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왜 몸매에 집착하는가…편견의 희롱에 갇히다

다이어트 그 출발과 변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연약한 얼굴로 잠들었다가 왕자를 만나 깨어난다.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먹고 파리한 얼굴로 쓰러졌다가 역시 왕자를 만나 살아난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단다.

우리의 의식 속에 살고 있는 여성상은 언제나 이 동화들처럼 연약한 채로 살다가 백마 탄 왕자를 만나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그 스토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 전형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그 연약한 주인공은 상업주의의 마케팅과 만나면서 그 이미지 모두가 날개돋친 듯 낱낱이 상품화되기 바쁘다.

남녀평등과 여성의 권익이 날로 높아만 가는 추세인데도 외모에 대한 여성들의 집착과 사회의 요구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중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다이어트의 열풍은 건강을 챙기는 차원을 넘어서 몸매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칼로리를 계산하고 수시로 체중 달기 조금이라도 몸무게가 불어나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렇게 민감하다 보니 오히려 저체중과 조기폐경골다공증 등의 문제가 생기고 거식증이나 폭식증이라는 정신적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다이어트의 기본 개념은 치료나 체중조절을 위한 식이요법이다. 무분별한 섭식을 절제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체중 유지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왜곡된 사회적 관습에 의해 다이어트의 역사 또한 굴절되어 왔다.



고대 사회에선 인간의 본질에 충실한 형태로서 다산을 상징하는 풍만한 여자가 미인의 기준이었다. 중세에 들어서면서 다이어트의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 목적에서 출발했는데 중세의 수도승들이 신앙적인 영감을 얻기 위해 단식을 했던 것이다. 금욕주의 사상으로 인한 인간생활의 규제는 건전한 자기 수양을 위해 특정 계층에서 엄격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신체를 드러내는 행위는 과도하게 구속을 받았기 때문에 여성에 있어서 '미'의 기준이 '노출'이 될 순 없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15세기에 들어서면 여인네들은 온 몸을 감싸는 드레스 안에서 허리를 강조하는 매력 포인트를 찾아낸다. 되도록 가는 허리를 만들수록 미의 상징이 되었다. 연약하게 보일수록 관심 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여 나체화나 조각과 같은 자유분방한 미술작품들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몸'은 눈을 즐겁게 하는 시각적 상품으로 서서히 인식되었다. 그래서 19세기에는 '다이어트 흥행사'도 등장하고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저단백 다이어트 음식물 오래 씹기 다이어트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인 바이런도 다이어트 열풍에 동참했을 정도다. 바이런은 하루에 건포도 한 알 브랜디 한 잔 식초에 절인 채소를 먹는 식초 다이어트를 했다고 한다.

오직 S라인을 위한 다이어트…꼭꼭 숨겨라, 부작용이 보일라!

1960년대 미국에서는 비교적 풍만한 몸매가 대표적인 미의 기준이었는데, 마릴린 먼로가 대표적 기준에 속했다. 1960년대 만연했던 히피운동의 자유스러움과 70년대의 경제적 부흥기를 거치면서 '날씬함'이 미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뚱뚱한 비만의 몸매는 게으름과 가난의 상징이 되었고, 날씬할수록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대두되었다.

오늘날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이어트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민간 다이어트 요법들은 이미 고전이 되었고, 공식 의료기관까지 다이어트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비만전문가 조지 블랙번 박사는 "키, 몸무게의 상관표에서 비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의학적, 신체적, 심리적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비만으로 힘든 많은 사람들은 체중의 10%만 줄여도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비만 관련 질병의 위험을 없앨 수 있다. 이 정도의 감량은 식사량을 줄이지 않고, 하루 한 시간 정도의 운동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직 S라인을 위한 다이어트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가장 큰 문제는 상업적 다이어트의 주 수요자가 여성이며,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과도한 살빼기는 물론이거니와, 외모지상주의에 여성이 편승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가치가 왜곡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의 역사적 사실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것은 여성이 남성의 기득권 아래 그들이 원하는 것을, 또는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외모 억제의 방편인 측면이 적지 않았다. 기아인구 10억명을 구제할 수 있을만큼의 비용을 쏟아붓는 다이어트 열풍. 이제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짚어 볼 일이다.

