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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않는 사람들 -스마트폰의 일기-

스마트가 넘실대는 세상…우리 모두 '초기 모드로'

오늘도 전쟁이야!

밥상 앞에서 숟가락 들고 나만 쳐다본다고 사이먼 부친께서 화를 내셨어. 사이먼은 야단맞고 밥도 못 먹은 채 침대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 "카톡왔숑~~!" 배게에 얼굴을 파묻었던 사이먼이 또 나를 쳐다보지. 그리곤 쉬지 않고 '두두두두 다다다다' 나를 두드려대며 친구와 긴 수다에 빠졌지. 밥 못 먹고 올라간 아들이 걱정돼 모친께서 방에 들어왔다가 누워서도 친구와 채팅하는 아들을 보곤 열 받아 또 소리를 지르고. 에구… 정말 바람 잘 날 없다니까. 밤늦도록 나를 부려먹는 것도 모자라 잘 때도 손에 꼭 쥐고 자니 사이먼을 주인으로 만난 내 신세도 정말 피곤해. 하긴 다른 집으로 간 친구들도 마찬가지긴 하지. 친구들끼리 만나 우리들이 잠깐 쉴 수 있나하고 생각하면 그것도 큰 오산. 팥빙수 한 그릇 해치우고는 각자 우리를 붙들고 삼매경에 빠져버리니. 도대체 얘네들은 왜 만나는 거야.

오늘은 우리 집에서 중대한 결정을 하는 날이야. 사이먼 부모님이 새 핸드폰으로 바꾸시는데 스마트폰으로 할 것인지 그냥 핸드폰으로 바꿀 것인지 엄청 고민하셔. "요즘은 스마트폰 중독이 정말 심각해. 왜 저런 건 만들어가지고 속을 썩이는지 원" 하시던 두 분은 나를 싫어하시는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가 봐. 모친께서는 동네 아줌마들도 다 스마트폰 쓴다며 목청을 돋우고 부친은 돈도 부담스럽고 잘 사용할 줄도 몰라 그냥 핸드폰을 할까 망설이다가도 구닥다리란 소린 듣기 싫고. 그래서 드디어 내 동생들이 한꺼번에 둘이나 들어왔어. 하! 고놈들 때깔도 곱네. 그 때 하도 두드려서 자판이 날긋날긋한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사이먼. 아! 나를 또 버리고 싶은가 보다. 내가 아무리 영특하다하여도 내 생명은 고작 2년에 지나지 않을 뿐이야. 나는 사람들의 욕구와 변덕을 다 받아줘도 그렇게 사라지겠지. 그 다음은 나보다 더 센 놈이 나올테니까.

◆스마트폰이 친구?



닐슨(Nielsen)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2월 기준 미국 휴대폰 이용자의 49.7%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사용자 수는 드디어 1억명을 돌파했다. 1993년 IBM에서 처음 탄생한 스마트폰 형태의 이 기기는 '사이먼'이란 최초의 이름이 붙여졌고 불과 20년도 채 안되는 사이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통신 수단 뿐만 아니라 동영상 신문 책 등 수많은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이제 빛의 속도로 우리 생활 깊은 곳에 착륙하였다. 옆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단절되고 손에 들린 액정 너머의 누군가와의 교신은 늘어만 간다. 만남도 헤어짐도 스마트폰 그 세상에서 이루어진다. 그 세상은 극단적 양면이 맞닿아 있다. 함께 있어도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옆에 있지 않아도 소통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이 역설적인 관계의 바이러스는 오늘도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번져가고 있다.

영화 '쇼셜 네트워크'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친구가 없어서 '페이스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트위터의 CEO였던 에번 윌리엄스도 낯을 가리고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어서 대면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트위터에 빠졌다. 스마트폰은 컴퓨터보다 더 개인적이고 더 은밀하기 때문에 '관계'를 더 폐쇄적으로 이끌어가기 쉽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실제적이기 때문에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천 번의 만남보다 마음을 마주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진정한 만남이 더 소중하다.

◆'쉼'이 필요해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청림 출판 펴냄)이란 책을 저술한 니콜라스 카는 온라인이 가져오는 폐해를 경고한다. "인터넷처럼 광범위하고 끈질기게 우리의 관심을 분산시킨 미디어도 없었다. 온라인 생활은 지속적인 산만함 상태에 마음 놓고 빠져들 수 있도록 지적인 보호막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기웃거린다. 공부하는 학생 일에 열중해야할 직장인 사랑에 빠진 연인 모두가 예외는 아니다. 산만한 생활은 산만한 뇌를 만든다. 스스로 똑똑하다는 '스마트폰' 또는 똑똑하게 만들어주어야 할 '스마트폰'도 과도하게 사용하면 학습 장애 우울증 수면 부족 등을 가져와 오히려 생활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다보면 좌뇌에만 영향을 주어 우뇌의 활동을 떨어뜨리게 된다. 결국 뇌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불안의 수치가 높아지고 과자극 상태가 되기 때문에 작은 자극에도 쉽게 흥분하고 폭발할 수 있는 뇌의 상태가 된다.

심리상담가 오은영씨는 "만 5세 이전의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자주 노출되면 대뇌 발달과 인지 발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종전에 '블랙 베리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관심을 끌었다.

이 증후군은 블랙베리를 체크하지 않으면 정서가 불안해지고 손발이 떨리는 증상에서부터 너무 많이 사용했을 때 손가락 관절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시카고의 한 호텔에서는 이색 이벤트를 마련했다. 투숙객들이 휴대폰이나 통신장비를 맡기면 호텔 사물함에 보관해 주는 서비스. 고객들에게 보다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특별 아이디어였다.

