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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카리타스 불우이웃돕기] 모든 사람이 형제로 보인다면

옛날에 어떤 성자(聖者)가 있었습니다. 그 분이 어느 날 제자들에게 “새벽이 밝아 온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제자 중 하나가 “동창이 밝아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라고 대답하니 스승은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다른 제자가 말하기를 “창문을 열어보고 사물이 그 형체를 드러내어 나무도 꽃도 보이기 시작하면 알 수 있지요”라고 하였더니 스승은 역시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럼 스승께서는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스승은 “너희가 눈을 뜨고 밖을 내다보았을 때에 모든 사람이 형제로 보이면 그때 비로소 새날이 밝아 온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밤의 어둠을 물리치며 다가오는 새벽은 세상을 일으키는 힘입니다. 밝아오는 새벽으로 인해 만물은 형체와 색깔을 다시 찾고, 모든 생명체의 기본 질서를 회복해 줍니다.

 요즘 정치권이나 사회 각 층에서 모두가 ‘복지’를 화두로 내세웁니다. 복지국가 복지사회 건설이 세상의 목표가 되어 있습니다. ‘복지’의 사전적 의미는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복지는 곧 행복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고, 행복은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그러나 ‘행복’이 추상명사이듯 행복해야 할 조건은 물질적 풍요나 편안한 환경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부자 나라나 부자 사회가 행복한 국가나 사회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복지의 목표는 풍요하고 편리한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으로 끝날 수 없습니다. 또한 신체적 건강이나 즐기는 행위만으로도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개개인의 평안을 넘어 공동체적으로 서로를 위하게 될 때 우리가 추구하는 참된 복지, 즉 새벽이 와서 모두가 형제들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복지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귀하게 여기며 각자의 고유성과 처지를 이해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성서에서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마태 22,39),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마태7,12)라는 말씀은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사회의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요한복음 6장 첫 이야기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남자만 5000명 이상을 먹인 이야기입니다. 그 빵과 물고기는 어떤 소년이 내놓은 것이었습니다. 그것으로 예수님께서 기묘한 표징을 일으켰다고 말하는데 어떤 성서학자들은 한 소년이 먹을 것을 내놓자 모든 사람들이 각자 숨겨놓은 것들을 내놓아 모두 배불리 먹고도 12광주리나 남았다고 해석합니다. 저는 이 해석에 공감합니다. 이 놀라운 사건이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사회의 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이웃이 진정 형제로 보인다면 ‘내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이 되고, 나눔은 당연한 행위입니다. 복지를 만드는 일은 우선적으로 ‘나눔의 정신’을 고양시키는 작업이 되어야 합니다. 물질적 나눔만이 아니라 재능이나 정신적· 영성적 자산마저 함께 나누는 일입니다. 형제애가 최고로 도달한 모습입니다.

‘놀부 흥부의 노래’에서 먼저 놀부의 ‘내 것도 내 것이다, 네 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이다’와 흥부의 ‘내 것도 네 것이다. 네 것도 네 것, 모두 다 네 것이다’의 상반된 가사 내용은 ‘놀부의 세상’과 ‘흥부의 세상’을 보여주며 그 어떤 차이일까를 생각하게 합니다. 형제적 사랑으로 나누는 ‘네 것’은 모두 ‘우리 것’이 될 때 온 세상 사람들이 희망으로 가득 찬 ‘새벽빛’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복지사회는 이상이지만 우리들의 눈을 뜨게 하고, 형제적 사랑의 표징인 어둠을 밝히는 새벽빛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신현만 시몬 신부·원주가톨릭종합사회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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