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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백배즐기기] 한 꺼풀씩 벗겨낸 '그림의 과거'를 본다

밑그림부터 최종작품까지 사진으로 남겨
메트뮤지엄 '마티스: 진정한 그림 찾아서'전

눈 앞에 거장의 그림이 보인다. 세월의 때를 묻어 깊이가 남다르다. 그러나 우리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표면뿐. 이 그림의 껍질을 하나 하나 까볼 수 있다면 어떨까.

물론 동양화처럼 이미 작가가 마음 속으로 화폭에 그릴 그림을 다 구상한 뒤에 한 붓에 과감하게 그려나가는 기법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작가가 어떤 고민을 했고,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그림을 수정해 왔는지, 그 흔적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오는 12월 4일부터 메트로폴리탄뮤지엄(1000 5th Ave)에서 시작되는 전시 '마티스: 진정한 그림을 찾아서(Matisse: In Search of True Painting)'는 겹겹의 흔적이 담긴 그림을 한 꺼풀씩 벗겨내 우리 눈 앞에 펼쳐놓는다.

야수파 운동을 주도한 마티스는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회화를 이끈 대표적인 거장이다. 그는 사진을 통해 그림의 흔적을 기록했고, 이 사진들은 1945년 파리의 매그화랑(Galerie Maeght)에서 처음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마티스는 자신의 작품을 관객이 좀 더 잘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들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에 메트뮤지엄은 파리, 코펜하겐에 이어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이 때 열렸던 전시를 재현해 냈다.



◆'진화'하는 그림=1930년대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는 사진작가 마토시안을 고용해 그림이 진화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남겼다. 당시 마티스의 모델이자 보조였던 리디아 딜렉토스카야는 "(마티스가) 어느 정도 작업을 마치고 일정 수준으로 완성됐다고 여겼을 때 사진작가를 불렀다"고 떠올렸다.

이 흔적을 남긴 작품 중 'The Large Blue Dress'가 있다. 1937년 2월 26일부터 4월 3일 사이 찍은 사진 10장을 통해 한 달여 시간 동안 그림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짚을 수 있다.

자연스러운 스케치가 평면적이고 스타일이 갖춰진 이미지로 재탄생 하는 과정에서 마티스는 스커트 주름 하나하나까지 계속 위치를 바꿔가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잡게끔 수정한다. 전시에는 이 그림에 등장하는 파란 스커트도 실제로 볼 수 있다. 모델이었던 리디아가 직접 만든 이 치마는 마티스가 가장 좋아했던 계열의 파란색 실크로 만들었다.

그림의 완성 과정이 공개된 또 다른 작품은 '꿈(The Dream, 1940)'. 이 작품은 작업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 사실적인 스케치로 시작한 그림은 한 여인이 대리석 테이블에 팔을 놓은 채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달여까지 기간을 사이에 두고 촬영된 사진들 속에서 이 그림은 모습을 자꾸 변형시켜 나간다.

마치 실크 드레스를 입고 과일과 잎사귀 사이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듯한 여인은 이내 열대 정원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변한다. 흑발이었던 여인의 머리는 점점 사실적인 형태를 잃어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배경에 있던 잎사귀도 줄어든다.

그림을 변형시키는 과정에 있어서 마티스가 사용하던 스킬을 엿볼 수 있을뿐더러 어떤 의도를 가지고 수정을 한 건지 조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수정 과정을 찍은 사진을 모두 본 뒤에 원본을 다시 보면 그 밑에 깔려 있는 그림의 흔적이 희미하게 보인다.

◆'진정한' 그림이란=작품 하나의 흔적뿐 아니라 마티스 생애 전반에 걸쳐서 봤을 때 또한 '진정한 그림'을 찾기 위해 끊임 없이 시도하는 여정이었다. 같은 그림을 다른 구도ㆍ스타일의 복사본으로 그리는 등 좀 더 나은 그림, 더욱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초창기 그의 작품 가운데는 폴 세잔과 폴 시냑의 작품에 매료돼 그 스타일을 적용한 그림들이 돋보인다. 두 작가들의 스타일을 기초로 해 같은 정물화를 다른 버전으로 그린 'Still Life with Purro I&II' 시리즈가 있다. 첫 번째의 경우 대각선으로 붓의 결을 나타내는 세잔의 특징이 두드러지며, 두 번째 버전에는 색종이 조각(Confetti)을 연상시키는 점묘법이 특징인 시냑의 스타일이 나타난다.

그러나 마티스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나간다. 1906년 그린 'Young Sailor I&II'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에서 대상을 입체화하지 않고 납작하게 그리는 형식을 시도한다. 비슷한 대상을 가지고 두 쌍, 세 쌍 등 그림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그의 작업 방식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전시에는 '스튜디오 인테리어' 콘셉트로 이어지는 작품들도 대거 만나볼 수 있다. 마티스만의 톡톡 튀는 색채 사용과 단순한 구조, 화려함 등으로 다양한 실내 공간을 그린 그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Interior in Yellow and Blue(1946)''The Red Room(1908)' 등 유명한 마티스 작품이 대거 걸려있다.


이주사랑 기자
jsrlee@koreadaily.com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1869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마티스는 '색채의 폭발' 야수파을 주도한 화가다. 20세기 회화의 혁명이라 불리는 야수파 운동은 원색과 병렬을 강조해 개성을 나타냈다. '색채의 마술사'라고도 불리는 마티스는 원색과 보색을 감각적으로 이용해 강렬한 그림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프랑스 니스에는 마티스가 살던 레지나 저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티스 미술관'이 있다. 그의 작품을 비롯해 소품과 문서 등을 전시해 놓았다.


마티스 작품 '꿈(The Dream)'의 첫 그림(왼쪽 사진)과 완성본. 이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그는 수십번을 고치고 또 고쳤다. 변화하는 작품을 촬영해 놓은 사진으로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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