'뇌'에게 필요한 가장 '스마트'한 정보는 '쉼'이다. 영국 랭커스터 대학의 한 연구에서는 "쉬는 시간을 준 뇌가 창조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를 더 잘 푼다"라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보다는 "나는 멍때린다 고로 창조적이다"라는 말이 멀티 미디어 사회에선 더 절실할 듯 하다.

지친 머리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기운은 '자연'에 있다. '숲'에는 현대인에게 부족한 기운이 가득해서 자신의 기와 잘 교류시키면 심신을 조화롭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임재택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대안 공간으로서 숲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숲 속의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식물들이 광합성 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음이온이 나와 두통을 없애준다."라며 숲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결국 '스마트'가 넘실대는 세상의 바다에서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스마트한 삶'은 초심적 관계로의 회귀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 존재했던 '자연' 바로 그 '초기 모드'로 돌아가는 것이다.

단 60초만이라도 의미 있는 삶으로 '디지털 디톡스' 등장
똑똑한 스마트폰…어리석어지는 사람들


스마트폰 보유자, 백인 가장 낮아
정신적·육체적 장애 일반화
데이트도 와이파이 지역에서


◆생활을 잡아두는 스마트폰

스마트폰이 꼭 휴대 전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휴대 전화 통화보다 문자나 이메일 음악 감상에 쓰는 데이터의 양이 더 커졌다. 미국 최대 유통회사인 Best Buy에서 최근에 조사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현재 미국 스마트폰 사용자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능 순위는 음악 → 소셜 네트워킹 → 게임 순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메세지 카메라 기능 제외) 그리고 35~49세의 사용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일정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편이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의하면 미국에서 스마트폰 보유 비울이 가장 낮은 인종은 백인이라는 흥미로운 결과가 보여졌다. 휴대 전화를 가진 백인 가운데 스마트폰 보유자 비중은 44.7%였는데 백인 가운데 고연령층이 다른 인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반면에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종은 아시아-퍼시픽계로 67.3%이고 히스패닉과 흑인도 각각 57.3%와 54.4%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연인 사이에 들어앉은 스마트폰

뉴욕 타임즈의 데이비드 브룩스는 "결혼이나 대통령 선거같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판단은 이성이 아닌 정서에 좌우된다"고 피력했다. 그리고 우리가 진정 행복을 느끼는 것은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임을 강조했다.

현대의 연인들은 스마트폰이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도 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결혼 정보회사 듀오에서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이 연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 결과 50.4%가 '스마트폰 때문에 연인과 싸운 경험이 있다'는 의외의 반응을 나타냈다. 그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 44.5%가 'SNS 강박증'을 꼽았고 뒤를 이어 '스마트폰에 대한 과도한 집착'(32.8%) '최신 어플에 대한 과도한 지출과 높은 통신료'(14.1%) '스마트폰으로 알게 된 옛 연인의 근황'(4.7%) 등이 거론되었다.

또한 스마트폰 역기능으로 '대화와 스킨십이 줄었다'는 의견이 37.7%로 가장 많았고 '사생활 간섭이 늘었다'(30.9%) '메신저로 만나는 경우가 늘었다' '와이파이 지역 위주로 데이트 코스가 바뀌었다' '데이트 하는 중 업무하는 횟수가 늘었다'는 의견이 뒷따랐다. 가족에 이어 사랑의 성역까지도 침투하는 스마트폰의 파도는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

인터넷 중독은 남성이 더 많지만 스마트폰 중독은 여성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420명을 대상으로 알아본 표본조사에서 남성 17.3% 여성이 31.9%로 스마트폰에 더 몰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주로 게임이나 인터넷 사용을 하지만 여성은 인터넷과 쇼핑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여성들이 재미를 찾는 여가 선용에 스마트폰을 자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서베이의 설문 조사에서도 61.5%가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답했고 38%가 "스마트폰 없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스마트폰 중독성의 심각성을 보여 주었다.

영국에서는 스마트폰을 놓고 외출했을 때 안절부절 못하는 증상을 일컬어 "노모포비아(Nomophobia)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그리고 캐나다에서는 매년 4월 세 번째 주일을 "디지털 디톡스 주간(Digital Detox Week)"으로 정해놓고 단 60초만이라도 자신을 돌아보며 보다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여 현실에 맞게 생활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점점 심각해지는 스마트폰의 폐해를 단적으로 표현해 준다. 실제 생활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기 위한 취업포탈 커리어의 조사에서는 가장 심각한 현상이 "대화에 집중 못함"으로 42.6%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업무(학업)에 차질 발생(22.0%) 지출의 증가(19.1%) 건강 악화(10.6%) 순으로 나타났다.

선천적으로 인간의 뇌 중간 깊숙한 곳에는 '보상 및 갈망 사이클'을 형성시키는 뇌 중독 센터(Brain Addiction Center - BAC) 가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게임이나 충동적으로 흥미로운 일에 몰두하다보면 기쁜 감정을 만드는 도파민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어 지속적으로 그 행동을 하게 되는 '중독' 현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정신적 중독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중독은 육체적으로도 건강을 파괴할 수 있다. 눈높이보다 낮은 화면을 내려다보면 고개를 장시간 숙여야하기 때문에 '거북목 증후군'에 걸리기 쉽다. 그리고 과도하게 스마트폰을 쓰면 손가락이 절이거나 엄지손가락에 통증을 느끼는 '손목터널 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스마트폰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장애가 일반화되기 시작했다고 경고한다. 손 안에 든 '작은 물건의 반란'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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