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박근혜에 관한 오래된 기억2가지
나영욱/전 방송인
첫번째는 그녀의 대학 졸업식 때 풍경. 박근혜는 37년전 서강대를 졸업했다. 서강대는 천주교 재단이었고 미국인 신부 교수들이 많았으며 총장도 미국인 신부였다. 그들은 당시 분위기와 달리 반정부 발언을 거침없이 하곤 해 당국의 미움을 받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아무리 딸의 졸업식이라 해도 대통령이 참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왔고 경호도 그다지 엄중하지 않았다.
후배 졸업을 축하하러 갔던 나는 시종 대통령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항상 강인한 인상이었던 저 사람도 하나의 학부모란 점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표정도 졸업하는 딸이 무척 대견스럽다는 것이었으며 총장과 악수하는 모습도 대단히 유쾌해 보였다. 하지만 그가 떠나려 할 때 누군가가 갑자기 "독재자 물러가라"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근처에 있던 가죽점퍼 형사들이 그를 달랑 들고 가 버렸다.
두번째 기억. 1979년 5월 내가 문화방송에서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하던 때였다. 시간이 되어 방송실로 가기 위해 5층 복도를 지나가려는데 평소와 달리 2명의 남자가 출입을 통제하며 아나운서실에 높은 사람이 와 있으니 멀리 돌아가라고 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 "누가 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방송 하러 가는 사람이 제 길을 못가고 돌아간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버텼고 결국 옥신각신하게 되었다.
그 때 아나운서실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몰려나오는데 맨 앞에 박근혜씨가 서 있었다. 양 옆에는 당시 MBC 간판 아나운서였던 차인태 변웅전씨가 따라 나왔다.
차인태씨가 "나형 무슨 일이야?"하고 묻길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주위 사람들의 표정이 난감해졌다. 그 때 갑자기 박근혜씨가 "이렇게 오버하시면 제가 바깥 활동 하기가 힘들잖아요. 나 선생님이라고 하셨나요? 불편을 드려서 미안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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