왜곡된 미의 기준이 여성의 삶을 '조이다'
개미 허리 만들려고
철제로 만든 코르셋으로
숨막힐 정도로 조여
손바닥보다 작은 발로
뒤뚱거리는 모습은
남성의 성적희롱 대상



◆백치미가 대세- 유럽의 코르셋

‘더 조여라, 조여라’. 15세기 무렵의 유럽의 사교계에선 아름다움의 기준이 온통 '개미 허리'에 쏠렸다. 르네상스와 맞물리면서 자기 표현의 욕구가 강해지고, 억압된 중세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여성의 허리 조이기에도 반영되었다.

이 때 등장한 최초의 보정 속옷이 바로 '코르셋'이다. 초기 코르셋은 철제를 사용해서 만들어졌는데도, 여성들은 가는 허리를 위해 무모하리만큼 그 무거움을 감당했다. 이 후 무거움이 줄고 아무리 잡아당겨도 잘 끊어지지 않는 고래 수염이나 고래뼈가 사용됐다. 너무 심한 압박으로 인해 여인들은 호흡 곤란에 시달렸고, 장기를 억누르는 코르셋 때문에 질병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1800년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는 여성의 청순미가 강조되어 매우 심한 허리 라인을 유지하도록 강요해 현기증으로 쓰러지는 여인들이 많았다. 그렇게 우회적으로 표현된 창백한 섹시미는 그 당시 남성들의 로망이 되기까지 했다. 이것은 남성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왜곡됐음을 지적할 수 있는데, 겉으로는 섹시해 보이면서도 내면은 순수하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욕구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허리 조이기'는 단순히 예뻐보이려는 여성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권력을 쥐고 있던 귀족 남성들과 부합하여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키고자한 여성들의 야망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현상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기류를 잘 활용한 '퐁파르드' 부인은 18세기 패션 아이콘으로서 루이 15세의 정부로 19년 동안이나 왕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잘록한 허리의 표상이었으며, 볼록한 가슴을 강조한 옷을 즐겨입고 창백한 얼굴을 지닌 그는 미모뿐만 아니라, 예술에도 조예가 깊어 예술가들과 계몽주의 학자들을 후원했다. 퐁파드르 부인은 자신이 지성인으로 남겨지길 바랬지만, 사교계의 꽃이었던 그는 후세들에게 아름다운 옷과 외모 가꾸기의 달인으로 남았다.

지금 세계 패션계에서는 퐁파드르 패션이 다시 리메이크되고 있다. 가수 비욘세, 공효진, 손담비 등 국내외 스타들이 그의 외모 가꾸기를 따라하고 있다.
◆금련화의 비극- 중국의 전족

학대할수록 사랑받는 기이한 풍습이 중국을 1000년 동안이나 지배했다. 바로 '전족'이다. 전족은 송나라 무희들에게서 시작되어 상류층 부녀자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미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전족을 한 여인은 상류층, 하지않은 여인은 천민으로 구분될 정도로 사회를 지배하는 풍습이 되었다.

전족은 발을 작게 만들수록 사랑받는 미인으로 대우받았던 것으로 발이 성장하지 못하게 묶어서 썩고 아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만들어졌다. 발이 작을수록 시댁이 달라졌기 때문에 아이를 사랑하는 어머니일수록 더욱 세차게 조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10cm가 채 안 되는 몽땅한 발로는 걷기도 힘들고 집안 일조차 할 수 없어 늘 하인들이 부축하지 않으면 외출도 할 수 없었다. 심한 경우는 집에 화재가 나거나 지변이 생겨도 피할 수가 없어서 목숨을 잃는 일도 다분히 있었다고 한다.

이 전족이 무엇보다 문제가 된 것은 당대 남성들의 성적 희롱거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발이 아파 비명을 지르며 뒤뚱이는 여성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즐거워했고, 땅바닥에 콩을 뿌려두고 걷게 하기, 금련화(전족신발) 속의 썩은 냄새 맡기 등 기행적인 행위를 일삼아 여인들을 전족의 노예로 삼았다. 여성의 신체를 학대하는 것을 미의 기준으로 삼았던 이 기나긴 악습은 중국 모택동의 등장과 함께 비로소 사라졌다.
지금 세계는 과도한 다이어트 광풍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기준 체중의 85%를 밑도는 것은 더이상 다이어트라고 말할 수 없다. '몸'이 자신의 상품가치가 되고 이것이 사회적인 인정을 받는 도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 사람의 능력을 '시각적인 편견'으로 판단하는 것은 기형적 사고를 가진 사회이다. 또한 외모지상주의가 다이어트를 부추기는 사회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왜곡된 시대가치의 다이어트가 먼저 이루어질 때, 내면의 허상이 줄고 진정한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이은선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