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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인 '온가족 김장담그기'

최근 주말을 이용해 2박 3일에 걸쳐 김장을 끝냈다. 김치를 담는데 배추 약 250포기와 크고 작은 무 150개 가량이 들어갔다.

김장은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일가친척들이 우리 집에 모여 함께 했다. 초등학생 둘 중학생 하나 등 아이들 셋을 포함해 모두 21명이 동원됐다. 서울 안산 춘천 군산 청주 세종 등 각자의 거처에서 차를 몰고 와 김장에 힘을 보탰으니 가히 '전국적' 가족 행사라 할만 했다.

전국의 일가친척이 모여 김장을 한 건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공동 김장은 당시 내가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제안해 이뤄졌다. 친척들끼리 갈수록 왕래가 뜸해지는 세태에서 김장을 빌미 삼아서라도 가족간의 연대를 다졌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었다.

다행이 동생들 손아래 매제들 조카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더구나 다른 식구들이 도착하기 전날 이모와 내가 절임을 끝내놓은 상태여서 이번 김장은 그다지 힘들 것도 없었다.

올해는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나름대로 본격적인 김장에 앞서 이런저런 준비작업을 마쳐 놓았다. 지난해 김장은 배추를 절일 때나 씻을 때 모두 쪼그리고 앉아서 했다. 당시 절임 작업과 세척 작업은 남자들이 주로 맡았는데 다들 허리며 무릎이 아프다고 아우성이었다. 서너 시간씩 쪼그려 앉아서 작업해야 했으니 모두 고충을 토로할 만도 했다.

올해는 서서 김장을 할 수 있도록 2개의 길다란 작업대를 만들어 놨다. 절임부터 세척 김치 속 넣고 버무리기까지 모두 서서 허리를 펴고 했음은 물론이다. 옆에서 지켜 보니 지난해와는 달리 눈에 띄게 힘들어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10여명이 달라붙어 벌건 김치 속을 집어 넣는 광경은 그 자체로 볼만했다. 내년에 100세가 되는 할머니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이를 지켜봤다. 식구 중 누군가가 "재미있어요?"하고 물으니 할머니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볼만하다"고 대답했다.

지난해에는 김장을 끝내고도 저장 공간이 부족해 허둥댔다. 하지만 올해 김장은 저장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지난 달 초에 땅을 파고 김치 독을 넉넉하게 묻어두었기 때문이었다. 중간 정도 크기의 항아리 8개와 맞먹는 분량의 지하 저장 공간이 확보된 덕에 김치 냉장고는 아예 쓸 필요조차도 없었다.

일손이 넉넉하다 보니 김장도 해가 떨어지기 전에 훨씬 전에 끝났다. 내가 사는 동곡리는 남쪽으로만 시야가 트여있고 나머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해가 적어도 30분쯤 늦게 뜨고 일찍 진다. 또 하늘이 도왔는지 올해는 지난해 김장 때와 달리 바람이 거의 없어 일하기에도 좋았다.

20여 명이 함께 하는 저녁 식사 자리는 김장이 순조롭게 끝났기 때문에 유달리 풍요로웠다. 그러나 딱 한 사람 그러니까 어머니는 상당히 지쳐 보였다. 항암 투병중인 어머니는 맏며느리로서 책임감이 유달리 강한 편이어서 신체적 부담에 더해 정신적으로도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김장의 주역을 맡은 막내 이모나 나 그리고 동생과 매제들도 모두 50세 이쪽 저쪽으로 어머니에게 책임을 미루거나 김장 작업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모두가 한사코 말려도 어머니는 책임자를 자처하며 동분서주했다.

아이 엄마는 김장이 끝나고 식구들이 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뒤 보다 적극적으로 내게 어머니의 건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아이 엄마와 나는 고심 끝에 내년에는 지난해나 올해와 같은 형식의 김장을 중단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대신 절임 배추나 무를 전국 각지의 일가친척들에게 보내는 걸로 김장 행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시골 마당에 모여 따스한 햇살을 받아가며 함께 했던 김장이 초겨울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일가친척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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