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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시골 생활에서 새삼 느낀 점은 '식욕과 성욕의 지배'

아이 엄마와 나는 흔히 말하는 주말 부부이다. 대도시에서 일하는 아이 엄마는 주말에만 내가 사는 이스트 밸리를 찾는다. 아이 엄마가 나와 함께 살지 못하는 것은 시골 생활을 싫어하기 때문은 전혀 아니다. 그보다는 이런저런 좀 복잡한 사연이 있는 탓이다.

예를 들면 치매가 날로 깊어가는 친정 어머니 즉 나의 장모 수발을 들어야 하는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아이 엄마와 나의 주말 부부 생활은 주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것 같다. 이스트 밸리 동네 사람들도 그렇고 아이 엄마나 내 친구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마디로 주변 사람들이 우리 부부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는 양 지레짐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 두 사람이 다 까다롭다면 까다로운 성격이지만 성격 차이 등의 문제로 주말 부부로 지내는 건 결코 아니다.

내가 지난해 캘리포니아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10년 남짓 미국에 살 때는 대부분의 기간을 홀아비로 지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의 주말 부부는 나에게는 감지덕지인 상황이다. 아이 엄마도 대략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남녀 관계 즉 성으로 요약 혹은 귀결되는 문제에 사람들이 보이는 관심은 어쨌든 남다르다.

이런 점에서 서로를 소 닭 보듯 하는 우리는 부부로서 좀 미흡한 면이 있는지도 모른다. 다소 비정상적인 부류에 드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스트 밸리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실 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람들을 좀 이상하게 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1년 가까이 시골에 살면서 새롭게 느낀 바로는 모든 동물은 아니 식물까지를 포함해 모든 생물에게 성은 일차적 관심사라는 점이다.

얼마 전 건너편 정씨 아저씨네 집에서 발정기를 맞은 소들이 밤새 쉬지 않고 울부짖는 바람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있다.

초식동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소리가 어찌 크고 날카로우며 또 절규나 다름없는지 깜짝 놀랐다. 소뿐만이 아니다.

거위 같은 가금류도 마찬가지이다. 가축은 물론 까치나 비둘기 같은 야생 조류 벌이나 잠자리 파리 같은 곤충들도 짝짓기에는 얼마나 적극적이고 또 애를 쓰는지 모른다. 식물도 예외는 아니어서 꽃을 피우고 종자를 틔우려 안간힘을 다한다.

좀 과장해서 단순하게 얘기하면 사람은 일단 제쳐놓고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생물들은 먹는 것과 짝짓기 이렇게 두 가지가 그네들 삶의 전부인양 살아간다.

바꿔 말해 살아 있는 모든 시간은 먹기 아니면 짝을 짓는데 쓴다는 것이다. 욕구라면 측면에서 보자면 절대적으로 식욕과 성욕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나는 사람이 다른 생물에 비해 우월적인 존재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사람의 존재 양식 혹은 방식은 최소한 겉으로 드러나 보이기로는 다른 생물에 비해 훨씬 다양한 게 사실이다.

혹자는 사람들도 평균적으로 하루에 적어도 수백 혹은 수천 차례씩 성에 대해 생각한다고 한다. 정제되고 복잡한 방식으로 갖가지 삶의 양식들이 드러날 뿐 사람을 지배하는 것도 본질적으로 식욕과 성욕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요즘 밭에 나가서 일을 하다 보면 사방에서 '아우성'이 들리는 듯 하다. 전에는 제대로 듣지 못했던 '아! 우리들의 성'(아우성)이 새롭게 다가온다.

동종의 식물끼리 혹은 이종의 식물끼리 자신의 씨를 더 퍼뜨리려 몸부림을 치며 치열하게 다투는 듯한 느낌까지도 받는다.

어떨 때는 이스트 밸리의 넓지 않은 골짜기 전체가 식과 성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도 있다.

농사를 짓는답시고 자연에서 온갖 생물들을 불가분 아주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을 얻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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