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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생명의 근원인 빛과 물, 바람과 흙이 심상치 않다

농산물 가격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가뭄과 호우가 널뛰기를 하는 바람에 상당수 작물들의 경우 풍작이 어려운 상황이다. 비가 와야 할 봄과 이른 여름에는 가뭄이 들었고 정작 알곡이 익어가기 위해 햇빛이 많이 필요한 요즘에는 궂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사상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은 물론 나아가 세계의 곡창 가운데 하나인 대평원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뭄이 정말로 심각한 상황인 모양이다.

텃밭 수준을 겨우 넘길까 말까 할 정도로 소규모 농사를 짓는 내 입장에서 흉작에 따른 영향은 최소한 올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3명의 동생네 가족들과 처가 식구의 부식이 될 채소와 감자 고구마 등의 밭 작물을 주로 기르고 있기 때문에 흉작일 경우 모두가 조금씩 덜 먹으면 될 것이다. 지난 봄과 초여름의 가뭄은 다행히 샘물이 풍부해서 다른 집보다 큰 어려움 없이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 밭 주변에는 2개의 농업용 관정이 있는데 둘 다 며칠이고 물을 퍼내도 마르지 않을 정도로 수량이 넉넉한 편이라는 걸 이번 가뭄 때 알게 됐다.

그러나 장마철이었던 지난 달 초순과 중순보다 최근 들어 더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는 달리 해볼 방도가 없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아니 지구의 모든 존재들은 햇빛에 의해 운명이 좌우된다. 작물들을 키우면서 태양의 위력을 새삼 깨닫고 있다. 설령 햇빛을 싫어하는 음지식물이라 할지라도 직사광선을 달가워하지 않을 뿐 빛이 없으면 끝내는 죽고 만다. 채식을 거의 하지 않고 육식에 의존한다 해도 먹을 거리 조달 차원에서 햇빛의 위력을 피해갈 수는 없다. 소나 돼지 닭 등 사람들이 주로 의존하는 식육 동물의 대부분이 채소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생명을 키우는 건 단순하게 말하면 빛과 물과 바람과 흙이다. 그 어떤 존재도 빛과 물 바람. 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요즘 빛과 물 그리고 바람과 흙은 예전의 그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다. 자급자족을 목표로 농사를 짓는 나는 그걸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뿐 도시인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같은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감히 자신한다. 무더위 끝에 최근 한반도를 찾아 온 집중호우는 시골에서는 많은 작물들의 생육을 저해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도시에서는 산사태나 축대 등의 붕괴를 야기하는 실정이다.

얼마 안 있으면 주요 작물들이 가을 수확기를 맞을 것이다. 도시인들은 예전보다 싱싱하지도 알도 굵지 않은 먹을 거리들을 접할 확률이 높다. 사람이 제 아무리 이동성이 뛰어난 동물이라 하더라도 변해버린 빛과 물 바람과 흙에 대처 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타고난 감각이 둔해도 자연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이 말하는 소리를 어쩔 수 없이라도 듣게 된다. 개발과 도시화 그에 따른 에너지 과소비의 결말은 이미 나와 있다.

최근의 집중 호우로 이웃 동네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유명을 달리했다. 100야드도 안 떨어진 이웃 아저씨네 집은 간신히 산사태로 인한 붕괴를 면했다. 우리 집에서 우리 밭으로 이어지는 길도 배수 소홀로 파이고 깎여 나갔다. 또 뒷집 밭의 언덕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연이어 있는 우리 밭도 얼마간의 피해가 감수해야 했다.

수방 대책이 허술한 시골이어서 생긴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다. 과소비와 산업화 그리고 인간의 탐욕이 이상기후와 맞물리면서 빚어진 일들이다. 발등이 아픈 줄만 알고 도끼로 제 발을 내리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드물다. 일단 생활비 절약을 위해서라도 우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이스트 밸리에 정착하면서 도시 사람들과 인연은 원하는 만큼만 이어가려 했었다. 그러나 생명줄 같은 햇빛과 물 바람 흙이 예전과 같지 않은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걸 두 눈으로 목격하면서 생각을 좀 달리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도시 시골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자연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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