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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 기자의 귀연일기] 원두막 짓고, 복숭아·살구·수박이 열매를 키우는 모습에…

시골 생활이 어찌하다 보니 토목 속된 말로 삽질로 날이 새고 지는 꼴이 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만 8개월 가까이 이 곳 이스트 밸리에서 막노동 빼고는 별로 한 게 없는 형국이다. 요즘 들어서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떨어져 나가는듯한 통증을 참으면서 일을 하는데 다행인지 막노동 생활의 반환점은 이제 지난 것 같다. 마침내 엊그제 원두막을 완성한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할 일로는 부엌 개조와 온실 만들기만 남았다. 부엌 개조는 뼈와 살을 으깨듯 힘을 써야 하는 단순 막노동은 아니어서 앞으로 남은 막노동 일이라면 그나마 온실 설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온실은 이번 여름을 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만들 작정이다.

원두막 만들기는 막노동의 강도도 센 편이었지만 기술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일 머리를 요구했다. 게다가 아버지와 견해 차이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50% 가량 더 해야 했다. 시간 노력 돈 모두가 그 만큼 더 든 셈이다. 지붕을 얹기 전에 대들보 등 골격을 어떤 형식으로 할지에 대해 생각이 서로 달랐는데 아버지 의견대로 했다가 아버지조차 마음에 들지 않아 지붕 골격의 상당 부분을 해체 하고 처음 내가 제시한 방식으로 다시 시공했다.

임기 응변과 순발력이 있는 아버지의 스타일과 무지하고 무식한 편이지만 정석을 중시하는 내 취향이 불협화음을 빚은 셈인데 최소한 이번만은 내 방식이 옳았다. 하루 평균 8~10시간씩 해를 이어가며 이번처럼 오랜 시간 막노동을 해 온 것은 난생처음인데 힘들고 멀리 돌아가는 것같이 느껴지더라도 정석 혹은 정통이라고 생각되는 방식이 최고라는 게 이번 막노동 경험에서 내가 얻은 결론이다.

평균적인 원두막 공사를 남에게 부탁하면 재료비를 포함해 500만~700만원쯤 든다고 한다. 내가 만든 원두막은 산에 쓰러져 있는 소나무 등을 주워다가 만든 것이므로 그만한 가치는 못될 것 같다.

하지만 항암 치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요양하고 있는 어머니가 원두막에 흡족해 하는 모습만으로도 내겐 원두막 완성이 더 없이 뿌듯하다.

내친 김에 오는 가을 온실을 만들기 전후에 아주 조그마한 집을 하나 짓고 싶은 생각도 있다. 원두막 공사 경험이 집 짓기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는데 거덜난 양손목과 손가락 마디마디들 그리고 예산 문제가 실행에 큰 걸림돌이 될 듯 하다. 이른바 황토 집을 하나 지어보고 싶은데 집을 짓게 된다면 어머니 아이 엄마 여동생 딸 등 특히 온돌을 좋아하는 집안 여자들이 반길 것 같다.

최근 햇살이 한결 강한 날들이 지속되면서 복숭아 살구 수박 등이 하루가 다르게 열매를 키우고 있다. 보름도 안 남은 하지 즈음에는 감자를 처음 수확할 것이다. 막노동의 시간이 줄어든 대신 장마부터 뙤약볕이 내리쬐는 8월까지 한 여름은 밭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아무래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높은 기온은 그런대로 참아낼 수 있지만 습한 날씨에는 사족을 못쓰는데 한바탕을 홍역을 치러야 할 것 같다. 엊그제 원두막을 대충 완성하고 나서는 지난해 10월 막노동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몸살 기운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렇잖아도 평소에 알래스카를 입에 달고 사는데 정말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알래스카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아이 엄마는 할 만큼 했다며 원한다면 소원대로 알래스카에서 몇 년 살다 돌아오라 하지만 노부모들을 두고 떠나는 건 불가능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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