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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나에게서 '香'은 첫 소통이다

향기는 비에도 젖지 않는 아름다운 교감

최근에 '빵 굽는 냄새'가 행동방식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프랑스 남부 브르타뉴대학 연구진은 남녀 학생 지원자 8명을 선발하여 빵집과 옷가게를 지나게 하며 손수건이나 휴지 등을 떨어뜨리게 했다. 그 때 그 앞에 서 있는 낯선 사람이 얼마나 도와주는지를 조사했다. 약 400회에 걸쳐 실시했는데 빵집 앞에 서 있던 사람은 약 77%가 학생이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 건네주었지만, 옷가게 앞에 서 있던 사람은 52% 정도만 도와주었다. 이 실험의 효과에 대해 연구진은 "자발적인 도움은 주변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빵집 앞에서 더 도와주려 했다. 이 실험을 통해 이타심에 대한 음식 냄새의 역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간은 동물에 비해 후각이 비교적 둔감해졌지만, 아직도 냄새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에 속속 밝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향(香)'은 영혼을 향한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통로가 되었고, 병을 고치거나 고급스런 삶을 유지하는데 긴요하게 쓰여졌다. 과연 사람과 향기 안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것일까.

◆삶과 더불어 피어오른 '향'의 역사

'향기'의 역사는 불의 발견이 이루어진 때부터 시작된다. 나무를 태우는 냄새에서 상서로운 향기를 맡게 되었고, 하늘로 올라가는 연기는 사람들의 소원을 하늘에 전하는 사자로 여겨졌다. 향기를 표현하는 '펄퓸(Perfume)'은 라틴어의 'Per Fumum(연기를 통해)'이 그 어원이 될 만큼 고대로부터 향기는 사람의 '정신세계'와 관계가 깊다.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동방박사가 가져왔던 선물로 유명한 유황과 몰약은 고대 근동지역에서 두루 사용했던 귀한 향료다. 유향은 가장 거룩한 제사에서 태우는 향료였고, 몰약은 향수나 화장품의 성분, 또는 영생을 준비하기 위해 미라를 만드는 방부제로 쓰였던 값비싼 향료였다.



이러한 경우와 더불어 고대로부터 '향'이 그렇게 중요했던 이유는 '악취'때문이었다. 도시에 몰려 사는 사람들은 위생시설을 잘 갖추지 못해 고약한 냄새에 시달려야 했다. 하수나 분뇨 처리 시설이 없었던 당시 사회는 현대인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악취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람들은 지도가 없었어도 냄새를 맡아보면 그곳이 어떤 지역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오물 냄새가 진동하는 극장과 광장, 쾌쾌한 냄새로 가득 찬 도축장, 썩는 냄새의 무덤 등 참을 수 없는 냄새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그토록 '향'을 사랑했던 것이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로마에 이르기까지 남아있는 기록에 의하면 수많은 허브의 효능이 밝혀져 있고, 목욕이나 의복의 세정에 사용되었던 방향 식물들이 다수 알려져 있다.

◆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의 '향'

향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의 여신 클레오파트라. 그가 케사르를 사로잡았던 명약은 바로 '향'이었던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는 미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특별한 미인형은 아니었다. 코가 유난히도 높았고, 안토니우스의 처는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 오히려 안심을 했다는 이야기가 남아있다. 하지만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녔고 화술이 능란해 철학, 과학, 어학 등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리고 케사르를 유혹하기 위해 거대한 '향기 이벤트'를 준비했다. 클레오파트라가 케사르를 맞이할 때면 배 바닥에 꽃을 잔뜩 깔아서 그 향기가 연안에까지 퍼져나갈 정도였다. 그리고 미의 여신으로 단장한 클레오파트라는 매우 고혹적이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카피'라는 조합 향료를 이용하여 안토니우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도 한다.

