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바람불어 좋은 날…따뜻하고 달콤한 크레페와의 만남

CREME DE LA CREPE

찬바람이 분다. 벌써 11월의 중순인데 이제서야 가을 문턱에 살짝 들어선 듯하다. 가을비 촉촉히 내리던 날 엽서에나 나올 것 같은 붉은 벽돌로 장식된 카페를 찾았다. 사막에 찾아오는 비는 반갑다. 뜨거운 태양 아래 목마름이 연속이었던 탓에 후둑 후둑 내리는 빗방울은 마음마저 설레게 한다. 창가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즐거움은 저물어가는 한 해를 찻잔에 기울이듯 애틋함이 묻어나는 가을의 정취다.

'크램 드 라 크레페(Cream de la Crepe)'는 크레페를 전문으로 하는 프렌치 카페다. 주인이 프랑스 토박이여서 프랑스 북부의 낭만적인 풍경을 잔잔하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가졌다. 포도밭 전원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빨간 벽돌 위에 걸려있고 토마토 당근 포도 등 수확물들이 그려진 그림들로 벽이 장식돼 있다. 붉은 벽돌과 그림 그리고 와인병은 마치 세트인 것처럼 썩 잘 어울린다. 창 밖의 회색빛의 하늘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탁자 위에 놓인 노오란 미니 호박과 작은 촛불도 앙징맞다. 프렌치 카페들은 대체로 탁자가 작다. 음식 접시들을 다 담아내기에 좀 비좁고 옆 테이블과의 거리도 매우 가깝지만 그래도 왠지 불편하거나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 아마도 전체적으로 흐르는 낭만적인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린(Marine)'이라는 크레페를 주문했다. 깜짝 놀랐다. 분명 크레페를 시켰는데 노릇한 크레페가 아니라 약간 거무스름한 크레페가 나온 것이다. 색깔에 놀란 것이 아니라 이건 강원도에서 맛볼 수 있는 영락없는 '메밀전병'이었다. 새우와 스칼랩 버섯을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 소스에 버무려 얇게 부친 전병으로 감쌌다. 맛도 메밀전병이었다. 그래서 메니저에게 물었더니 메밀이 맞단다. 글루텐이 없는 프랑스 전통의 건강식이라고 알려 주었다. '아 그렇구나. 메밀음식이 프랑스에도 있구나!'

요즘 미국에선 '글루텐 프리(Gluten Free)'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인이나 아시안들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는 글루텐 알러지가 백인들에게는 많기 때문이다.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는 그들에게 밀가루 알러지라고 하면 좀 이상하지만 글루텐이라는 성분이 소화장애를 일으키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그래서 글루텐이 없는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들이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건강식이 바로 '메밀'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음식에는 건강식이 넘친다. 무쇠 판에 메밀 부침개를 두루룩 부쳐 채소나 김치 등을 넣어 돌돌 말면 장터 음식으론 최고다. 그렇게 몇 푼 안 받고 파는 우리의 토속 음식이 프렌치 레스토랑에선 고급 음식으로 상에 올려진다. 포크와 나이프로 메밀 크레페를 써는 순간 문득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비빔밥이나 불고기 외에도 우리나라의 숨은 음식들을 찾아내서 건강식으로 세계화시키는 것도 참 좋겠다는 아쉬움이 마음을 스쳤다.

두번 째 음식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추수감사절 특별 메뉴라고 해서 주문했는데 '호박스프'라는 이름의 음식은 다름아닌 '호박죽'이었다. 보통 서양의 호박 스프는 크림을 섞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카페는 호박죽을 쑤어 아몬드와 치즈를 곁들여 나왔다. 단호박이 아닌 늙은 호박으로 만들어서 달지도 않고 소금으로만 간을 해서 고소한 맛만 있다. 그런데도 담백하니 맛있다. 함께 나온 바게트 빵을 찍어 먹으면 맛이 잘 어울린다. 시장 한 켠에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들을 고급스런 분위기에서 한껏 멋을 내며 먹는 느낌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놓는 자리에 따라서 이렇게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저녁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지단(Zidane)'이란 이름의 디저트 크레페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크레페 모양이었다. 우유와 계란 설탕으로 반죽해서 얇게 부친 노릇한 크레페 안에 상큼한 딸기와 바나나가 들어있다. 신선한 크림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어 먹으면 사르르 녹는다. 단지 크레페 위에 뿌려진 초콜릿 시럽이 좀 거슬린다. 초콜릿 맛이 너무 달고 강해 크레페의 본 맛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문시 초콜릿을 따로 달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프렌치 카페에는 크레페 말고도 퐁듀 파스타와 같은 다양한 중부 유럽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스산하게 바람 부는 날 부슬부슬 가을비 내리는 날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의 따뜻하고 달콤한 저녁 식사. 그런 그림이 어울리는 'Cream de la Crepe'.

이은선 기자

◆허모사 비치점

▶주소: 424 Pier Avenue Hermosa Beach CA 90254

▶전화: (310)937-2822

◆레돈도 비치점

▶주소: 1708 2/1 S. Catalina Ave Redondo Beach CA 90277

▶전화: (310)540-8811

▶홈페이지: www.cremedelacrepe.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