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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스스로 호랑이가 된 사자' 서정환

사자와 호랑이 사이에서 난 새끼를 라이거라고 부른다. 호랑이와 사자의 피가 반반씩 섞이긴 했어도 그 용맹성은 어디로 가겠는가?

 이와 비슷한 상황이 83년 쓸만한 유격수가 절실히 필요했던 해태 타이거즈가 현금을 주고 삼성 라이온스 소속이었던 서정환을 트레이드하며 벌어졌다. 당시 삼성 라이온스에 유격수로 창단 멤버가 된 서정환은 천보성, 오대석, 장태수 같은 쟁쟁한 유격수가 즐비한 삼성에서는 주전으로 출전하기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북고 은사이면서 당시 삼성 라이온스 감독이었던 서영무 감독을 찾아가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를 해줄 것을 간절히 요청했다.

 물론 서정환도 국가대표 출신이지만 이들보다는 공격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제자의 장래를 생각한 서영무 감독은 그를 해태로 트레이드를 시켜줬다. 겨우 1600만원에 해태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됐다. 프로야구사상 첫 트레이드였다. 서정환은 자신을 해태로 보내준 고 서영무 감독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실제로 삼성과 경기할 때마다 서 감독을 찾아가 인사를 하며 예를 갖췄다. 사자가 호랑이 굴을 찾아가 스스로 호랑이가 된 것이다. 그때부터 ‘정환의 저주’가 시작됐다. 서정환을 싼값에 트레이드한 삼성 라이온즈는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고, 해태타이거즈는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서정환은 유격수로서 빼어난 수비와 필요로 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알찬 공격력을 발휘해 다섯 차례나 해태 우승에 톡톡히 기여를 하면서 해태 맨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같이 서정환은 견실한 수비와 빠른 발을 이용한 플레이로 1980년대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1986년에는 43번이나 2루를 훔치면서 도루왕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선수 대부분이 군산상고-광주일고 동문으로 구단 분위기가 이루어져서 지역 색이 상당히 강했던 팀인 해태에서 대구출신으로 선수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봐서는 친화력이나 적응력이 매우 뛰어났던 선수였다. 양준혁, 손혁, 최원호 등은 해태에 트레이드되자 이를 거부하다가 어쩔 수 없이 갈 정도로 타지역 출신이 적응하기 어려운 팀으로 알려져 있는 팀이 바로 해태이기 때문이다.

 서정환은 해태 유니폼으로 새롭게 갈아입고 ‘꽃미남’ 2루수로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차영화와 함께 멋진 키스톤 콤비를 이뤘고, 87년 백인호가 입단하자 유격수 자리에서 밀려나 주로 2루수 차영화의 백업 선수로 출전하게 된다.

 그는 굉장히 마른 체형으로 김응룡 감독 이하 당대의 해태 선수 치고는 왜소한 체격으로 전 경기를 소화할만한 체력이 되지 못해 힘들게 선수생활을 해야 했다.

그런 그가 1988년에 딱 한번 3할을 치게 되는데 이 때 홈런 개수가 하나도 없는 무홈런 3할 타자가 된다. 장타 보다는 단타 위주의 타격으로 이루어낸 성적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를 잘 파악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핸디캡을 하나씩 풀어나간 몇 안 되는 선수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러한 그의 성실함이 인정을 받아 고향 팀 삼성 라이온스 감독을 역임하고 얼마 후 제2의 고향 팀인 기아 타이거즈 감독의 자리에 올라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성적부진으로 인해 감독생활은 오래 하지 못했다. 지금은 야구해설자로 팬들과 같이하면서 한편으로 야구 꿈나무를 찾아 육성하기 위해 폐교 위기에 처한 경기도 여주에 있는 송삼초등학교 리틀야구단 총감독을 맡아 자신이 아는 야구기술과 함께 삶의 철학을 모두 전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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