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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공포증' 자녀 밀어붙이면 고통 가중

단순히 교육.학습 문제 아닌
심리적.정신적 문제 '신경증'
일반 생각보다 고통 극심해

한인 문모씨는 딸에게 수학을 공부시킬 때마다 한바탕씩 난리를 치른다. 초등학교 5학년인 문씨의 딸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격렬하게 수학 공부를 하기 싫다며 저항하기 때문이다.

"수학의 '수'자만 말을 꺼내도 인상을 찌푸리거나 울고 불고 난리입니다. 어떤 때는 '아빠 정말 수학 공부하지 않으면 안 돼?'하고 애원을 하기도 합니다. 딸 아이를 책상에 앉히는 데만 최소 10~20분이 걸려요."

문씨의 딸만큼은 아니더라도 수학 공부를 다른 과목에 비해 현저하게 싫어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단지 아이들만 그러는 게 아니라 어른 가운데도 수학에 넌덜머리를 내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은 실정이다.

이른바 '수학 불안증'(mathematics anxiety)을 호소하는 이들이다. 수학 불안증은 단순히 교육이나 학습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문제로 일종의 신경증이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교사나 주변 사람들도 이해가 필요한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육체적 고통과 맞먹는 수학 불안증= 수학 불안증은 알기 쉽게 말하면 공포증(phobia)의 하나이다. 뱀이나 벌레를 유독 징그럽게 생각하고 이들과 마주치는 걸 두려워하거나 극단적으로 꺼리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뱀 혹은 벌레를 예외적으로 무서워하는 성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수가 많다. 수학 공포증도 마찬가지로 후천적으로 생겨난 게 아니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수학 불안증이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그 고통이 보통 사람들로서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사실이다. 최근 시카고 대학 연구팀이 실험한 바에 따르면 수학 염려증을 가진 사람들은 '수학 공부를 하자' 혹은 '수학 시험을 치르게 된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육체적인 고통에 버금가는 고통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학 연구팀이 수학 염려증을 가진 사람들의 뇌를 촬영해 분석한 결과 수학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뜨거운 난로에 손을 댔을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고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흥미로운 점은 수학 염려증을 가진 사람들의 수학 실력이 꼭 형편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수학 염려증은 수학 그 자체가 아니라 수학 공부나 수학 시험 등을 예고했을 때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반응이라는 사실이다.

▶고민 털어놓게 하면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어= 수학 염려증을 완벽하게 진정시킬 수 있는 치유법은 없는 실정이다. 이는 파충류나 벌레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공포증을 완전히 다스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어느 정도 수학 염려증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수학 공부나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수학 염려증에 대해 털어놓도록 유도하는 것도 상당 부분 효과가 있다. 수학 공부나 시험을 앞두고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 등을 글로 쓰게 하거나 말로 풀도록 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수학 염려증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부모가 자녀를 다그치거나 몰아붙이는 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수학 공부를 더 멀리하게 돼 오히려 성적 하락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수학 염려증을 가진 아이들은 자라서 수학과 가능한 거리가 먼 직업을 갖게 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있다. 수학이 대학 진학 등에서 비중이 큰 도구 과목이기는 하지만 수학 염려증은 강제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만큼 부모들도 이 점을 감안해 자녀의 진로 지도 등을 하는 게 좋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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