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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투산 치리카후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 중 하나
돌고 돌아 비경·바위 위에 바위 절묘함
인근에 옛 '지하 핵무기 발사 기지'
황량한 벌판에 하얀 비둘기같은 성당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밤을 도와 달렸다. 목적지는 윌콕스(Wilcox). 애리조나 제2의 도시 투산을 지나 80마일 쯤 더 동쪽에 있는 소읍이다.

새벽 5시30분에야 예약된 숙소에 도착, 여장을 풀었다. 찌뿌드드한 몸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곧 바로 산행에 나섰다. 일행은 모두 49명. 체력에 자신 있는 사람은 1진, 왕복 8마일을 걸어야 한다. 2진은 비교적 쉬운 코스. 그래도 2~3시간 하이킹이다. 목표는 치리카후아(Chiricahua) 산. 한글로 된 어떤 여행 안내서에도 나와 있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겐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 100곳’으로 일컬어지는 장소란다.

버스에서의 토막잠으로 이미 바닥난 체력이지만 그래도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산을 오른다. 금세 탄성이 나오기 시작한다. 한 구비 돌면 비경이요 한 고개 넘어서면 또 다른 선경이다. 바위 위에 또 바위. 아슬아슬 떨어질 듯 날렵하게 걸쳐있는 자태에 숨이 멎는다. 2500만년 전 쌓인 화산재가 수천만년 풍상을 겪으며 만들어낸 조화다. 천하절경 금강산 만폭동이 이럴까. 550마일을 달려온 수고가 한 순간에 날아간다.

아파치 인디언의 한 부족이 의탁했던 곳이라 한다. 그들의 전설 한자락이라도 찾아보려 바위 속을 헤매며 8시간을 걸었다. 발은 부르트고 몸은 지쳐오지만 왠지 정신은 자꾸 더 맑아만 진다. 오래 오래.

이튿날은 투산 남쪽 20마일쯤 떨어진 곳, 지하 핵무기 발사기지를 찾았다. 공식 명칭은 타이탄 미사일 뮤지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600배 위력을 가진 타이탄2 핵미사일이 전시돼 있는 곳이다. 냉전시대 땐 미 전역에 이런 발사기지가 54곳이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폐쇄되고 이곳만 남아 한 시대를 증언해 준다.

모든 시설은 땅 속에 있다. 긴장하며 내려가 본다. 8피트 두께의 콘크리트 벽과 30센티는 족히 돼 보이는 겹겹의 철문들이 핵의 가공할 위력을 웅변한다. 10월 26일로 예정된 한국의 나로호 인공위성 발사가 떠올랐다.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이나 로켓발사 기술이 좌우한다. 일본은 이미 위성 강국이다. 중국도 70년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이래 이미 유인 우주선 시대에 돌입했다. 북한조차 대포동 미사일로 세계를 위협한다. 우리도 경제적 파급효과나 군사안보 측면에서 로켓 기술 개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수십년 전 용도 폐기된 미국의 구형 미사일을 보면서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디디려는 한국 위성의 성공을 염원해 본다.

이어 들른 곳은 샌 호비어 성당(San Xavier del Bac Mission)이다. 처음엔 ‘샌 재비어’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입을 오무리고 혀를 굴리며 ‘샌 호비어’라고 발음해 주었다. 황량한 애리조나 벌판에 하얀 비둘기처럼 우아하게 솟아 있는 이곳은 200여년동안 이 지역 인디언들과 함께 해 온 유서 깊은 사적지다. 마침 일요일이어서 인디언 후예들, 또 멕시코계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미사를 드리고 있다. 그들 틈에 묻혀 잠시 나도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을 빌어본다.

가을 해는 뜻밖에도 길지가 않다. 오후 일정을 위해 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다. 다음은 투산의 숨은 보석 인터내셔널 와일드 뮤지엄. 지구상의 거의 모든 동물들을 박제로 만들어 전시해 놓은 곳이다. 나비, 곤충은 물론 유니콘, 용, 반인반마 등 상상 속 동물 모습까지 재현해 놓았다. 동행한 여행전문가 김평식씨는 수많은 박물관을 가봤지만 이곳만큼 다시 와보고 싶은 곳도 없다며 극찬한다.

이곳에서 10여분이면 닿는 소노란 사막(Sonoran Desert)의 사구아로 선인장(Saguaro Cactus) 국립공원도 빼놓을 수 없다. 굵은 삼지창같기도 하고 사람이 두 팔 접어 뻗어 올린 것 같기도 한 거대한 이 선인장은 애리조나의 상징이다. 최근엔 그랜드캐년을 밀어내고 애리조나주 자동차 번호판 배경 그림으로까지 등장한 선인장을 직접 대면하는 기쁨은 결코 작지가 않다.

애리조나는 그랜드캐년, 세도나, 모뉴먼트 밸리 등으로는 이미 한인들에겐 친숙한 땅이다. 하지만 남쪽 10번 길 쪽은 아직도 낯설다. 수요자연산악회와 동행한 이번 여행은 그 낯섦을 따라간 여행이었다.

LA에선 차로 근 8~10시간 거리. 3박4일이어도 오고 가고 하루씩 빼면 이틀밖에 둘러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여행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많은 것들이 그곳에 있다. 차 안에서의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보낼 자신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한 곳이다. 더 자세한 정보는 여행등산전문가 김평식씨에게 문의하면 된다. (213)736-9090

글·사진=이종호 기자

◆수요자연산악회는…

‘배움과 나눔, 더불어 자연’을 모토로 한 연합 등산여행 동호회. 김중식씨가 회장, 장준기씨가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수요산악회 180여명, 자연산악회 120여명의 회원이 있다. 매주 수, 토요일 산행을 하며 1년에 3~4회 함께 원거리 산행도 한다. 등산로 청소, 지역 노인 무료 식사대접 등 커뮤니티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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