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돈의 '사건으로 본 이민생활 24시'] <13> 1급 강도혐의 소년들
자녀 재판에서 추태 보인 한인 부모
17살의 고등학생 둘이서 힘이 약한 아이들을 협박해 주머니 돈을 빼앗다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뜯은 돈이라야 고작 네 번에 걸쳐 40여 달러 밖에 안 되는 경미한 사건이었다. 이들에게 적은 돈이나마 뜯긴 피해자들은 모두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계속되는 피해신고를 받은 경찰이 형사를 잠복시켜 이들을 체포하게 된 것이다. 적은 액수에 불과하지만 법적으로는 당연히 강도죄를 저지른 것이므로 상습강도 4건 혐의로 중범재판 법정으로 사건이 배당됐다.
첫 번째 법원에 나오는 날이었다. 변호사는 법정 바깥에서 그들의 부모에게 오늘의 재판내용을 설명해줬다. 검찰 측에서 사건 중 한 건에 대해서만 유죄를 시인하면 실형을 요구하지 않고 5년간의 보호관찰형으로 해주겠다는 제안도 설명했다. 배심 심리까지 가서 최악의 경우 4건의 강도혐의 모두 유죄로 판결 받게 되면 처벌은 7년이 넘는 장기징역의 가능성이 있으며, 피해 금액이 적더라도 일을 저지른 것이 사실이므로 배심 심리까지 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조언했다.
그러나 말을 듣고 있던 한 아이의 아버지는 분노가 터지기라도 한 듯 얼굴을 붉히며 "그까짓 돈 40달러 뺏을 것을 강도라고 하다니, 그거야 아이들이 좀 심한 장난을 한 것 밖에 더 되느냐. 한국 같으면 파출소에서 좀 야단이나 맞고 훈방되는 일을 가지고 강도니 7년 징역이니 하는 변호사가 어디 있나"라며 펄쩍 뛰는 것이었다.
한 쪽에서 묵묵히 이 광경을 보고만 있던 다른 소년의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눈물만 훔치고 있었다. 이 사람은 우선 자신의 아들이 이런 끔찍한 죄명으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가까이 서 있던 당사자인 소년들은 아무런 죄책감 같은 것도 느끼지 않는 듯이 둘이서 히죽히죽거리고 있었다.
같은 무렵, 20살의 친구 사이인 두 젊은이가 공원에 앉아있는 소년의 목걸이를 빼앗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재판정에서 똑같이 강도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는데 한 친구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은 그때 다른 친구의 행위를 말렸다며 강도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고 변호사에게 설명했다. 이 때 실제 목걸이를 가로챈 청년의 아버지가 말을 가로막고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며 자신의 아들을 불러 "현장에서 둘이 같이 있었으면 당연히 똑같이 한 짓인데 왜 너만 그 책임을 다 지고 징역을 가야 하느냐, 징역을 가게 되면 당연히 둘이 같이 가야 옳다"고 다짐시키며 우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마치 자기 아들 몫의 죄가 덜어지기라도 하는 듯이 둘이서 같이 한 짓이라고 말하라고 시키는 것이었다. 이렇게 이 아버지의 물귀신식 주장이 주효해 두 청년은 검찰과 형량협상에 합의하고 둘 다 똑같이 3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몇 해가 지났다. 그때 물귀신 아버지를 둔 청년은 또 일을 저질러 법정에서 만났다. 다른 청년의 안부를 물어봤다. 서로 연락을 끊고 지내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자라는 아이들은 그들의 부모를 흉내 내는 것으로 인생을 배운다. 그렇다면 부모들이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인지는 명백해진다. 가정은 자라는 이들의 인생을 가르치는 학교다. 가정을 일류학교로 만드는 것은 부모들이 책임이다.
퀸즈형사법원 한국어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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