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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감독 수난시대와 김시진 감독

요즘 프로야구 감독들이 연이어 경질되는 일이 벌어져 팬들에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달 한화 이글스 한대화 감독에 이어 넥센 히어로즈의 김시진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잔여경기 15 게임을 남겨 놓고 갑자기 옷을 벗었다. 마치 천하를 통일한 유방이 일등공신인 한신을 쫓아내듯이 말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성적 부진이라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넥센은 전반기 들어 팀 순위가 3위까지 올라가면서 파란을 불러일으켰고 유망주들이 꾸준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든 팀이었다. 장기레이스 경험 부족과 얇은 선수층 때문에 리그 후반부터 팀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시즌 마감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감독을 경질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다 쓰러져가는 팀을 절치부심해서 오늘의 넥센을 만들어 놓았는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적만으로 감독의 자질을 평가하는 구단의 조치는 팬들의 비난을 비껴갈 수 없을 것이다.

 한국야구 최고의 투수 조련사로 불리며 현대 유니콘스 왕조를 이끌어낸 공신으로 평가받은 김시진 감독은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던 현대의 어려운 사정에도 감독으로서 팀을 맡아 선수단을 잘 이끌었던 인물이었다.

 2009년 현대 유니콘스가 넥센 히어로즈로 팀이 바뀐 후 감독을 맡았고, 팀 성적은 최 하위권이었고 선수들의 연봉은 바닥까지 내려간 어려운 사정과 타 구단에서 좋은 조건으로 감독으로 오라는 부름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같이 했던 선수들을 위해 넥센을 떠나지 않았던 의리의 사나이이기도 했다. 이런 김시진 감독의 갑작스런 경질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아오고 있다. 선수단 분위기가 크게 흔들리고 있음은 물론이고 팬들의 반발 또한 엄청나다.

 우선 태평양 돌핀스 시절부터 사제지간으로 절친한 사이인 정민태 투수 코치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사임하겠다고 구단에 통보했다. 김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에서 투수코치로 활동할 때 정민태가 부상에서 재활을 거쳐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정성을 다해 도와주었던 스승이다. 김성갑 수석코치 역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돌면서 남은 경기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를 고민했다”고 자신의 찹찹한 심경을 털어 놓았다.

 감독대행이라는 호칭을 극구 사양하면서 시즌이 끝나면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다. 선수들 역시 미안한 마음은 같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투수들은 더욱 그러했다. 전날 경기에서 사사구를 무려 13개를 내주며 상대 팀에게 승리를 헌납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과 정 코치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사사구인데 그것도 무려 13개라는 기록적인 수치로 경기를 내줬기 때문이다.

 넥센은 김성갑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하며 남은 시즌을 마무리한다고 하지만 김성갑 코치가 흔들리는 선수단의 분위기를 얼마나 잘 수습하며 남은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단의 임기응변적이고 근시안적인 운영이 한국프로야구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문제점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감독의 권위가 가벼워지면 소신 있게 팀을 이끌어 나가기가 어려워짐은 불을 보는 듯이 자명한 이치이고 나아가 한국야구의 저해요소만 될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정계에서 흔히 일어나던 ‘토사구팽’하는 일들이 야구계에 까지 자리매김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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