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상담] 사슴 한 마리
김영기 원장/약손마을
약손마을 주변까지 오는데 주택가를 길게 끼고 있었고, 주말이면 늘 거라지 세일을 하는 집이 한 두집 정도 있었습니다. 한 3년 전 어느날 주말 출근을 하던 중 안타깝고 강력하게 호소하면서 끄는 힘을 느끼고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워 기미를 찾았습니다. 지나온 길가 거라지 세일을 하는 곳에서 느낌이 오기에 차를 돌려서 가보았습니다.
간이책상을 쭉 늘어놓고 옷가지가 널려있어, 그저 이승에 매인 령의 넋두리가 있었구나 생각하고 돌아서려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철재로 용접하고 깍아 다듬어 놓은 은빛 새끼사슴이었습니다. 만든지 오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녹이 나지 않고 파르슴하게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에 궁금해서 쓰다듬으며 내력을 풀어보았습니다.
아픈 아들을 위해서 치유의 간구를 하며 쇠붙이를 녹이고 깍고 다듬어 가던 영력이 지순하고 높았던 아버지의 기운과 선물을 받고 마냥 좋아서 가지고 즐기던 천진한 아들의 기운이 맑게 느껴져 옵니다, ‘주변에 두어도 좋겠구나’하는 생각에 선뜻 달라는 금액을 지불하고 가져와 광이 반짝거리도록 닦아서 놓아두니 흐믓합니다. 간혹 수년에 한번씩 이렇게 기분좋은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늘 그런 경우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건을 집어보고 그것에 잠긴 내력을 풀다보면 유쾌한 일만 있는 것도 아니지요. 악하고 독한 기운이나 질병을 끌어들이는 사악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집착이 집요한 령이 늘어 붙어 있는 경우도 있으니 옛 물건을 얻는 것은 신중해야 하기도 하겠구나 싶습니다.
오래된 집이나 보석에는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서 폐가 심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경우를 보면 이를테면 연유가 있는 목걸이에 해실해실 웃으며 매달려 목을 조르며 천식기를 일으키고 있는 사령을 보면 당장에 알아듣게 연유를 캐주고 부수어 버리고야 말았는데 그 후로는 잠시 받아서 보석을 정화해주고 돌려주다가 이제는 아무 말도 안하고 잠시간 바라볼 시간만 있어도 됩니다. 세상일은 다 연유가 있어 맺고 흩어지는 것이므로 그 기색도 알아야 하고 굳은 사연은 본인이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기 치료마사지를 할 때에는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은 몸의 기색입니다. 무엇이 연유가 되어 특정부위가 불편한 것인가, 단순히 과하게 몸을 쓴 것이 피로로 쌓인 것인가? 혈이 막혔으면 혈을 풀어주면 되고, 탁기가 쌓여있으면 끌어 내보내기만 하면 되고, 묵은 병의 기운은 씻어 내려주어야 하지요. 어떤 경우에 인과가 있어 귀기를 비추면 대개 본인이 굳이 자각할 필요조차 없이, 마치 탁기를 씻듯 떨쳐주고 홀가분하게 돌아가면 됩니다. ‘아, 상쾌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제 몫이고, 그리고 제 업이기도 하지요.
▷문의: 703-750-1277, soulenergy.pow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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