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 플레이스] '수퍼커플'의 허상
박용필/논설고문
실제로 수퍼커플의 파급력과 영향력은 상상을 넘어선다. 유럽의 크로아티아 어느 도시에선 '팝의 디바' 비욘세와 '랩의 제왕' 제이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에 명예시민권을 줄 정도다. 몇해 전 둘이 이곳에 잠깐 들러 휴가를 즐겼을 뿐인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수퍼파워를 이용해 관광수입을 올려보려는 속셈이 뻔하다.
수퍼커플은 대체 언제 누가 만든 말일까. '제너럴 하스피틀'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로 굳어져 있다. 1980년대 ABC의 최고 히트 드라마다. 이 연속극의 남녀 주인공 루크와 로라를 '수퍼커플'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드라마 내용은 황당하다 못해 미국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어서 당시 방송심의위원회가 있었다면 제재조치를 받을 만 했다. 성폭행 피해자(로라)가 가해자(루크)와 사랑에 빠져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성범죄를 부추긴다는 비난에도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드라마 방영시간에는 수퍼마켓에서 여성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드라마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이후 현실에서도 수퍼커플이 속속 탄생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보려는 계산에서였다.
인터넷 시대의 제 1호 수퍼커플은 베니퍼(Bennifer). 벤 애플렉과 제니퍼 로페즈의 합성어다. 워낙 인지도가 높아 베니퍼는 신조어로 사전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사랑보다는 계산이 앞선 탓인지 얼마 안가 깨졌다. 서로의 커리어에 도움이 안된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톰캣(TomKat)이 수퍼커플의 대열에 합류한 건 불과 5년 전이다.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 커플을 일컫는다. 이 커플마저 파경을 맞아 그나마 온전하게 남아있는 부부는 '브란젤리나' 곧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다.
이 커플은 졸리의 유엔평화대사 이미지가 더해져 역대 최강의 조합으로 꼽힌다. 쌍둥이를 낳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아이들을 입양해 다섯자녀를 기르고 있지만 결혼식은 올리지 않은 채 동거 중이다. 언제 정식부부가 되느냐는 질문엔 얼버무려 따지고 보면 수상한 커플이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톰캣 부부의 이혼소송은 크루즈가 믿고 있는 사이언톨로지가 원인이 됐다고 한다. 저간의 사정이야 앞으로 드러나겠지만 둘은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지난달 영화 홍보차 한국을 찾았던 윌 스미스와 제이다 핀켓 부부도 수퍼커플에 속한다. 15년째 부부로 살고 있어 수퍼커플 치고는 돌연변이다. 언젠가 스미스는 이런 말을 했다. "인생에 관한 한 진실은 우리 모두 (처음엔) '홀로'라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사랑이란 혼자 살거나 죽게 내버려두지 않는 삶의 유일한 매개체다." 사랑을 전제하지 않은 '수퍼커플'의 행태에 일침을 가했다고 할까.
사실 수퍼커플은 그 자체가 픽션에서 출발한 것이다. 허상을 좇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이용해 돈을 더 벌어보겠다는 얄팍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나 진배없다. 진짜 수퍼커플은 그달 페이먼트 걱정을 하며 오손도손 살고 있는 우리네 보통 부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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