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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응급실

장명옥/LA수향문학회 회원

운전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고 싶다고 절친한 지인은 말하곤 했다. 그게 그렇게 말처럼 될까 하며 흘려 들었었다. 그런데 막상 꼭 필요할 때 내 스스로 운전할 수 없을 지경이 되니 그 말이 생각나며 아뜩했다.

저녁 설거지까지 끝내고 편히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늦은 시간에 갑자기 횡격막을 좌우로 가로 지르며 누군가가 긴 칼로 내려치는 듯한 통증이 급습했다. 진땀을 흘리며 신음한다. 두 손을 휘저어 봐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아픔이다. 필사적으로 일어나 두 손으로 복부를 싸안고 설교 준비하느라 삼매경에 빠진 남편에게 뒤뚱뒤뚱 다가갔다.

"여보 나 너무 아파요. 죽을 것 같애."

눈이 동그래진 남편은 언뜻 상황판단이 안 된 무슨 말을 하는 건가 하며 이상한 얼굴이다. 좀 전까지 설거지 끝내고 혼자서도 잘 지내던 아내가 아닌가.

하지만 아프다는 엄살을 잘 안하는 사람이 진땀을 흘리며 절절매는 걸 보며 곧 이상함을 감지한 듯했다.

"왜 그래? 어떻게 아파? 뭘 도와줄까?"

히팅 패드를 데워 오고 이불을 여며 주지만 아픔은 멈추지 않는다. 아 진통제를 찾아올게. 잠시 후 그이가 건네 준 진통제 한 알을 삼킨 후 눈물범벅이던 요란스런 고통의 시간은 나도 몰래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이튿날 아침 모든 것이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 "괜찮아?" 묻는 남편에게 크게 끄덕이며 아침 산책을 다녀왔다. 저녁나절의 신년하례식도 참석했다. 어제는 왜 그랬을까. 갸우뚱하며 잘 지냈다.

그 다음 날 아침 일어설 수가 없다. 모든 몸의 뼈들이 물렁해졌나 그저 흐느적거린다. 이리 쿵 저리 쿵 쓰러지기만 한다. 왜 이러나. 뭔가 잘못된 건 틀림없는 듯하다. 응급실로 가보라는 주치의의 권고로 그렇게 했다.

내 지식으로는 생명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이 들어서는 곳인 응급실 거기에 내가 들어서다니 믿기지 않았다. 울트라 사운드 시티 촬영 유난히 희미한 동맥을 찾아 한 번 꽂은 바늘로 피도 뽑고 영양제도 놓고 몰핀도 흘려보낸다. 숨쉬기도 쉬워지고 모든 것이 계기로 나타나는 기계들에 둘러싸여 마음은 편안해진다.

오후 늦게 찾아 온 담당의는 이제 집으로 가도 좋다고 말하며 열장쯤의 보고서를 들려준다. 응급실에 있는 동안 계속 곁에 있어 준 작은아들이 고맙다. 기계와 의사와 간호사만이 있는 공간에 누군가 혈육이 함께 있다는 건 비 개인 오후의 무지개 같이 가슴뛰도록 행복하기도 했다.

산다는 건 순간 뿐인 듯하다. 지나간 일은 먼 옛일 같기도 하지만 그 역시 순간이었다. 이런 순간의 연속이 먼 앞날을 향한 발동이다. 응급실에 머무는 동안은 안정된 흥분 상태였다. 한 순간 짙은 하늘색의 시티 촬영기 속으로 몸이 밀어넣어질 때는 그 색깔과 기계의 디자인이 참 곱다 하며 혼자 웃기도 했다. 아무도 없이 혼자 절절매고 있으면 많이 무서웠을 큰 아픔들이 응급실에서는 걱정이 안 되는 것이 신기했다. 믿음이 있으면 큰 산도 옮길 수 있다는 말이 이해되어졌다.

다음 날 찾아가서 만난 주치의는 깜짝 놀란다. 수술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줄 알았단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쥐어 준 소견서를 보는 의사의 표정이 꼭 어제의 내 표정 같아서 함께 미소 지었다.

"아마도 담낭에 돌이 있다가 빠져 나간 것 같습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아팠던 자리가 딱 담낭의 위치이고 몇 번의 화장실 출입 후 고통은 말끔히 사라졌었다. 몇 달 전 전화로 "나 죽었다 살았어. 그것도 두 번 씩이나"라고 말하던 친구의 경험과 똑 같은 경험을 한 것인 셈이다. 친구와 다른 것은 그녀는 지금도 몸속에 자잘한 돌들이 몇 개나 있어서 수술을 해야 하고 내 속에는 돌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짜게 먹고 기름에 튀기고 볶은 음식만 좋아하는 것 생각하면 돌들이 안 보인다는 게 이상하지만 얼마나 다행인가.

사는 동안 급하면 찾아 갈 응급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응급실의 모든 직원들에게 마음을 다한 감사를 보낸다. 의사를 만난 후 혼자 운전하며 돌아오는 길에 양 옆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이 왜 이리 친근감이 있는 건가. 아 나는 살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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