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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드 '소망우물 프로젝트'] 홍수로 고인 썩은 연못물로…절망의 천막촌

하수시설 없어 지난 3월 내린 비로 여기저기 물웅덩이
코 찌르는 악취…홀겹 천막 속에서도 아이들은 웃음꽃
먹고 마실 것 부족해 아픈 손녀 떠 맡긴 할머니에 울컥


은자메나 도심에서 20분 거리인 왈리아 마을. 다닥다닥 늘어선 천막촌 옆 제법 큰 연못에서 아이들이 발가벗고 물장구를 치고 있다. 한 무리는 나뭇가지에 낚싯줄을 묶어 금붕어 크기의 이름 모를 물고기를 잡고 여자들은 빨래를 한다. 언뜻 본 물그릇만 수십여 개. 잡은 물고기는 도로 갓길 좌판상에 바로 팔린다.

시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연못을 봤던 터라 "생각보다 물이 많네요"하고 말을 건네자 굿네이버스 차드 지부 김유정 간사(26)가 고개를 젓는다. "여긴 연못이 아니에요. 지난 8월 큰 홍수로 이곳이 잠겼는데 그 물이 그대로 고인 거죠. 하수도 시설이 없거든요."

해가 뉘엿뉘엿 저물자 천막촌 아낙네들은 죽을 끓이기 위해 연못물을 한 바가지씩 퍼왔다. 나무막대와 얇은 천만으로 간신히 세운 천막 속 삶이 괴롭지도 않은지 한쪽에선 시간관념을 잊은 아이들이 어디선가 쓸려온 물고기를 손에 들고 해맑게 웃고 있다. 4~5살 어린 아이들은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흙바닥에 앉아 날리는 먼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3개월 전 생겨난 연못 때문에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이다. 진흙으로 만든 집은 불어난 빗물에 녹듯이 사라졌다.

한참 그물을 던지던 아자렉(28)이 "오랜만에 월척을 낚았다"며 나무배에서 내렸다.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면 미화 20달러(1달러=500세파)를 벌 수 있단다. 길이 20cm정도의 물고기는 4마리에 2000세파. 보통 주민들이 한끼 먹는 데 쓰는 비용이 200~300세파이니 쉽게 들어오지 않는 거금이다. 어획량이 좋았는지 연신 웃는 그에게 "집이 없어져 어떡하느냐?"고 걱정스레 묻자 가슴 묵직한 답이 돌아왔다. "집은 밥을 주지 않아요."

악취가 코를 찔렀다. 눈이 마주친 아이들의 입가엔 진흙 수염이 말라 있다. 굿네이버스 현지 직원에 따르면 구호용품으로 락스를 요청한 이 천막촌 사람들은 물고기나 수수를 락스에 담근 뒤 연못물에 씻어 먹는다. 볼록 나온 배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은자메나 시내 카르도레와 곰바사라 투크라무즈굼 마을을 차례로 방문하는 중에도 이런 곳을 여러 번 만났다. 너무 많아 절망적이다.

이 썩은 연못은 재앙일까 새로운 터전일까. 생각마저 희미해질 무렵 곤히 잠든 예쁜 아기가 두 팔에 얹혀졌다.

통역을 해 줄 현지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일어난 일이라 당황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을 아기의 할머니라 손짓 발짓으로 설명한 마들린(40)은 답답한지 큰 소리를 냈다. 엄지와 검지를 입가에 붙이고 "츱츱츱" 두 주먹을 핸들 돌리듯 움직이며 "왕왕왕" 마지막엔 두 팔을 튕기며 던지는 시늉을 했다.

뒤늦게 설명을 듣고 팔에 안긴 아기를 보니 가슴이 시려왔다. "먹을 게 없어 아기가 아프다. 차에 태워 데려가 달라." 생후 한 달 손녀딸을 생전 처음 본 사람에게 맡겨야 할 만큼의 가난과 절망. 글로 담을 수가 없다. 눈물도 사치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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