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돈의 '사건으로 본 이민생활 24시'] <18>내 집 앞에 세운 남의 차
비싼 대가 치르고 안 주차상식
한국에서 남편이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어 중산층에 속하는 생활을 해 온 유씨는 몇 해 전부터 미국과 한국을 거의 반반 정도로 살고 있다. 유씨가 살고 있는 집의 길 건너에는 한 유태인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식구가 여럿이라 무려 5대나 되는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 유씨는 그들이 갖고 있는 차가 많아 늘 이웃의 주차자리까지 모두 차지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
유씨는 자신의 집 앞에는 한국식으로 본인 차 외에 다른 사람은 주차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앞집 남자가 하필 유씨의 집 앞에다가 차를 세워두는 바람에 부아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자신의 집 앞에 주차하지 말라고 분명히 일러두었는데도 주차한 이 남자에게 본때를 보여야 되겠다고 생각한 유씨는 집에서 쇠붙이 조각을 들고 나와 주차해 놓은 남의 차를 길게 몇 번 그어버렸다.
며칠이 지난 다음 경찰이 찾아왔다. 재산손괴혐의의 형사법으로 체포한다는 것이었다. 재산 피해액이 250달러가 넘으므로 중범죄(Felony)로 입건됐다. 자신의 집 앞은 본인만이 주차할 수 있다고 믿어 온 한국식 생각에 수갑을 차는 신세가 된 것이다.
재판에 회부된 유씨는 미국생활의 초년생인 것이 참작돼 손상을 입힌 자동차의 수리비 400달러를 변상하는 조건으로 행정규칙위반(Violation)급에 해당되는 풍기문란죄를 적용받고 재판은 끝이 났다. 유씨는 이에 따라 변상금 400달러를 지불하고, 그 증명을 가지고 법원에 출두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며칠 후 편지는 수취거절을 이유로 되돌아왔다. 앞집 남자가 수표를 받지 않겠다고 거절한 것이었다.
이 남자는 자동차의 손상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니 뭐니 해서 자그마치 10만 달러를 변상하라는 소송을 제기 한 것이다.
아무런 진전도 없이 재판은 수없이 연기됐다. 몇 번 법원에 출석했지만 번번이 무슨 이유로 연기되곤 했는데 도무지 무슨 절차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시 몇 달이 지나고 난 다음에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상대방이 소송을 취하할 용의가 있으니 상대방에게 위로금조 5000달러와 그들의 변호사 선임에 따른 비용 3000달러, 합해서 8000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한다면 소송을 그만두겠다는 제의가 들어왔다고 했다. 유씨는 기가 막혔다.
결국 남편의 성화 때문에 자신이 억울하지만 양보하게 됐다고 한탄하면서 모든 요구 조건을 들어주고 사건을 끝냈다. 돌이켜보니 이 일로 무려 일 년 동안이나 시달렸으며 금전적으로 2만 달러나 되는 돈이 달아났다.
뉴욕시내에서 최우수 학군에 속한다는 이유 때문에 이 동네 집을 산 것이지만 이 사건 이후로 이제는 이 동네라면 정나미가 떨어졌다.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집 앞이라도 내 주차장이 아니라는 교훈을 배우는데 무려 2만 달러가 들어간 셈이다.
퀸즈형사법원 한국어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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