. 생각하려 애쓰지 않아도 순간순간 떠오른다. 키보드를 누를 때마다 맞잡았던 손을 머리를 빗을 때마다 긴 머리를 부러워하며 만지작거리던 그 손길을 기억한다.

특히 밥을 남길 때엔 밥알 개수만큼 아이들의 얼굴이 생각난다. 두고두고 눈에 밟힐 거라던 모두의 말이 사실이었다.

차드에서의 1주일은 '미치겠다'로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마다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열악했다. 이미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며 차드행을 결정했던 터라 놀라움은 더했다. 하루종일 비포장 황무지를 달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사하라 사막 인근 마싸코리에서 가축의 분뇨로 갯벌처럼 된 도랑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아이들 밧줄 하나에 의지해 온몸으로 우물을 파는 장면 등을 봤을 땐 종이쪼가리에 살아있는 이야기랍시고 끼적이는 위선이 미치도록 싫었다. 값싼 동정심과 교만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안도감까지 뒤죽박죽 섞여 어지러웠다.

소망우물은 이런 어지러운 곳에 소망을 심고 있었다. 현재 차드에 세워진 우물은 총 131개. 물을 마시며 으레 죽는 걸 각오했던 이들이 학교에 가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게 됐다. 물 한 방울 없는 사막 한 가운데서 꿈을 논하게 됐다. 이 모든 게 한인들의 사랑 없인 이뤄질 수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우물은 아직도 모자라고 그들은 여전히 목마르다. 취재수첩에 적어놓은 수십 개의 '미치겠다'를 볼 때마다 차드의 눈물이 잊힐까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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