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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 성숙한 한국 문학, 이젠 세계인의 유산"

올해로 20회째를 맞은 한무숙 콜로퀴움(학술제)이 지난 13일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렸다. ’세대적으로 본 한국현대문학 1세기’를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제는 김영기 조지워싱턴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했다. 또한 오세영, 오정희, 이혜경 작가와 최경희 시카고대 교수, 김영희 하와이대 교수, 테드 휴스 콜롬비아대 교수, 이지은 워싱턴세인트루이스대 교수, 류영주 미시간대 교수가 참석, 주제 발표 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요 발표 내용을 지면에 소개한다. <편집자주>

“억압 속에서 성숙한 여성문학”
김영희 하와이대 교수

 김영희 교수는 비극적인 근현대사를 거치며 성숙되고 자각해온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세계와 특징을 시대순으로 설명했다. 특히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과 유신독재를 거쳐 민족이 핍박 받던 시기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던 여성들이 문학을 통해 적극적으로 시대의 비극을 반영하고 사회부조리에 저항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 시대상을 반영한 한무숙, 강신재, 박경리 작가에서부터 한국전쟁과 유신독재의 비극을 그린 박완서, 오정희, 강석영 작가를 거쳐 최근 여성의 역할변화와 여성성을 반영한 이혜경, 신경숙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 여성 작가들의 계보와 이들이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김영희 교수는 "시대가 변하면서 그동안 억압되어온 여성들이 목소리가 폭발하고 있으며 이것이 문학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검열은 자유 뺏는 폭력”
최경희 시카고대 교수

 
 최경희 시카고대 교수는 시대의 비극과 참상을 반영한 한국현대문학이 일제강점기부터 군사독재정권에 걸쳐 얼마나 핍박받고 억압되어 왔는지 시대별로 행해진 검열과정을 통해 적나라하게 설명했다. 우선 상록수의 작가로 잘 알려진 심훈의 일제 강점기 작품활동을 통해 출판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일제의 사전검열을 통해 제제당하고 표현의 자유가 철저히 유린당했던 현실을 소개했다. 검열 후 삭제당해 곳곳이 비어있는 작품의 원본사진 등은 당시의 시대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또한 이러한 억압이 군사독재 정권을 통해 이어졌다는 점을 덧붙였다. 특히 군사독재시절 정부기관의 사전검열 후 대통령과 정부의 입맛에 맞게 수정 된 신문의 원본과 수정본 사진은 해방후에도 여전히 표현의 자유가 보장받지 못했던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현실을 보여줬다. 최경희 교수는 "문학은 자유를 찾는 것인데 이것이 억눌린 채 작품활동을 해야했던 작가들의 고통 속에서 우리 문학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문학은 근현대사의 살아있는 교과서”
테드 휴스 콜롬비아대 교수

 테드 휴스 교수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그린 사진들을 소개하며 전쟁과 비극의 역사가 한국의 여러 예술 부문, 특히 문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했다. 특히 전쟁 속에 희생당한 군인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이 이념적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한국 문학을 통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현되어 왔는지 설명했다. 여기에 자신들과 타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역사적 비극속에서 온 고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한국 작가들에 대한 높은 평가와 존경을 나타냈다. 테드 휴스 교수는 특히 "한국의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 오정희 작가의 작품은 정말 경이롭고 놀랍다"며 "이러한 작품들이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소개된다면 한국 문학의 가능성과 경쟁력은 무궁무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대적 요구로 정치성 띈 한국문학”
오세영 작가(서울대 명예교수)

 오세영 작가는 역사와 시대를 반영하고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한국 현대문학의 특징과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근현대 시를 예로 든 오세영 작가는 근현대시의 유형을 정치수단의 반영, 현실옹호, 현실거부로 나누며 정치적 수단, 사회적 도구로 이용되어 온 한국현대문학의 현실을 보여줬다. 서정주, 김춘수 등 민족적 저항을 다룬 시인들이 일제에 의한 핍박을 직접 경험한 데서 정치적 의미를 띄기 시작했다며 당시 저항적 문학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상을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중 문단과 독자들의 가치평가가 작가의 정치의식에 바탕을 두는 쪽으로 변형되어 항일저항시, 반독재, 사회고발, 사회비판시가 무조건 훌륭하다는 선입견이 생겼다면서 언어적 전달이라는 시의 본질이 훼손되어 왔다는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세영 작가는 문학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인간과 인간의 관계라는 넓은 측면에서는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면서 지적한 내용은 "이러한 넓은 의미의 정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상처 치유하며 보편적 가치 표현”
오정희 작가

 오정희 작가는 한국 현대문학이 어떻게 시대상을 반영하게 됬는지 자신의 경험과 작품세계를 통해 설명했다. 어린 시절 걸음마를 뗄 무렵 발발한 한국전쟁이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전쟁의 기억, 전후의 불안속에서 절망과 고통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이 작품활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린 시절 언덕위의 교회를 다니며 기도 외엔 탈출구가 없던 사람들의 절망과 고통을 직접 보고 느끼며 작가로써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졌다고 했다. 어릴전 전쟁에 대한 경험으로 인해 비극적인 세계관을 표현해왔다는 오정희 작가는 "작가에게 글을 쓴다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며 보편성을 획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유롭게 쓸 때 진정한 나를 찾아”
이혜경 작가

 이혜경 작가는 '국경없는 시대 한국문학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혜경 작가는 "한국 문학이 강물이라면 나는 그 강가의 모레알에 불과하다"며 자신이 식견을 바탕으로 설명하기에 한국문학은 너무나 광범위한 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솔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역사와 비극에 초점을 맞춰온 한국 문학이 올림픽 등을 거치고 해외와 교류하며 얼마나 급속도로 변화해 왔는지 설명했다. '해외 유명 작품들이 가장 많이 번역되어 소개되는 국가이면서도 해외에 그 문학이 가장 덜 알려진 국가'라고 한국의 문학적 불균형을 지적하며 이러한 이유로 다른 언어로 번역하면 그 맛이 죽어버리는 한국어의 특수성을 들었다. 갈수록 늘어가는 서구적 표현, 영어식으로 변형된 우리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이혜경 작가는 "국경을 드나들기 쉬워졌다는 것은 타 문화를 이해하고 고유 언어, 정체성 또한 이동하기 쉬워졌다는 것"이라며 "국경없는 시대에도 균형잡힌 시각으로 쓰고싶은 것을 중압감 없이 자기방식대로 쓸 때 비로소 한국 문학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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