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카리타스 불우이웃돕기] '고물짱' 의 결정
나는 술에 미쳐 있었던 한 명의 친구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는 무식하고 술에 미쳐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며 그에게 붙어있는 또 하나의 별명은 ‘고물짱’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난 그의 별명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그가 술을 끊은 지 4년, 술 생각날 때면 미칠 것 같아 자신을 늘 바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밭을 갈아 채소를 가꾸고 고물수거를 하며, 의료원 간병봉사, 빨래봉사 등 언제 보아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갑니다. 좀 쉬어가며 일을 하라고 충고하면, 본인은 한가해지면 아직도 술 생각이 자신을 괴롭혀 더 힘이 들기에 바쁜 삶을 자청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아무리 보아도 그는 참 사랑스런 사람입니다.
어느 날 그 친구는 신림지역에서 이사 가는 집 청소와 집 정리 일을 도급받았다며 좋아하였습니다. 집 정리를 하면 노숙인센터에도 쓸만한 물건이 있을 거라며 수거해 왔습니다. 그 중에서 깡통으로 된 동전저금통 3개를 가지고 왔는데, 꽤나 무게가 나가는 것으로 보아 몇 만원은 족히 넘어 보였습니다. 나는 “형, 이거 저금해라” 하고 말했지만 그는 “아냐 난 고물수거와 청소용역으로 일하기로 했고, 현금이 나온 것은 내 돈이 아냐, 형이 이 돈 좋은데 쓸 수 있게 해봐”라며 서로 ‘저금해라’, ‘좋은데 쓰자’ 하며 옥신각신 작은 실랑이 끝에 ‘십시일반’에 후원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아주 기분 좋은 날입니다.
깡통저금통 총액은 7만3450원. 사람들은 별 것 아니라며 코웃음 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늘 고물짱의 마음 씀씀이에서 천사를 보았습니다. 아주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은 고물짱이 술을 끊은 뒤 사람이 되어 간다는 말들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자기 자신도 이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말을 했었지요. 그런데 나는 오늘 고물짱의 결정을 보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고물짱 형, 당신은 이미 사람답게 살고 있고, 내가 볼 때 가끔은 천사야…”라고.
이상길·원주노숙인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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