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개막전 무 삼진 노히트노런' 주인공 장호연 ②

장호연의 투구 폼을 보면 항상 찡그린 얼굴이다. 혼신의 힘으로 던지는 것 같이 보이는 볼 스피드는 프로야구 투수 중 최하위권이다.

장호연은 유명한 야구해설가들조차 그가 던지는 구질조차 파악할 수 없고 이름도 붙일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야구만화에나 나올 법한 기괴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었고 마치 타자에게 배팅 볼이라도 던져주는 듯한 느낌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어떨 때는 시속 100킬로미터 속도로, 어떨 때는 130킬로미터 구속으로 공을 던져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피칭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그는 다른 투수들에 비해 손가락이 짧았던 탓에 제대로 된 변화구를 구사하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변칙 구종을 연구하고 실전에서 변화구를 만들어 던지기도 했다. 장호연 표 변화구인 셈이다.

 그렇게 온갖 공을 던지며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이기면 특유의 야릇한 미소를 보이며 타자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 피칭으로 유명했다.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어보였는데, 그 웃는 표정과 중국사람 이름 같은 이름이 주는 뉘앙스 때문에 ‘짱꼴라’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뿐 아니라 매년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도 구단과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동계훈련에 불참하는 일도 빈번했다. 선수들에게 있어서 동계훈련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다음 시즌을 위한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게 동계훈련이다. 그러나 동계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그는 스키를 타러 스위스로 날아가곤 했다. 나름대로 하체강화와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자신만의 훈련 방법이었다. 물론 다른 선수들은 부상을 염려해 금기시 됐던 운동 중 하나였지만 그는 과감하게 그 방법을 택했다.

 장호연은 프로야구 초창기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들을 그는 곧 잘 벌였다. 한 번은 오프 시즌 중 벤츠를 타고 동료 및 감독과 코치 앞에 나타났다. 구단에서 난리가 났다.

그때만 하더라도 재벌그룹 총수들이나 타고 다닐 법한 외제차를 그것도 최고급 승용차라고하는 벤츠를 끌고 구장에 나타났으니 온통 난리가 났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장호연은 당당하게 “프로선수는 몸이 재산인데, 내 몸을 내가 보호하지도 못하는 게 말이 되냐”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지금이야 선수들이 외제차를 타는 것이 별일이 아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대단한 돌출 행동이었다.

 이렇게 장호연은 자신만의 세계를 확실히 갖고 있는 선수였다. 나쁘게 보면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선수이고 좋게 말하면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선수였다는 엇갈린 평을 받는 선수였다.

 물론 사람마다 그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나름대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교시절부터 학교를 대구상고에서 충암고로 옮겨 가면서까지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배짱과 결단력을 보인 선수였다.

 학교를 옮긴 이유는 이렇다. 당시 대구상고에는 2년 선배로 김시진이 버티고 있었고, 1년 위엔 박영진이 있었다. 양일환이 동기생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구상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해 스스로 학교 측에 전학을 요청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박철순, 계형철, 윤석환, 최일언, 김진욱 등 기라성 같은 선후배들이 진을 치고 피가 마르는 듯한 경쟁을 펼치는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변의 비난을 감수했다. 소신껏 마운드를 지키면서 평생에 한번 이룰까 말까한 노히트노런까지 이루며 13년 동안 OB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통산 109승을 올린 그는 95년 OB 베어스 우승에 기여하면서 영원한 OB맨으로 팬들의 곁을 떠났다. 후배들에게 자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교훈으로 남기면서 말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