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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에러(Error)왕' 유지훤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대부분 좋은 기록들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두고두고 화제의 꽃이 되지만 나쁜 기록들은 당시에만 화제가 될뿐 사람들의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게 마련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수비 실책(Error)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과연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실책왕은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OB 베어스에서 유격수로 활약했던 유지훤 현 한화코치이다. 올해 들어 제일 많은 수비 실책을 기록한 선수는 LG 트윈스의 오지환 선수이다. 현재까지 경기당 0.27개의 실책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상태로 남은 경기를 모두 뛴다면 약 35개의 에러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1986년 OB 베어스에서 유격수로 뛰었던 유지훤 한화코치가 83년에 기록해 27년 간 깨어지지 않은 31개를 능가하는 한 시즌 최다 실책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유지훤은 이름과는 다르게 훤칠한 키가 아닌 아주 작달막한 선수였다. 선배 김우열, 박상렬과 함께 오비의 구레나룻 삼인방으로도 잘 알려진 선수기도 하다. 2루수 김광수와 콤비를 이루며 작은 체구를 가지고 OB 내야진을 책임졌던 선수였다. 그는 소년시절 박철순, 김용희, 김용철, 하기룡과 함께 같이 야구를 시작했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대광 고등학교 야구부가 생겨 서울로 짐을 싸 올라와 김재박의 직속 후배로 73년 황금사자기 8강까지 진출하면서 중앙무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상업은행을 거쳐 82년 OB 베어스가 창단될 때 프로에 입문하게 된다.

 데뷔 첫해 우승 멤버가 되는데 한국시리즈 마지막 게임에서 박철순 투수가 던진 마지막 타구를 처리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뒷문 단속을 말끔하게 해서 어릴 적 친구를 위해 한국시리즈 우승투수가 되는 영광의 선물을 안겨준 의리의 사나이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실책으로 다잡았던 한국시리즈 진출을 해태에게 상납했던 아픈 과거도 함께 지닌 사나이기도 하다. 1987년 해태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9회말 투아웃에서 결정적인 에러를 범하면서 어이없는 동점을 허용한다. 결국 베어스는 해태 킬러 최일언의 끝내기 폭투로 타이거즈에게 5차전에서 패하면서 한국 시리즈 진출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 때 순간을 김성한 선수의 말을 통해 들어보면 이렇다. “그날 앞선 4타석에서 안타를 뽑지 못했어요. 당시 최일언은 해태 킬러였는데 특히 인코스 볼이 위력적이었죠.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도 몸쪽으로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빗맞았어요. 치는 순간 죽었구나, 졌구나! 하는 생각밖에 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때, 유지훤이 타구 바운드를 맞추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치면서 공을 잡으면서 1루에 던졌는데 그 때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달리던 내가 아슬아슬하게 1루를 먼저 밟았던 거예요. 살아야겠다고 뛴 게 아니라 시즌을 마치는 마지막 타석이라 열심히 뛴 것이 우연히 살았던 거죠.”

 유지훤에게 1987년은 악몽의 한 해였다. 또 다른 최악의 대기록을 세우게 되는데 최다 연타석 무안타 기록을 세운 것이다. 무려 47 연타석 무안타를 기록한 것이 공식 기록으로 남아있다. 열두 게임 동안 한 개의 안타도 때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 기록 역시 깨어지지 않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록 중 하나이다. 그래서 그의 타순은 8번 아니면 9번 등 매번 하위타순에 배정되는 게 일상사였다. 하지만 뛰어난 수비는 아니었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수비를 하는 성실한 자세로 OB 유격수 계보의 시금석이 된 인물이었다. 실제 OB 베어스의 유격수는 공격보다는 수비가 더 강한 것이 지금까지 전통으로 내려온다.

 1989년 6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치고 OB에 남아 후배들에게 뼈아픈 실수를 하는 선수가 되지 않고 훌륭한 내야수가 되는 노하우를 지도하는 코치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비록 수치스러운 기록의 소유자지만 몸을 날려가면서 까지 투지를 보이며 그만이 가지고 있는 성실함이 유지훤을 장수하는 지도자로 살아 갈 수 있게 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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