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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알이 굵지 않은 마늘을 수확하며 "인생이란…"

엊그제 마늘을 캤다. 지난해 말 심은 지 6개월여 만이다. 여러 작물 가운데 올들어 본격적인 수확은 처음이어서인지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신기하게도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 마늘 수확량을 돈과 연결시켜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내 약점이기도 한 비즈니스 감각이 결여된 탓일 것이다.

마늘 밭은 면적이 3000스퀘어피트 남짓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시원한 아침과 저녁 시간에 2500스퀘어피트쯤에 심어져 있던 것들을 먼저 캤다. 경작자 입장에서 우선 관심은 수확량과 발아율이었다.

지난해 마늘을 심을 때 약 절반은 비닐을 씌웠었다. 나머지 절반은 완전한 노지 재배 즉 쇠스랑으로 일군 두둑 위에 곧바로 마늘씨를 심었다. 발아율은 누가 봐도 한눈에 차이가 날 만큼 컸다. 두둑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노지 재배한 마늘의 발아율은 비닐을 씌웠을 때에 비해 50~80% 수준이었다.

동네 아저씨나 아주머니들이 제각기 자신들의 밭에 심은 마늘들은 노지 재배나 비율을 씌웠을 때나 다 마찬가지로 거의 100% 싹을 틔웠다. 하지만 농사 초보로 기술에 달려서인지 내가 심은 마늘들은 발아율이 형편없었다.



속이 편치는 않았지만 일희일비 하지 않기로 했다. 세상사 따지고 보면 기실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많지 않다.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와 불가피하게 부딪혀야 하는 우여곡절이 크든 작든 따르기 마련이다. 밭에 작물을 심어 키우는 거나 사람들이 자식을 키우는 거다 이런 점에서는 똑같을 게다.

변명 같지만 최선을 다했으면 그 뿐 누구도 점치기 어렵고 또 점을 제대로 친들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해보기 어려운 날씨에 주로 의존해야 하는 농사의 성공과 실패에 지나치게 집착한들 정신 건강에 좋을 게 없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바른 지식을 얻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원인 분석을 좀 해보았다.

비닐을 씌우면 발아율이 좋다는 점은 겨울철을 나야 하는 마늘의 특성상 보온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건 아닐까. 헌데 재미있게도 노지 재배한 마늘들이 대체적으로 씨알이 굵었다. 다시 말해 보온 문제만 잘 해결한다면 가능한 노지 재배를 하는 쪽이 마늘이 실하게 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발아율이나 수확량과 관계 없이 따져본다면 농사에 비닐을 빈번하게 쓰는 것은 장려할만한 일은 아니다. 비닐 자체가 석유화학 제품인데다 폐비닐 처리는 아무리 현명하게 한다 해도 공해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농촌에 폐비닐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는 것이다.

누구네 밭을 가릴 것 없이 농촌 땅을 파보면 여기저기서 비닐 조각들이 나온다. 토양이 심각하게 훼손돼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폐비닐은 수십 년이 지나면 완전히 분해된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분해되는 비닐 성분이 작물들에 흡수될지도 모를 일이다.

올해 마늘은 예년에 비해 대체로 알이 굵지 않다는 게 지난해 마늘을 키워 본 어머니와 아버지의 의견이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는 심각한 가뭄으로 알이 제대로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수확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기로 했다. 자식들이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만 성공한 것은 아닐 터이다.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잎을 틔우고 씨앗을 키워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실 감사하고 고마워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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