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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한용덕 감독 대행 '겸양의 미덕'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팔도 인물에 대한 평을 해보라는 어명을 받고 전국 8도 사람들에 대한 인물평을 했는데 충청도 사람에 대한 평을 이렇게 했다.

청풍명월(淸風明月)이다. 다시 말해 맑은 바람과 큰 달처럼 부드럽고 고매하다고 충청도 사람을 평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충청도 사람을 양반이라고 불렀다. 물론 충청도 사람들 모두가 양반은 아니지만 그들의 성격이 모가 나지 않고 곧은 이유에서 그랬을 것이다.

 얼마 전 한대화 감독이 한화 이글스 감독직에서 물러나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 중에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한용덕 감독 대행의 선임 감독에 대해 파격적인 예우를 갖춘 훈훈한 이야기이다. 감독대행을 맡은 후 첫 경기를 치른 한 감독 대행은 경기 내내 서있었다. 이전까지 한대화 감독이 앉아 경기를 지휘하던 의자는 주인이 없이 비어 있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서 있는 한용덕 감독의 이런 모습은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감독이 앉는 의자에 앉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유는 전 감독에 대한 전관예우의 의미다. 당연히 전 감독을 배려하는 그런 게 있어야 한다.

한 감독은 앞으로 남은 시즌 동안 그 의자에 앉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넘겨받기는 했지만 전 감독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감독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 전부터 선수들이 훈련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의 삼분의 일을 서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자리다툼을 위해 정도전의 말과 같이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 밭에서 개같이 맹렬히 싸움)가 만연한 사회에서 밝은 달빛 아래 맑은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만약에 내년 시즌에 그가 정식으로 한화의 수장이 된다면 김인식 감독의 뒤를 잇는 덕장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한용덕은 충남 대전 출신으로 한대화 감독과 같은 고향 선후배 사이다. 충남중을 거쳐 천안 북일고를 거쳐 동아대에서 1학년 때까지 투수로 활약하다 한국야구의 오랜 병폐인 선배들의 지독한 체벌에 시달리다 야구를 포기하고 트럭운전 기사, 리어커를 끌기도하고 전화기 판매도 해봤다.

 그러나 어느 날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다시 찾게 되었고 북일고 은사인 김영덕 감독을 찾아가 야구를 다시 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연습생으로 배팅 볼을 던지며 동료들의 칭찬이 계기가 되어 정식으로 프로야구에 입문하게 된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한용덕이 던질 줄 아는 공은 직구 밖에 없었다. 슬라이더를 아무리 던지려 해도 되지 않았는데 하루는 포수 유승안이 슬라이더를 던지라는 사인을 보냈다. 대선배가 내는 사인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눈 딱 감고 던진 것이 제대로 포수 미트에 꽂혔고 다음 투구도 슬라이더 사인을 내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시도한 것이 정확히 미트에 들어가면서 슬라이더를 깨우치면서 은퇴할 때까지 써먹게 되는 구질이 되었다.

 서서히 한용덕의 시대가 열리는가 싶었는데 가족 모두가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교통사고로 인해 다시 한 번 고비를 겪는다. 본인도 왼쪽 팔을 다쳐 거의 사용할 수가 없을 정도였지만 은퇴할 때까지 장애를 감추고 슬렁슬렁 던진다는 오해를 받으면서 투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바닥까지 가봤기 때문에 선수들의 어려움을 품을 수 있다.” 그의 이러한 성격과 인생 경험이 그가 프로야구 레전드로 꼽히는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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