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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저 높은 하늘에 홀로 떠있지만…이들은 우리 옆에 '인생'으로 함께 한다

안방극장 점령한 아줌마와 아저씨들

브라운관의 주인공이 톱스타여야만 한다는 공식은 이제 깨졌다. 예전 이동통신의 광고에 배우 '전원주'가 지붕 위에 안테나를 들고 나타났다. 오랜 연기 인생을 가정부나 무수리로 일관했던 그녀에겐 파격적인 일이었다. 짤막한 몸집으로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작은 '별'들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켜지기 시작했다.

연기력이 부족한 주연의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투입되었던 조연들이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명품 조연'이란 타이틀을 달게 됐고 급기야 조연이 주역을 맡는 파격 캐스팅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젊지도 않고 비주얼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다만 감칠맛 나는 연기로만 승부한다. 그런데 '통했다'. 짜임새있는 대본과 과감한 제작 기술이 보태지면서 밀도있는 연기력이 필수가 되었다. 시청자의 눈은 한껏 높아져 연기의 완성도가 높다면 스타가 없는 드라마도 과감히 선호한다. 진정성이 문화의 다양성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소박한 배우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니 이 또한 유쾌하지 아니한가.

'명품 배우'란 이름을 달기까지 그들의 삶엔 진한 '소금기'가 있었다. 가난한 연극쟁이를 고집하느라 눈물 젖은 빵으로 연명한 긴 시간들은 그들에게 '명품 발효'의 계기가 되었다. 뚜껑을 열고 화려한 조명 아래로 뛰어들었을 때 그들은 곰삭은 장맛으로 카메라 앞을 누볐다. 처음엔 자투리 배역에 만족하면서 드라마와 영화의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들의 배역은 주로 건달이거나 웃음을 주는 익살스런 인물이 많다. 좀 과장된 듯한 인물을 연기해야하기 때문에 주역다운 진정성있는 연기를 보여줄 기회는 적어서 조연이 주연으로 가는 길은 좀처럼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빈약한 대본과 어설픈 연기력의 톱스타를 기용한 드라마도 실패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제작자들이 모래 속의 보석같은 배우들을 발굴해 내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평범한 얼굴로 다양한 연기를 소화하는 이들의 매력은 수많은 제작자들과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러브콜을 받게됐다. 원톱이 아니었더라도 극이 진행되면서 투톱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를 포함해서 주연 못지 않은 조연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이들은 빅스타들에 비해 비교적 안티도 적고 코믹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로 인해 더 사랑받고 있다.

조연으로 시작해서 이젠 주연으로 탄탄히 자리를 잡아가는 대표적 배우로는 '추적자''의 손현주를 꼽을 수 있다. 생활연기의 달인인 손현주는 주로 능청맞고 익살스런 이미지가 강했는데 추적자를 통해 엄청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이 드라마가 주목받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스타없이도 굵직한 배우들의 소름돋는 연기력에 힘입어 높은 시청률로 종영됐다. 한국의 '리암 니슨'으로 극찬을 받은 손현주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처절한 애정과 날카롭게 번득이는 복수의 눈빛을 치열하게 그려낸 그의 연기는 너무도 리얼했다.

이 드라마에서는 손현주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표정연기가 압권인 김상중과 권력의 암투를 징그러울 정도의 연륜으로 표현하는 박근형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배우가 얼굴의 주름 근육 한 올 한 올에도 연기를 담는 모습엔 감탄이 절로 흘러 나온다. '추적자'는 '명품 배우'가 만든 '명품 드라마'이면서도 스타성 드라마를 기웃거리지 않고 단호히 '추적자''를 선택한 '명품 시청자'들의 드라마였다.

곱슬머리를 홀랑 올백하고 가볍게 깐죽대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이성민'이 '골든 타임'에서 당당히 주인공이 되었다. 그가 '더킹 투하츠'에 등장했을 때는 캐스팅이 잘못 됐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이었다. '파스타'나 '브레인'의 외과 과장이 보여준 이미지와는 너무도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보기좋게 성공했다. 그 여세를 몰아 7kg을 감량하고 '골든 타임'에 입성했다. 이선균이 주연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그의 신들린 연기는 화면을 압도하며 빠져들게 한다. 그가 의사인지 연기자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그 동안 주인공을 괴롭히는 비호감 악역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그였기에 '골든 타임'에서의 모습은 새로운 연기파 배우의 재발견이다.

'추적자'나 '골든 타임' 두 드라마 모두 한류스타나 아이돌이 출연하지 않고도 인상깊은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불혹의 나이를 넘겨서야 주연을 맡고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저씨들의 반란. 오직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진짜 배우들이기에 그들의 성공은 마땅하다. 작품을 살아나게 하는 명배우로 거듭난 손현주 이성민. 그들의 유쾌한 전성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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