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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감정의 일렁임 그것이 '힐링' 이다

따뜻하다·푸근하다 'TV 속 착한 작품들'

따뜻한 인간미·동화 이미지
현실과 가까운 우리 이야기
막장·반전에 열광하는 요즘
대중매체 '느림의 미학' 통해


현대의 일상은 속도전이다.

누가 얼마나 빨리 달리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기도 하고 그 달음박질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기도 한다. 또한 인간 감성의 지표인 문화는 점점 자극적이다. 이것도 경쟁과 무관하지 않기에 빛의 속도를 따라 쉼없이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듯 숨가쁘게 달려간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웬만한 것에는 쉽게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더 강렬하게 자극하는 오감 만족을 요구한다. 그래서 막장과 반전에 열광한다.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그럴수록 우리의 머리와 가슴은 '쉼'을 원한다. 어려운 현실의 벽을 긍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 따뜻한 동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마음의 푸근함을 허락하는 느림의 미학을 대중매체를 통해 실현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자극적 요소를 허락하지 않는 대중적 '착한 작품'들이다.



종전의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비롯한 '헬로우 고스트' '완득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이 이에 속하며 드라마로는 최근 종영된 '골든 타임'을 말할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1박2일 시즌2'를 꼽을 수 있다.

이 작품들 속엔 따뜻한 인간미가 넘친다. 동화적 이미지를 주면서도 현실과 매우 가까운 이야기이다. 주인공에겐 뛰어난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소시민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들 작품들은 풍성한 사랑을 받았다. 순기능의 작품들은 잔잔한 감동 속에 관객들로 하여금 진실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기에 소리없는 응원의 함성이 이어진다.

◆과장된 표현없이 '골든타임'

얼마 전에 종영된 의학드라마 '골든타임'은 여러 가지 의미에 있어서 새로운 형식을 추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암투와 영욕에 대한 대립이 여기엔 없다. 미친듯이 수술실을 누비는 천재의사도 없다. 뚜렷한 악역도 없고 시청률 조미료와 같은 러브라인에도 몰두하지 않는다. 요즘 드라마치고 성공적 요소들을 과감하게 빼버린 담백하기 그지없는 드라마다. 유일하게 숨가쁘게 돌아가는 것은 드라마 무대인 응급실 뿐이다. 그 전쟁터 같은 애피소드에 인물들은 자연스런 소품이 된다. 그래서 드라마틱하기 보다는 픽션의 틀을 차용한 현실 세계를 무공해 음식처럼 조리해 나간다. 그런데도 시청률은 부동의 1위이고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연장 방영까지 이루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평범한 일상의 짜릿함을 보여준 수작이었다. 관객은 미디어를 통한 감정이입이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삶으로의 연결이 빠르다. 차인표가 토크 프로그램에 나온 후에 결연 후원자가 짧은 시간 안에 만 명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미디어의 순기능인 것이다. 간접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면 정서적 힐링이 발생하게 된다.

◆긍정적 치유 '완득이'

영화 '완득이'는 한국에서 '2011년 좋은 영화'에 선정되었다. 좋은 환경 좋은 부모 학습적 동기 등 성장기 청소년에게 필요한 중요한 것들을 하나도 같지 못한 주인공 '완득이'.

하지만 영화는 코믹하면서도 순수하게 완득이의 늪에서의 탈출기를 그려내고 있다. 척추 장애를 가진 아버지 언어장애를 가진 삼촌 뒤늦게 나타난 필리핀 어머니. 완득이에겐 어느 것 하나도 녹록한 현실이 없다. 이런 완득이에게 이상한 멘토 노릇하는 동주 선생이 있다. 완득이를 불쌍히 여기고 따뜻하게 돌봐 주는 것이 아니라 사사건건 부딪힘으로 일관한다. 그러나 거기에 바로 응어리진 완득이의 마음을 끄집어내는 힘이 있다. 당면한 모든 문제들을 피하지않고 정면돌파할 수 있는 용기를 부여해 준다. 가정환경이 불행하다고 해서 가출을 하거나 피부색이 다른 어머니를 거부하며 반항하지도 않는다. 완득이에게 있는 따스한 품성이 모든 것을 품게 한다. 여기에 나오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일탈적인 행동으로 출구를 찾진 않는다.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정과 상황의 거품을 걷어내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이 큰 정서적 동요없이 잔잔히 그리고 유쾌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착한 TV는 '긍정의 치료제'
등장인물의 태도·외모·표정에 의해
자신의 내면 대한 각성 뚜렷·확실해져


