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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늘 깨어 있는 물고기처럼

이원익/불사모 회장

한국의 오래 된 큰 절에는 대개 범종을 비롯하여 법고 목어 운판과 같은 불가의 사물이 있는데 타악기의 연주로서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물놀이는 바로 이 불가사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범종은 절에서 쓰는 큰 종으로 그 모양이나 음색이 한국 고유로 독특하다. 아침저녁으로 스물여덟 번이나 서른세 번을 치는데 이는 불교의 세계관인 28천과 33천을 가리킨다. 이 여러 층의 세계에 갇혀 있는 모든 고통 받는 중생들을 맑게 깨우거나 다시 편안하게 잠재우기 위해 치는 것이다.

법고는 가죽으로 덮씌운 큰 북으로 가죽 가진 모든 중생들의 고통을 달램이다. 가죽이 헐벗고 닳고 찢어지는 아픔 칼로 벗겨지고 저며지는 아픔….

목어는 나무로 큰 물고기처럼 만들어 매단 것인데 때로 용의 머리를 하고 있다. 배에 난 긴 홈에 짧은 막대기 두개를 쑤셔 넣어 따닥따닥 벽에 부딪어 가며 치는데 물에서 사는 모든 목숨들의 희생을 위로하는 것이다. 그 동안 내가 구워 먹고 삶아 먹고 볶아 먹고 회쳐 먹은 물엣것들이 얼마인가! 남은 평생 두 팔을 들고 홈을 쳐다보며 쉬지 않고 목어를 치더라도 모자랄 판이다.



이만하면 얇은 쇠판에 구름과 새들의 그림이 들어있는 운판을 왜 따당따당 치는지 짐작이 가리라. 날아다니는 중생의 아픔을 달램이다. 철모르던 어린 시절 초가집의 추녀를 들추어 잡아낸 참새 새끼에서부터 그저 앞서간 나라의 색다른 맛이라고 좋아라며 알뜰히도 발라 먹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에 이르기까지 내가 건드린 날짐승이 과연 몇 마리인가!

그리 치면 세상에 먹을 것도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으니 그냥 쫄쫄 굶고 앉아 있으란 말인가! 그건 아니다. 살아가기에 피치 못할 사정이라면 어쩔 수가 없지만 죄가 되고 폐가 되더라도 알고 지음이 모르고 저지르는 것보다는 백 번 낫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모르고 지은 죄가 더 크다 하시지 않나. 뉘우침과 빚갚음과 죄씻기의 기회가 아예 없거나 훨씬 늦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옛날 중국에서는 목어를 바닥에 뉘어 놓고 막대기로 딱딱 두드리며 염불을 할 때 속도를 조절하고 장단을 맞추기도 한 모양이다. 음악가들이 쓰는 절집의 박절기(메트로놈)이자 딱딱이(캐스터네츠)다. 왜 하필 목어일까? 물고기는 스물 네 시간 눈을 안 감으니 잠을 안 잔다는 믿음에서다. 요즘 연구로는 물고기에도 잠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단조로움 속에서 졸음에 겨웠던 스님들은 맑고 크게 뜬 나무고기의 둥근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마음을 모으곤 모으곤 하였다.

그런데 이 나무고기는 옮겨 가며 쓰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웠다. 자연히 다루기 편하게 차차 작아지고 둥글어지면서 마침내 손에 들고 칠 수 있도록 눈은 고리 모양의 손잡이가 되고 꼬리는 홈통의 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는 갈라진 틈이 되었다. 목탁의 탄생이다. 왜 북방불교에서만 목탁을 쓰는지의 답이다.

그러니 목탁을 치는 이나 듣는 이는 어찌해야 할까? 마땅히 늘 깨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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