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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시골 밥상이 아름답고 건강한 이유는…

"형 뭘 사가면 좋을까." 방송국에 다니는 동생이 얼마 전 통화하면서 내게 고민 아닌 고민을 넌지시 내비쳤다.

동생은 두세 달에 한번 꼴로 우리 집에 온다.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를 찾아 보기 위해서다. 헌데 동생 말은 어른들에게 드릴 적당한 선물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거였다.

나는 동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아주 잘 안다. 부모 집이든 남의 집이든 방문할 때 들고 갈만한 가장 무난한 선물은 먹을 거리이다. 과일이나 고기 혹은 고급 과자류 같은 게 그런 예다.

하지만 동생이 시내 수퍼마켓에서 사오는 먹을 거리들은 우리 집에서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한다. 우리 집 혹은 우리 동네에서 나는 먹을 거리들에 비해 맛이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요즘은 감 사과 배 등이 한창인 계절이다. 지금 우리 집에는 가까이 사는 이모 집에서 따 온 감이 서너 상자쯤 있는데 과일가게에서 사는 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일품이다.

이웃집 아저씨가 건네준 배도 물이 많고 달아서 고급 음료수는 저리 가라 할 만큼 시원하고 상큼하다.

지난 달 주말에 연이어 바비큐 파티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손님들이 사과나 감 등을 사 들고 왔다. 헌데 이게 과일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이 형편 없었다. 실제로 홍시는 그 맛이 너무 밋밋해서 절반쯤만 먹고 나머지는 먹지 않고 방치해 두고 있다가 상해서 음식쓰레기와 섞어서 버렸다.

값비싼 과일을 버릴 정도로 우리 식구들의 입맛은 사치스러워졌다. 하지만 변명하자면 원래부터 우리 식구들의 입맛 기대치가 그렇게 높은 건 아니었다. 시골 생활을 한 뒤로 갑자기 수준이 상향 조정된 탓이 무엇보다 크다. 과거 많은 이들이 촌사람들을 세상 물정에 어둔 사람들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소한 입맛에 관해서는 틀린 말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몸에 좋은 음식을 가늠하는 수준은 도시 사람들보다 촌사람들이 더 높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건강한 먹을 거리를 찾고 알아보는 눈은 훨씬 밝다. 과거 천대받았던 쑥 개떡이나 보리 개떡은 요즘 시골에서 더 귀한 음식으로 쳐줄 정도이다.

민들레나 쑥 같은 몸에 좋다는 야생초에 대한 선호도 도시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동네보다 훨씬 더 외진 산골짜기에 중화요리 음식점이 하나 있다. 이 음식점은 서울에까지 제법 알려졌을 정도로 소문이 나 있는데 정갈하고 조미료를 쓰지 않아서 뒷맛이 개운한 게 특징이다. 시골에서 중국집은 보통 인기가 높은 편인데 이 집은 특히 상시 손님이 만원일 정도로 성업 중이다.

언젠가 서울 등지에서 내 친구 10여 명이 우리 집을 찾았을 때 이 곳에서 점심 한끼 먹느라 2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이 음식점엔 외지인 손님만 바글바글한 게 아니다. 우리 동네 일대의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자주 이 집을 찾는다.

시골에 살다 보면 식탁에 다양한 메뉴를 올리기가 아무래도 쉽지 않다. 하지만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의 질에서는 도시를 능가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 아버지처럼 젊은 시절을 고스란히 도시에서 보내고 70대 중반에 시골로 들어와 시작한 농사에서 농약을 치기 좋아하는 건 좀 예외적이다.

삶의 질을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는 건 자명하다. 풍요로움은 도시에 비해 처질지 몰라도 막연하게나마 예상해 본다면 몸에 좋은 음식을 대할 기회는 시골에서 점점 더 많아질 것 같다.

식생활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하면 시골 생활의 질이 도시에 비해 무조건 뒤쳐지는 건 아닌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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