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 플레이스] '오빤 LA 스타일'
박용필/논설고문
바이럴은 '바이러스'와 '오럴'이 합쳐진 말이다. 병원균처럼 입(oral)에서 입으로 삽시간에 퍼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 영어의 '핫'보다 강도가 훨씬 세다.
시카고의 풋내기 정치인이었던 오바마가 민주당 대권후보로 급부상한 것도 '바이럴' 덕분이다. "당신은 최고의 후보. 나는 오바마에 푹 빠졌어. 힐러리와 토론에서 거칠게 구는 모습이 참 좋았지." 대선 경선 1년 전인 2007년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공개해 폭발적 인기몰이를 했던 이 '바이럴 비디오'는 오바마가 백악관 주인이 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비키니 차림으로 한껏 섹시미를 풍기는 20대 여성은 관능적인 춤과 노래로 오바마의 지지를 호소해 '오바마 걸'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다. 정치권에선 이 비디오를 원조 바이럴로 꼽는다.
요즘은 식당을 비롯한 소매업소들도 인터넷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바이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 효과가 즉각적이어서 대박을 치게 된다. 소비자들이 인터넷 블로그나 게시판에 올린 글은 업체에서 만든 광고물보다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객의 후기나 평가 등의 입소문으로 한순간에 홍보가 되는 것이 바이럴 마케팅이다.
최근들어 팝컬처에서 바이럴을 주도하다시피 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래퍼 싸이(본명 박재상)의 뮤직 비디오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어 특히 그렇다. LA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CNN 등 미국의 유력 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하며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유튜브 조회수가 2700만 회에 육박해 그 열기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기사에도 빠짐없이 바이럴이 등장한다. 코믹한 춤과 능청스런 연기가 어우러져 세계인들에게 유쾌한 한 방을 선사하고 있다며 또 다른 한류스타의 출현을 예고했다. CNN은 싸이의 말춤을 'horse-racing dance'로 소개할 정도다.
썩 잘 부르지도 못하는 노래. 그렇다고 잘 생긴 얼굴도 아니다. 꼭 네모 난 메주를 얹어놓은 것 같아 스타는커녕 갱 영화에나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다. 그야말로 골 때리는 스타일이다. 그런데도 천연덕스럽고 우스꽝스럽고 또 꾸밈이 없어 지구촌을 들뜨게 만들고 있다.
어쩌면 싸이 신드롬은 '밈(meme)'의 자연스런 현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간의 생리학적 유전자는 세대가 더할수록 사라지지만 노래나 패션 등의 문화는 모방을 통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이어져 결국 하나의 생명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A-Dream이라는 미국 남성이 '강남 스타일'을 패러디해 올린 동영상의 조회수가 100만을 넘기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이돌 팝스타' 저스틴 비버도 '강남 스타일'에 매료돼 싸이에게 공동작업을 제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비버를 만나는 싸이는 동부(보스턴대학과 버클리음악원)에서 오래 살아 거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 양쪽 문화에 익숙해 걸림돌도 없다. 두 사람이 LA에서 만나 함께 말춤을 추며 노래를 부를지 기대가 자못 크다. "지금부터 갈 때까지 가볼까. 오빤 베벌리힐스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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