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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괴짜 목사'가 던지는 메시지

'괴짜' 장호준 목사. 그의 아버지는 유신독재 시절 박정희 정권에 맞서다 의문의 죽임을 당한 고 장준하 선생이다.

코네티컷주 작은 시골 동네에서 교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그는 요즘 전화를 많이 받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씨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이 37년 만에 다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내면의 상처와 역사의 흔적 사이에 종교를 두고 살아가는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써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본지 8월25일자 A-6면> 3시간 넘게 이어진 전화 인터뷰는 그의 가슴에 담긴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했다.

그는 '목사' 치고 매우 독특하다. 스스로를 '삯꾼'이라 부른다. 목사가 교회서 불필요하게 돈을 많이 받는 것은 교인들이 낸 헌금에 대한 '착복'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교회서 받는 사례비는 한 달에 겨우 500달러. 주중에 직접 스쿨버스를 운전하며 받는 돈(시간당 15달러)이 그의 생활비다.

돈을 많이 못 버는 그도 소위 '잘 나가는 목사'가 될 기회가 있었다. 한때는 건물도 있고 교인수도 제법 되는 장인 어른의 교회를 담당할 뻔 했다. 하지만 어느날 강대상 위에서 자신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고 선물을 가져다주는 교인들의 얼굴만 유독 눈에 띄자 곧바로 미련없이 그만 뒀다. 그는 박근혜를 언급하며 "당연히 개인 감정이 있지 왜 없느냐"고 되묻는다. 종교적 용서는 몰라도 인간적인 용서는 자신과 상관없는 것이라고 했다. 온화한 말투로 무조건 용서와 사랑을 강조하는 기존 목회자와는 다른 모습이다. 예전 동남아 지역에서 마약중독자 상담 사역을 하던 그는 멀리서 힘들게 단기선교를 온 학생들에게 "생각 없이 며칠 몇 주 봉사나 하고 갈 바에는 차라리 비행기표 값을 선교지에 죽어가는 영혼들에게 보내라"고 독설을 날리는 목사이기도 하다.



독특한 그는 주변에서 공격도 많이 받는다. 장 목사의 교회는 일반 교회 정서상 발을 붙이기 힘든 동성애자도 받아주고 직책이 감투로 변질 되는 게 싫어서 장로 직분도 없다. 보수적 색채를 가진 이들에게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교회다. 새신자에게 눈치 보지 않고 곧바로 설거지를 시키는 그는 '괴짜 목사'다.

민주화의 상징이라 불리는 장준하 선생의 아들이라고 해서 그를 특별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장 목사가 가진 신학적 색깔이 어떤지 가려보자는 말도 아니다. 다만 그의 솔직한 답변에는 오늘날 기독교가 깊게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곳곳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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