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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신학] 식인 사회(食人社會)

이상명·목사

'식인'은 사람이 타인의 신체의 일부를 먹는 행위를 말한다. 영어에서는 '식인'을 'Cannibal'로 부르고 있다. 이 단어는 스페인어의 'Canibal'에서 유래하였다. 스페인 사람들이 서인도 제도를 발견했을 때 당시 식인 풍습을 가지고 있던 카리브인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식인'이라는 단어는 카리브인을 지칭하는 'Carib'라는 말에서 파생되었다.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코맥 맥카시의 원작소설을 영상화한 '더 로드(The Road)'라는 영화는 핵전쟁으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아버지와 아들이 굶주림과 혹한을 피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모험 영화이다. 전 지구적인 문명의 몰락 후 모든 것이 오염된 가운데 먹을거리가 없자 다른 사람을 사냥하여 먹는 식인 풍습이 도처에 만연하게 된 것을 영화는 여러 장면에 걸쳐 생생하게 보여준다. 모든 인간성이 사라진 이러한 끔찍한 상황 가운데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사투하는 한 아버지와 아들의 처절한 생존 이야기가 묵시적 메시지와 함께 영화 곳곳에 가득하다. 길을 가면서 그들이 나눈 대화이다. "아빠 우리 착한 사람이죠? / 그럼 / 아빠 우린 사람 안 먹을 거죠? / 그럼 /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람 안 먹을 거죠? / .....그럼."

문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현대 사회는 문자 그대로의 식인 사회는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타인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되어버린 사회가 빚은 비극이다. 사회적 사다리(social ladder)를 타고 위로 또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타인을 짓밟고 착취해야 한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극한 생존 게임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우위에 서는 법을 배우도록 강요당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어 소위 낙오자가 된다. 이러한 세태 속에서는 타인과의 공존과 조화를 모색하는 교육은 물 건너가 버리고 인간성을 상실한 무수한 괴물만을 양산하는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비인간화된 물욕의 메커니즘 속에서 가장 고귀하고 신성한 생명을 품고 자라게 하는 여성의 자궁도 예외가 아니게 되었다. 알엄마(난자엄마) 자궁엄마(대리모) 양육엄마 새엄마 등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종류의 엄마들이 이 세상에 무한 증식되고 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 모순이 존재한다. 현대 사회는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타자를 소비하고 정복하고 노예로 만들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면서 동시에 자신이 노예로 만들어버린 바로 그 타자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계급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는 이들을 그 사다리의 위에서 손을 잡아 끌어 올려주려 하다가도 자신들의 지위가 위협 받으면 언제든지 계급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내밀었던 관용과 배려의 손을 매몰차게 거두어 들인다. 타인의 인간다움과 영혼을 해치고 파괴하는 또 다른 형태의 식인사회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예수님은 식인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이 세상을 향해 말씀하신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복음 25:40) 명심해야 할 것은 타인으로부터 차별과 멸시를 당할 수 있는 지극히 작은 자를 외면하는 사회가 될 때 결국 그렇게 한 이의 영혼과 인간성도 결국 지킬 수 없는 냉혈한 식인사회가 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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