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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의 '사건으로 본 이민생활 24시'] <14> 위험한 공판

잡화상을 운영하는 30대 청년 윤모씨는 소상인들을 상대로 돈놀이를 하는 60대의 한인 여인과 계를 같이하게 됐다. 꽤 오랫동안 돈 거래를 해 온 사이여서 자주 만나는 처지였다.

하루는 빌린 돈 문제로 약간의 말다툼이 일어났다. 이날따라 이 아주머니는 아주 거칠게 윤씨를 밀어붙이며 대들었다. 나이 든 여인이라 같이 힘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기에 이러 저리 피하고만 있었는데 흥분한 여인이 너무 심하게 덤비다가 제 힘에 못이겨 땅바닥에 넘어졌다. 도대체 말로 타협이 될 것 같지 않아 윤씨는 자리를 피해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 여인은 바로 경찰서로 달려가 윤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했다. 경찰이 땅에 넘어지면서 생긴 멍자국이며 몇 군데의 긁힌 자국의 사진도 찍었다. 그래서 윤씨는 경찰에 입건되고 말았다. 윤씨는 변호사인 친구에게 이 같은 사실을 호소하며 변호를 의뢰했다. 또 다른 친구를 통해 이 여인이 사실 다른 일로 넘어진 일이 있어 다리에 멍이 들었다는 말도 들었다.

대부분 이런 정도의 사건은 전과가 없는 사람이면 형사범죄가 아닌 괴롭힘(Harassment) 정도로 처리된다. 검찰은 윤씨에게도 같은 제시를 했다. 이를 받아들였으면 그것으로 사건이 끝나 일 년 내에 다시 사건에 연루되지 않으면 처벌은 없는 조건이었다. 그렇지만 윤씨는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고, 또 그 멍든 자국에 관한 다른 친구의 증언이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할 것이라 믿었다. 변호사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검찰의 제시를 거절하고 정식공판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형사소송 사건에서 검사가 협상조건으로 내놓은 제안(구형)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배심원 재판으로 또는 판사 단독재판 공판(trial)에 붙여 유ㆍ무죄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제법 위험부담이 따른다. 왜냐하면 공판에 붙여지면 검찰 측은 혐의사항 중에 가장 죄질이 높은 혐의를 가지고 공판에 임하게 되고 또 결과가 유죄로 판결될 때는 당초 검사 측에서 제안했던 구형보다 훨씬 더 무거운 죄목과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시한 사건이라도 형량협상(Plea Bargaining)에 합의하지 못하고 공판까지 가는 경우에는 역시 위험이 따른다. 검찰은 이제 위반급의 괴롭힘 혐의로 재판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혐의인 폭행혐의로 재판을 하게 된다. 그러니 만약 유죄로 판결되는 경우에는 형사범죄인 폭행혐의에 의거해서 선고를 받게 된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윤씨는 친구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공판을 계속했다. 피해자인 여인이 법원에 나와 증언했고 늙은이가 젊은 청년에게 모욕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하면서 서럽게 통곡하며 울기까지 했다.

한편 여인이 다른 곳에서 상처를 입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친구의 증언은 변호사의 서툰 질문 때문에 번번이 검찰의 이의제기에 걸려 증언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으며 윤씨가 생각했던 유리한 증언은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친구의 증언은 자신이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한 한인 택시운전사가 들은 이야기를 이 친구에게 들려준 간접적인 것이어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윤씨는 폭행혐의로 유죄선고가 내려졌고 30일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자신의 무고를 입증할 수 있다며 끝까지 버티다 결국 손해만 보게 된 것이다.


퀸즈형사법원 한국어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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