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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상담] '기'를 통해 세상을 듣는다 ③

김영기 원장/약손마을

몸이 무겁습니다. 깊이 가라앉을 듯 누르는 기운에 의아해집니다. 최근에 이런 일이 없었는데…. 사흘 정도 호흡을 맑게 쏟지 못하고 묽은 먹을 젓듯이 산보를 하게 되더니, 기어코 그 싫은 소리를 듣습니다. 무저갱에서 끌어올려지는 듯한 둔탁하고 암울한, 마치 세상을 둘로 갈라 은밀히 문지르는 듯한 무거운 소리. 태풍, 해일, 지진, 한발, 폭서 등 자연재해에는 고유한 파동과 음향이 있습니다. 쥐, 고양이, 벌레조차 듣는 소리를 우리는 미리 잘 듣지 못합니다. 집밖을 나가보니 느닷없이 태풍이 세상을 휘젓고 있었습니다.

 첫날은 냉방기운이 있어서 넘길만 했는데, 토요일 아침 30분 걸려 기다리다 주유소에서 개스를 채우고, 집안의 나무가 부러져 승용차가 부서진 유수선생 부부와 함께 전기가 나가지 않은 김변호사 집에 초대를 받아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오고 나니 닥친 무더위에 몸이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초를 여러개 키고 책을 읽자 실내가 더 열을 받기 시작해서 독서도 수월치 않았습니다. 이럴 때는 책을 한편에 밀어두고 어두운 가운데 명상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주위가 다 어두우니 참으로 실감나는 어두움을 즐겨보았습니다. 본다, 듣는다, 맡는다, 혀로 느낀다, 몸으로 느낀다. 육신이 있음으로 해서 느낀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가? 이제까지 인류가 개발해낸 정신수련의 소재가 되는 것은 빛, 소리, 호흡, 마음으로 나눠지는데, 암흑 가운데 다가오는 마군을 떨쳐내면 가장 크게 열리는 것은 소리의 감각입니다. 제가 육신의 장애 가운데 우선적으로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도 ‘소리’의 장애입니다.

이미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마음에 일어날 때, 가장 아련하게 피어나는 것도 ‘소리’의 기억이며 마음에서 끌어오는 청명함도 ‘소리’와 함께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소리’를 잃는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고통일지, 두려움일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여름시즌부터 약손마을에서 기본적인 준비를 갖추어 청각장애자를 위한 특수마사지시술을 하려고 합니다. 대상은 치료과정이 끝나 일체 ‘소리’를 듣지 못하는 18세부터 25세까지의 연령으로, 순차적으로 10인입니다. 각자 6개월 기간 동안 귀가 열릴 상황이 되면 정해진 기간을 넘어 청력이 회복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시술을 하려고 합니다.

수화로 자원봉사를 하실 분과 대상자는 간단한 모집공고를 할 것이고, 충족이 되지 않으면 관련기관이나 단체에 의뢰하려고 합니다. 목적은 10인 중에 몇 명이나 혹은 단 한사람이라도 귀가 열린다면 나머지 무수한 사람들에게도 가능성을 열어줄 희망을 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나이대를 고려한 것은 선발된 본인이 강력한 투지와 책임감을 스스로 가지고 도전한다면 한시적으로 일정 인원 안에서 시도하는 일의 목적에 부합되기 때문입니다.

▷문의: 703-750-1277, soulenergy.pow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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