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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의 '사건으로 본 이민생활 24시'] <17> 주류면허 위반한 포장마차 주인

법원 선처 거부했다가 돈ㆍ시간 날려

플러싱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어는 날 소주를 팔다 단속 경찰에 적발됐다. 사업체는 합법이었지만 리커라이선스 없이 소주를 팔았다는 이유로 법원 소환 티켓을 발부 받은 것이다.

당시엔 소주에 대한 법적 구분이 불분명해 하드 리커라이선스 없이 소주를 팔다가 발각되면 주류통제법 위반으로 적발되곤 했다. 이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으면 당장의 벌금은 말할 것도 없고 이후 주류 라이선스 발급 자격이 박탈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류 판매업을 하는 업주들에겐 이러한 적발이 사업체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법원도 관련 규정이 너무 가혹하다고 여겨 특별히 심한 위반이 아니면 주류법 위반을 일반 풍기문란에 해당하는 규칙위반 정도의 협의로 낮춰 약간의 벌금형을 주는 것으로 선처해주는 것이 관례였다.

법원 출두일에 변호사와 법정에 출석한 최씨는 판사로부터 역시 이 같은 낮은 처분을 제의 받았다. 이를 받아들이고 재판을 끝냈더라면 기껏해야 벌금 100달러 정도에 해결 되었을 것이고, 주류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주류 면허 신청을 하더라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제의를 즉각 거절하고 공판에 들어가기를 주장해 재판 날짜는 연기됐다.

다시 법정에 나온 날, 이러한 사건은 원래 피의자와 판사가 사건을 심리하고 끝내는 경미한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정식공판을 신청했기 때문에 담당 검사가 지정됐고, 검사는 사건조사가 필요하다며 다시 연기 요청을 하게 됐다. 이런 저런 사유로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담당 판사도 이 후한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변호사를 이해할 수 없어 판사석 앞으로 불러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최씨의 변호사는 풍기문란 정도의 규칙위반이라도 앞으로 주류 라이선스를 받는데 지장이 있기에 피의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주장했고, 판사도 어쩔 수 없이 공판날짜를 또 연기했다.

다음 심리에서 판사는 규칙위반 혐의도 없애버리고 6개월 기한부 기각조건인 ACD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변호사는 놀랍게도 이 제의조차 거절하는 것이었다.

난 최씨의 변호사에게 이 사건이 ACD로 끝나면 그야말로 무죄나 마찬가지이고, 주류 라이선스 신청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텐데 왜 받아들이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변호사의 답변은 당사자인 최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담당 검사 역시 이런 사소한 일로 수사를 할 형편이 아니어서 결국 기각시키고 말았다. 고집스레 오랜 싸움을 한 끝에 이기기는 한 셈이다.

그렇지만 최씨가 한 가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었다. 주류법 위반혐의로 일단 티켓을 받게 되면 법원에서 어떤 결정을 받았건 상관없이 모두 주류국의 청문회에 불려가게 돼 있다. 그러나 원래의 주류법 위반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 아닌 이상 그것으로 모든 것은 끝나기 마련이다. 최씨는 청문회에 나가는 것을 주류국의 제재로 오인하고 있었고, 그의 변호사는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최씨의 말만 따른 것이다. 1년을 끌었으니 변호사 수임료가 얼마나 될까. 아마 최씨의 허리가 휠 정도일 것이다. 재판을 이기기는 했지만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었더라면 그 많은 돈을 변호사 수임료로 날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퀸즈형사법원 한국어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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