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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가작] 밤의 유랑

강옥자

그는 밤이면 한 마리 낙타가 된다

무리를 벗어난 자유로운 몸

오물오물 나물 씹듯 하루를 되새김하며

깜깜한 사막을 홀로 걷는 낙타가 된다

때론 지친 다리를 이끌고 오래 전 파놓은 동굴로 들어가

파도가 게워낸 어머니의 시름을 쓸어내리고

마른 솔잎들을 긁어모아 옛날을 태우듯

너덜거리는 기억에 불을 지핀다

연기눈물처럼 끊어질듯 이어지는

남편의 잠꼬대

덫에 걸린 젊음이 퍼드덕거린다

연탄구멍처럼 두눈 부릅뜨고 뱉어내던

한낮의 불호령도 출렁출렁 의식의 바다로 밀려다니다

부력을 못 이겨 가라앉고 있는지

비린내 가득한 갯가에 더럭 덜미가 잡힌 것이다

그으게.. 그렇지가 않다니까…음 … 으…

허공을 향한 힘겨운 발설

낙타의 긴 눈썹 안 짜디짠 바다에선

막 잡아올린 활어 한 마리

배짱 좋은 건어물들이 비늘을 탁탁 털며

이리 앉으라 자리를 권한다

술이 들어가니 동물 울음소리가 터져나온다

목울대로 삼켜 넘기지 못하는 타향

궐련 한 개비를 받아쥔다

뻐끔뻐금 어둠을 갉아먹는 저 숨소리

허우적 허우적 네 다릴 바둥거리는

커다란 덩치의 무거운 밤

[수상 소감] 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시는 듯
청보라빛 창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푸른 잔디 위로 회색빛 길토끼 한마리가 뛰어갑니다. 제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그 녀석은 무엇을 보았는지 뒷다리가 튕기듯 길을 가로질러 어느 집 앞뜰을 향하여 뛰어가는 걸 동네를 산책할 때면 자주 만나곤 합니다.
산도 아니고 집도 아닌 길에서 사니 저는 그 녀석을 길토끼라고 합니다.
무엇을 보았을까? 저는 늘 궁금했습니다.
우리의 시야에 들어 있지 않은 그 무엇을 향하여 치닫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연명을 위한 먹잇감을 찾아 치열하게 뒤쫓는 최선의 모습이었던 것인가?
겁없이 달려온 길토끼 한마리의 손을 잡고 "저리로 가 봐라."하시며 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시는 듯 합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한 저의 시에 선뜻 손을 들어주신 김호길 시인님과 배정웅 시인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런 자리를 마련하여 우리말을 소중히 지켜나가고 각박한 이민사회에 소통의 장을 열어가고자 애쓰는 미주 중앙일보사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달의 뒷면처럼 그늘지고 소외된 이민사회의 소중한 것들을 따뜻한 눈으로 찾아내어 예쁘게 꽃 피게 하는 일에 작은 몸짓이 될 수 있다면 시 한줄을 쓰기 위하여 밤잠을 설쳐댄 시간들이 헛되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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