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쓸쓸한 '야왕(野王)'
한화 한대화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잔여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이글스를 떠났다. 한밭 대전에서 나고 자란 그는 현역시절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고향 팀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오랜 소원을 이루는가 싶었는데 결국 한화와 작별을 고했다.한대화 감독이 삼성 수석코치 자리를 뒤로한 채 하위권에 머물던 한화로 자리를 옮길 때 주변 사람들의 많은 염려가 있었다. 과연 어느 정도로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 올릴 수 있을지를 말이다.
3년이라는 시간이 그에게 주어졌다. 구단에서도 전폭적인 지원 사격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어려움이 겹치기 시작했다. 김태균과 이범호 등 간판타자 두 명을 일본으로 빼앗기면서 타격의 축이 흔들리게 되었다.
한화는 한 감독이 부임한 2010년 8위, 지난해에는 공동 6위를 했다. 올 시즌에는 박찬호, 김태균을 일본에서 불러왔지만 시즌 초반부터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모든 책임을 한 감독 혼자 짊어지고 떠났다. 수장의 자리라는 것이 이렇듯 어려운 자리인 것이다. 잘하면 그 영광이 선수에게 돌아가지만 못하면 모든 책임이 감독 탓으로 돌아가고 만다. 온갖 스트레스는 혼자 받으면서 말이다. 맨 처음에는 관중들에게 다음에는 매스컴에게 두들겨 맞는다. 세상에 어느 감독이 게임에 지고 싶겠는가?
야구공이 둥글 듯이 시합이라는 것은 뚜껑을 열어 보기 전에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과만 가지고 판단하려고 하는 우를 범한다. 물론 선수들이 수준이하의 경기를 펼쳤을 경우에는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아무리 훈련이 잘된 선수나 감독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게 자기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팬들이나 구단 관계자들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오히려 이점에 있어서 선수들 각자가 자책을 하면서 갑작스런 감독 경질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스포츠맨십이며 이러한 태도가 오늘의 자신들이 있게 한 선배나 자기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들에게 나타내는 예우가 아닐까 싶다.
한대화 감독은 그들에겐 영웅이자 우상이었던 인물이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초로 세계를 제패했던 1982년 세계 야구선수권 대회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우승을 결정지은 3점 홈런, 그 3점 홈런의 주인공이자 프로 야구 역사상 최고의 3루수로 선정된 선수가 바로 그였다.
그런 그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바로 간염이라는 고질적 원흉이었다. 연고지 OB 베어스에 입단을 하게 됐는데 혹독한 훈련으로 악명이 높은 김성근 코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항상 피로감을 달고 살아야하는 그가 훈련에 불성실한 것으로 비춰져서 결국 해태로 트레이드를 당하게 된다. 해태로 이적한 그에게 김응룡 감독은 적당한 훈련을 하도록 배려를 나타내 준다.
이러한 감독의 배려에 보은을 하듯이 승승장구하면서 팀이 한국시리즈 7연패를 달성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88년 올스타전 MVP의 영예도 함께하는 명실상부한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3루수로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긋는 전설이 되었다.
비록 감독으로서 화려한 경력은 못 올렸지만 많은 일화를 남기며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수로 기억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그라운드에 설날을 기다리며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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