◆사랑과 회복의 울림

영화 ‘헬로우 고스트’ 역시 가족의 끈끈한 사랑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평생 혼자라는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다 수많은 자살을 시도했던 ‘상만’이란 주인공에게 교통 사고로 죽은 가족들이 귀신으로 나타나 그의 자살을 막아준다. 그리고 그에게 뚜렷한 삶의 의지가 생길 때까지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의 가장 감동적인 반전은 영화 끝머리에 나타난다. 울보 여자 귀신이 상만을 위해 마지막 만찬을 준비했는데, 미나리가 들어있는 김밥을 한 입 베어문 순간 그 맛이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준 김밥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비로소 그는 그 귀신들이 모두 자기를 끔찍히도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아마 이 장면에서 폭풍 눈물을 흘리지 않은 관객은 없었을 것이다. 내용상으로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영화가 부여하는 진실의 감동은 결코 작지도 않고 허구도 아니다. 날로 늘어가는 자살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도 하고, 자식이 부모를 상해하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한 요즘 세태에서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회복할 있는 강한 울림이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을 맡았던 차태현은 특유의 밝은 이미지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도 또한번 따끈따끈한 정감의 파티를 보여주었다. 탐관오리를 혼내주고 목마른 백성들에게 얼음을 나눠주기 위해 뭉친 도둑들은 영화관 안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유쾌한 도둑질을 시작한다. 누가 주인공이라 할 것 없이 다같이 주인공이다. 그 안엔 우정도 있고, 사랑도 있고, 배려가 있으며 해학이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면서 훈훈하다. 신경을 곤두세우는 날카로운 선악의 대립 없이도 거뜬히 500만을 넘었다.

◆'섞음'의 미학 ‘1박2일 시즌2’

강호동이 떠난 1박2일이 잠시 주춤했었다. 시즌2를 시작하면서 저조한 시청률과 강력한 캐릭터의 부재를 지적 받으며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하지만 맴버들은 기꺼이 몸을 던져 예능의 본분에 충실했고, 서서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요즘 1박2일은 마치 ‘바보들의 행진’같다. 각 분야에서 전문 연예인으로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데도, 과감히 그 이미지를 내려놓고 ‘섞음’에 몸바친다. 올챙이 예능인들이 단합하며 훈훈한 힘을 발휘한다. 과장된 목소리와 거친 캐릭터없이도 순풍에 돛을 단다. 스텝진과 출연진의 구도도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시즌1의 팽팽한 구도의 긴장감은 덜 하지만, 굳이 스텝진이 강자, 출연진이 약자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출연진에게 허당으로 보이는 제작자의 모습이 더 친근하고, 이런 부족함을 만회하기 위해 기발한 게임을 부지런히 만들어내는 모습들이 더 참신하다. 튀는 캐릭터없이도 잘 뭉치고, 그러면서도 익살스런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노력은 풋풋한 감동이기도 하다.

◆착한 프로그램이 주는 긍정의 치유

대중 매체의 프로그램들은 사회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관객들은 등장인물의 태도, 외모, 표정이나 행동 등에서 친밀한 교감을 느낀다. 그들이 관객을 감동시키면 내부의 무엇이 감지한 것에 울림을 가져온다. 관객의 정서적 반응이 강할수록 자신의 내면에 대한 각성은 더 뚜렷하고 확실해진다. 영화치료의 권위자인 ‘비르기트 볼츠(Birgit Wolz)’는 “사람들은 등장인물의 시련을 관찰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지고 내면의 어떤 압박감이 사라지게 되며, 생각의 초점이 바뀌는 현상을 겪게 된다. 등장인물이 때때로 고뇌의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깊은 깨달음과 희망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상황의 모델과 갈등 극복 과정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정서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 관객이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화면에 노출될수록 정서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그러므로 긍정적 해결 과정을 제시하는 프로그램들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정서 순화기능이다.

미국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는 유전적인 위험요소가 있더라도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공포, 비애, 분노와 같은 부정적 정서는 외부 위협에 대한 1차 방어선으로서 전투 자세를 취하게 만든다. 이런 경향에 대해 미시건 대학의 ‘프레드릭슨(Fredrickson)’교수는 “긍정적 기분이 충만할 때 우정, 애정, 유대감이 돈독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정적 정서에 휩싸일 때와는 달리 정신 작용이 활발해지고 인내심과 창의력도 커진다. 그런 만큼 새로운 생각과 낯선 경험에도 마음을 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순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힐링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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