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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광우병 난리' 날 법도 했는데

정구현/기획취재팀 에디터

동영상을 처음 보는 순간 4년 전 한국의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가 떠올랐다. 소들은 제대로 걷지 못하고 주저앉기만 했다. 그런데 직원들은 쇠꼬챙이로 소들을 찔러 억지로 일어서게 했다. 전기충격기도 동원됐다. 맞은 소는 피까지 토했다. 보는 이들이 분노하기 충분한 장면이었다. 동물보호단체 '컴패션 오버 킬링'이 중가주 핸퍼드에 있는 센트럴 밸리 미트라는 도축장에 잠입해 찍은 영상이다.

지난 8월21일 ABC 등 주류방송들은 이 영상을 공개하며 이른바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 도축 의혹 파문'의 시작을 알렸다. 다우너 소의 원인 중 하나는 광우병도 있다. 동영상을 받은 농무부는 즉시 도축장을 폐쇄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파장은 클 것이라고 예상됐다. 도축장은 맥도널드 인앤아웃 버거킹 잭인더박스 등 유명 패스트푸드점과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에 고기를 납품한다. 농무부도 이 도축장에서 학교급식용으로 5000만 달러 분량의 고기를 사들였다. 만약 주저앉은 소들에서 광우병 위험이 검출되고 병든 소가 고기로 만들어진 사실이 있다면 '국가적 재앙'의 수준이 될 터였다.

수사결과 발표는 꼭 열흘 만에 나왔다. 농무부는 "동물학대 혐의는 있었으나 다우너 소가 살코기로 만들어졌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의혹을 제기한 컴패션 오버 킬링측은 즉각 반발했다. "동영상의 소에 대한 학대와 질병 감염 가능성은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추가 조사를 촉구했다.

컴패션측의 요구대로 아직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농무부 발표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지난 열흘 간 가장 궁금했던 것은 농무부의 수사 결과 발표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여론의 반응'이다.

이번 광우병 의혹의 출발은 2008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광우병 광풍과 흡사하다. 방송에서 동영상을 근거로 광우병 의혹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데 보도 후 두 나라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이번 의혹에 대한 주류 언론들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If(만약)'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가정이나 추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 후속 기사들은 이 도축장에서 고기를 납품받아온 패스트푸드점이나 업체들이 도축장과의 계약을 취소했다는 보도가 전부였다.

오히려 일부 가주 의원들이 지역 경제 하락을 우려하며 문제가 된 도축장의 영업 재개를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호의적인 기사가 보도됐다. 한국에서라면 해당 의원들은 아마도 매장됐을지 모른다.

시민들의 반응도 침착했다. 다우너 소 도축 의혹 조사 발표가 난 다음날 취재기자가 점심시간에 맥도널드와 인앤아웃버거를 다녀왔다. 햄버거는 여전히 잘 팔렸다. 저녁에 찾아간 한인타운내 고기 뷔페 집도 붐비긴 마찬가지였다. 상당수의 고객들이 '광우병 의혹' 보도 자체를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다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같은 출발에 전혀 다른 결과였다. 좀처럼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는데 옆집 백인 할아버지가 답을 내놨다. 주식 전문가인 그의 답은 간결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최소한 국민의 먹거리를 놓고 장난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믿는다"고 했다.

광우병의 원인은 프리온이라는 물질에서 비롯된다. 프로틴(단백질)과 바이러스 입자 '비리온'을 합한 단어다. 바이러스는 라틴어 비루스에서 기원한다. 독처럼 유해한 물질이라는 뜻이다. 때로 근거없는 불신은 독이 될 수 있다. 미친 소의 뇌에 구멍을 낸다는 프리온보다도 더 강한 '맹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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