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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미온적 대처가 화 불렀다

"연비가 왜 이래" 소비자 항의에 눈 감더니…

현대.기아차의 '인증 연비 오기 사건'은 그동안 제기돼 온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미국시장에서는 엘란트라를 중심으로 현대.기아차의 연비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있었다. 지난 해에는 이 문제로 한 소비자가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의 시험 규정에 대한 해석과 시험 환경 및 방법의 차이 등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입장이지만 같은 불만이 계속해서 제시되는 상황에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이같은 지적이 나오는 가장 단적인 예는 연방환경보호국(EPA)이 소비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조사에 착수했고 현대.기아차는 그 결론을 본 뒤에야 해결에 나섰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EPA가 각 업체들이 측정한 연비가 실제에 부합하는 지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연비를 하향조정해야 했던 경우는 2012년형 BMW 328i와 2001년형 닷지 램 픽업트럭 등 두 차례에 불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업체가 부끄러운 인정을 하게 됐다"고 표현했다.

또한 현대차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연비가 광고에 나온 수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혹을 계속해서 제기해 왔다.

뉴욕 퀸즈에 거주하며 6대의 현대차를 몰아왔다는 마크 고든씨는 지난 해 이같은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웹사이트(my2012HyundaiElantragetslousygasmileage.com)를 열었다. WSJ에 따르면 포드차는 기자들을 자동차 테스트 장소에 초청해 포드의 포커스와 현대차 엘란트라를 직접 몰아보고 연비를 확인하도록 하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엘란트라를 구입했던 한 소비자는 소비자권익단체인 '컨수머 왓치독'과 함께 연비 과장을 이유로 지난 해 현대차에 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다. 소송이 제기됐던 당시 현대차 측은 "현대차 광고에 나온 연비는 정확하고 모든 규정에 부합한다"며 그 주장을 일축했다. 이 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가족들이 현대차의 쏘나타와 산타페 기아차의 쏘울 등 3대를 몰고 있다는 김모씨(62)는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선전하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며 차를 타왔는데 실수라고는 해도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돌아봤다면 이런 일까지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rayeo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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