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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이 체질에 맞지 않아왔는데, 내시경 검사를 했더니…

김창엽 기자의 귀연 일기(42)

얼마 전 받은 내시경 검사의 최종 결과가 나왔다. 의사의 예상대로 위장에 좀 문제가 있다는 거였다.

당시 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 위 세포를 떼어내 추가로 조직검사를 했는데 '장상피화생'이 확인됐다는 통보였다. 장상피화생은 의사 말에 따르면 문자 그대로 장의 껍데기처럼 위 점막이 변해가는 증상이다. 그 자체로 큰 문제라기 보다는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게 무엇보다 염려인 증상이다.

두어 주 전의 내시경 검사는 원래 대장에 이상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받은 거였다. 아랫배가 좀 불편하기도 했던 데다가 어머니가 지난 겨울 대장암 수술을 받는 등 가족력도 의심돼 차일피일 미루다가 병원을 찾았었다. 헌데 대장 내시경을 하는 김에 위장까지 같이 보자는 의사의 권유로 위까지 함께 내시경 검사를 받았었다.

이번 내시경 검사를 통해 정작 대장은 이상이 없고 예기치 않았던 위장 트러블을 확인한 꼴이 됐다. 의사는 "매년 위 내시경을 해야겠다"고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당장 크게 불편한 데가 없어 심각한 느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번 검사결과를 계기로 먹을 거리와 식습관에는 좀 변화를 줘 볼 생각이다. 위장이라는 게 먹는 음식과 먹는 습관에 직결될 수 밖에 없는 장기이기 때문에 변화를 도모해보는 것이다.

일단 제빵 기계를 하나 주문했다. 내 경우 아주 오래 전부터 밥보다 빵이 소화가 잘 됐다. 주변 사람들은 미국생활을 오래해서 그렇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미국생활을 하기 훨씬 전부터 빵을 먹는 게 속이 편했다.

어렸을 때부터 쌀밥을 세끼 연속해 며칠 동안 계속 먹으면 위가 타는듯한 느낌이 오곤 했었다. 헌데 미국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쌀밥 대신 다른 걸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미국에 머무르는 10년 남짓한 기간에 위가 불편하다고 느꼈던 경험은 거의 없었다.

개인적 체험을 기준으로 한다면 쌀밥 중심의 한식은 하루 세끼 가운데 한끼 정도의 비율로 먹을 때 소화가 가장 좋다. 그 다음으로 선호하는 게 '한식 두 끼+ 다른 나라 음식 한끼' 조합이고 세 번째는 한식 아닌 다른 나라 음식으로만 하루 세끼를 때우는 거다. 제일 속이 거북하고 몸도 편치 않은 게 하루 세끼를 모조리 한식으로 먹는 것이다.

가정용 제빵 기계를 들여놨으므로 내년에는 땅뙈기가 좀 확보되면 밀이라도 심어볼까 하는 생각이다. 요즘 한국에서 팔리는 제빵 기계 가운데는 쌀가루로 빵을 만드는 것도 있는데 쌀은 나하고 별로 친하지 않은 거 같아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빵 그 자체만 주로 먹어서는 영양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당근 같은 채소도 좀 많이 심어 '당근 빵' 등도 자주 만들어 볼 계획이다. 의도적으로 육식은 피하고 있는데 사실 고기가 잘 받는 체질이어서 매번 식탁에 고기가 올라오면 속으로 갈등을 하곤 한다.

육식을 피하려는 건 살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아서이다. 요컨대 몸은 고기를 원하고 머리로는 고기를 가능한 먹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하는 일종의 모순상태이다. 육식을 피할 수 있는 완전한 대안은 아니지만 닭을 키워 달걀을 좀 내먹는 선에서 타협해볼까 궁리하는 중이다.

알을 우리 가족에게 뺏겨야 하기 때문에 닭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기도 하지만 뾰족한 다른 수가 보이지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기까지 한 요즈음 내년 먹을 거리 생산 계획에 머리 속만 쓸데없이 분주하다. 자급자족이 이곳 이스트 밸리로 들어올 때 최대 목표였으므로 어떻게든 흉내라도 내볼 심산에 마음만 바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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