4000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 또한 '향기'와의 관계가 깊은데 대표적인 인물이 양귀비다. 중국은 전족과 더불어 신체로부터 좋은 향기가 나는 것을 미인의 조건으로 삼았다. 그 때문에 향기를 피우거나 계수나무를 넣은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신체의 내부로부터 향기를 발산하기 위해 어릴적부터 방향물의 환약을 먹었다. 이 모든 방법을 동원한 양귀비는 사는 집까지도 침향나무를 사용해 지었고, 벽에는 유황이나 사향을 발랐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의 삶과 함께한 '향기'는 분명 마음을 움직이는 추의 역할을 한다. 인간에게 '느낌'을 가져다주는 오감 중 후각을 통한 향기는 육신의 만족에 그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마음에 피어오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후각의 유혹' 기업들, 향기를 품다

◆향으로 기억한다 - 향기 마케팅

백화점의 향수 냄새, 카페의 커피향, 레스토랑의 구수한 굽는 냄새 … 현대의 '향기'는 마케팅에까지 확장되었다. 이제 코를 자극하고 어딘가에서 맡았던 향으로 그 곳을 진하게 기억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현상의 과학적인 이유는 인체의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 뒤편에 후각 중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브라운대의 심리학과 레이첼 헤르츠(Rachel Herz) 교수는 "향기는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후각은 좋고 싫은 것과 같은 기본적인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향기 마케팅'은 1949년 일본의 한 비누회사에서부터 시작됐다. 제품의 특성을 나타내는 향료를 잉크에 섞어 인쇄하거나 향료 캡슐을 종이에 바르는 방법으로 신문에 냄새 광고를 활용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 마케팅은 직접적인 소비 창출에만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품이나 매장 분위기에 잘 맞고 서비스와 연관되는 향기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높은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기적으로는 상품의 이미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에 중점을 둔다.

현재 이 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과 매장은 매우 다양하다. 미국 라스베가스의 카지노 호텔 'MGM', 자동차 브랜드 '렉서스',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 등 분야의 구분없이 향기로 고객의 발길을 불러들이고 있다.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지형 펴냄)의 저자 니콜라 게겐은 "아이스크림 전문점 베스킨라빈스의 경우 매장에 1차는 초콜릿향, 2차로는 페퍼민트향을 도입하고, 이 향기와 매출과의 관계를 조사했더니 그 결과 1일 평균 매상이 무려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의류 브랜드 '아바크롬비& 피치'는 매장에 진한 향을 유지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소비자는 멀리서도 이 향기를 맡고 매장이 있음을 알게되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그 향기를 향수 제품으로 출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실내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설정하는 스타벅스나 밀폐된 영화관의 탁한 공기의 편견을 깨기 위해 편백나무 향을 이용하여 산림욕 공조 시스템을 운영하는 CGV의 경우는 향기를 적절히 이용하는 마케팅이 될 수 있다.

◆독한 향기가 감춘 비밀

천연향은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합성된 인공향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가 KBS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어 큰 화제가 되고있다. 미국 미주리주 케이시빌시에 살고 있는 제리 블라이락(63세)씨는 폐기능이 80% 가량 망가져서 하루 종일 산소 호흡기를 달고 산다. 그가 이렇게 된 것은 '합성 버터밀크향(디아세틸)' 때문인데, 향료회사에서 버터밀크향을 팝콘에 배합하는 일을 하다가 독성으로 인해 폐가 망가진 것이다. 이런 피해는 그 뿐만 아니라, 수십 명에 달하며 소송액만 수천 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국립과학원(NAS)은 신경독성검사를 가장 먼저 해야하는 6가지 화학물질 중의 하나를 '향료'로 지정하고 있다. 합성향료를 잠재적인 독성물질로 간주하는 것이다. 캐나다의 빅토리아 제너럴 병원의 경우도 향수를 뿌리는 사람은 출입을 제한한다고 한다. 하버드대 임상의학과 크리스턴 올리버교수는 "모든 작업 공간에서 향기 제품을 중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그러나 한 편에선 '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독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화학 물질에 너무 민감한 사람들은 아주 옅은 향수 냄새만 맡아도 증상이 나타나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화학물질과민증은 알려진 원인이 없다는 사실이 반영되어 '특발성환경과민증(IEI)'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런 여러 가지 사례들을 살펴볼 때 '향'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예전부터 애용되어왔던 천연향들은 만들어내는 데 양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물량도 부족하고 값도 비싸다. 그래서 인공향이 모든 생활에 범람하고 있다. 방향제품 외에 먹는 제품에도 합성향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무엇이든 과도한 사용은 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향기'에 있어서도 남용은 자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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