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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의 '사건으로 본 이민생활 24시'] <20>표독한 외국인 며느리

말 안통해 폭행 가해자로 바뀐 억울함

올해 마흔한 살인 정씨는 10대인 아들과 역시 10대인 그의 아들과 동거하는 여자친구인 히스패닉 여인, 그리고 이제 한 살이 가까워오는 그들 사이에서 난 손자와 모두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손자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해 늘 주의를 기울이고 지켜보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날은 며느리가 새로 사 온 신발을 신겨놓아서 걸음마 연습이 더욱 위태로워 보였다. 정씨가 보기에는 아이가 신발을 신었기 때문에 걸음이 더 어렵고 또 아이가 혹시 넘어져 다칠세라 아이의 신발을 벗겨버렸다. 아이 어미인 히스패닉 여자는 제 딴에는 아이를 예쁘게 하느라고 신발을 신긴 것이고, 또 신발을 신은 채로 걸음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여 신발을 신겨놓은 것이다. 할아버지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마음대로 신발을 벗겨버렸다고 무척 화를 내면서 신발을 다시 신겨놓았다.

영어도 스패니시도 알아듣지 못하는 정씨는 그 여인이 무슨 일로 잔소리를 늘어놓는지 알지 못하고 아이가 신발을 벗고 걷는 것이 훨씬 잘 걷는다는 것만 생각하고 다시 신발을 벗겨놓았다. 시간이 조금 지난 다음 아이의 신발이 다시 벗겨진 것을 본 여인은 이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덤벼들었다.

손찌검을 할 것 같이 너무 악을 쓰고 덤비는지라 놀란 정씨는 여인을 달랠 생각으로 길길이 뛰는 여인의 팔을 잡고 앉히려고 했다. 그러자 이 여인은 더 큰 악을 쓰면서 긴 손톱으로 정씨의 목덜미와 얼굴을 마구 할퀴면서 계속 악을 쓰는 것이었다. 젊은 여인이 얼마나 악을 쓰고 야단을 쳤는지 이웃들이 모여들었고 큰 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안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하게 되었다.



금방 경찰이 달려왔다. 여인이 경찰에게 사건경위를 설명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앞서 보다 악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간단히 설명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설명을 다 듣고 난 경찰이 정씨에게 동행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정씨는 경찰이 요구하는 대로 경찰서까지 연행되었고 알지도 못하는 혐의로 구속되었다. 도무지 왜 자신이 구속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중앙구치소에서 밤을 새우고 이튿날 아침에야 법원으로 보내졌다. 이때 처음으로 통역을 동반한 변호사와의 접견을 통하여 정씨는 비로소 어떤 혐의로 구속되었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여인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을 했고, 또 아기에게 위험스러운 행동을 하여 아동학대 및 위해 행위를 저질러 입건되었다는 것이다.

정씨는 당연히 재판정에서 자신의 폭행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할 수밖에 없었다.

법원이 며느리인 그 여인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으니 재판이 끝날 때까지 정씨는 집에 들어갈 수가 없게 되었다. 단지 정씨가 기대하는 것은 설사 그 여인이 순간적인 감정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더라도 아들의 얼굴을 보아서라도 사건을 취하해주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었다. 미국의 형사사건 절차가 고발인이 고발을 취하한다 해서 사건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씨는 몰랐고, 오히려 그 여인은 접근금지 명령 때문에 꼴 보기 싫은 시아버지를 안보게 되어서 여간 신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경찰에 가서 취하할 수도 없지만 또 그렇게 할 리도 만무했다.


퀸즈형사법원 한국어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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