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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BaLa…소박·담백·푸근한 '대만 맛에 빠지다'

양배추와 찰떡궁합 소시지 볶음밥
'대만의 떡볶이' 계란부침 굴전
8가지 재료 들어간 대만식 팥빙수

가끔 분식이 당기는 날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분식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아니라 가벼운 한끼 식사를 뜻한다. 착한 가격에 은근히 분위기도 있다. 사람 많은 시장 안 한 모퉁이에서 자작하게 말아먹는 잔치 국수 한 젓가락 이쑤시개로 콕콕 찍어먹던 밀가루 떡볶이 대충 김 가루에 두루뭉술 뭉쳐놓은 못난이 주먹밥…. 음식 하나에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있어 괜히 뿌듯해진다.

날도 서늘했던 지난 주말 아케디아의 신바라(SinBaLa)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맛있는 대만 분식'이란 정평답게 좁은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웬만해선 기다리지 않지만 기꺼이 30분 이상 제자리 걸음 하는 손님들을 보면서 끈기있게 참았다. 겉모습만 봐선 색다를 것 하나 없는 동네 분식점이다.

대만음식이 중국 음식과 어떻게 다르다는 건지 재차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 웨이터의 도움을 받아 대만식 소시지 볶음밥 가장 인기라는 굴전 닭튀김 닭고기 만두 팥빙수를 시켰다. 메뉴도 평범한 듯 하다.

손님이 많다는 건 자리 회전이 빠르다는 것.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음식은 빨리 나왔다. 가장 처음 나온 것은 소시지 볶음밥(香腸飯.향장반)인데 전혀 '볶이지' 않았다. 하얀 쌀밥을 주위로 아삭하게 삶은 양배추 에그 스크램블 버터 옥수수 소시지가 가지런히 놓여있을 뿐이다. 섞이지 않은 것을 보면 무조건 비벼야 한다고 느끼는 '비빔밥 DNA' 때문일까. 숟가락을 들고 섞어보려는데 옆에서 저지의 손길이 다가온다.

옆 테이블도 앞 테이블도 조금씩 밥과 재료를 떠서 각각의 맛을 느끼고 있다. 작은 밥그릇에 조금씩 덜어 한 입. 맛있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전체적으로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다. 소시지는 마치 꿀을 바른 것처럼 달콤하고 삶은 양배추는 혹시라도 느껴질 수 있는 무거운 맛을 덜어주고 있다. 여러 번 구워 딱딱한 소시지는 스팸보단 비엔나 소시지를 닮았다. 짭짤한 맛 보단 설탕물에 재운 듯 단맛이 난다. 간장이나 케첩이 없어도 촉촉하게 맛있다.

대만이 자랑하는 굴전(가자전) 등장. 아무리 봐도 계란부침에 탕수육 소스 끼얹은 모양이다. 현지에선 '떡볶이'만큼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데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멀쩡한 부침개에 질척이는 소스가 부담스럽다. 맛과 모양새가 반비례하는 경험은 이미 여러 번. 크게 찢어 한입 베어 무니 부드러운 맛이다. 시큼할 것처럼 보이던 토마토 빛 소스는 달콤한 굴 소스였고 얇게 부친 계란은 가벼웠다. 계란 옷 입은 굴은 따뜻한 바다 향을 머금고 있어 좋았다. 다만 굴의 개수가 매우 적었다는 게 흠.

닭튀김은 모 패스트푸드 업체의 스테디셀러 '팝콘치킨'과 비슷하다. 손가락 두마디 정도의 크기에 바삭바삭 소리가 날만큼 잘 튀겨졌다. 빵가루가 아닌 허브 가루를 묻혔는데 그 향이 아직도 미스터리다. 실란트로에 매운 고추 향을 더한듯하다. 맛은 쌉쌀하면서 알싸하고 짭짤하면서도 고소하다. 갈색 빛이 나도록 바짝 튀겼지만 속살은 육즙이 흐른다. 맛있지만 알쏭달쏭하다.

같은 닭고기지만 얇은 만두피에 싸인 닭고기 만두(鷄捲)는 큰 에그롤과 비슷했다. 에그롤처럼 바삭바삭하진 않고 뽀얗다. 만두피는 두부껍질(?)로 만들었는데 식감이 질기고 텁텁하다. 버섯.당근.고기를 뭉쳐 넣은 소는 딱 고기 완자 맛. 특별한 향이 나는 것도 아니고 맛이 특이하지도 않다. 보자마자 무슨 맛일지 예상되는 맛이다.

입가심을 위해 시킨 대만식 팥빙수(팔보빙). 8가지 재료가 들어간다는 말에 기대했는데 겉보기엔 얼음 위에 연유만 부어져있다. 보물은 항상 숨겨져 있는 법. 얼음산 아래 고이고이 묻혀있다.

먼저 갈색 얼음을 한 숟가락 크게 떠넣자 반가운 맛이 몰려온다. 추억의 뽑기. 흑설탕과 연유 맛이 진하다. 주재료인 팥보단 녹두.젤리.보바.떡 등이 더 많다. 다들 담백하고 달지 않아 흑설탕 얼음의 맛과 조화를 이뤘다.

한가지 놀라운 건 재료 중 하나인 까만색 선초젤리(仙草)는 한약 맛이 났다. 처음부터 쓴맛이 올라오는 건 아니지만 한약재를 달이면 나는 향과 맛이 끝에 묻어난다. 그 텁텁한 맛도 얼음과 함께 곁들이면 자연스럽게 잦아든다.

분식이라는 말과 달리 과식을 하게 됐지만 먹는 내내 부드럽고 포근한 맛이 입안에 가득했다. 대체로 자극적인 맛과 거리가 멀었다. 착한 가격과 훈훈한 맛이 30분 기다린 사실을 잊게 한다. 골라 먹는 재미 신나게 떠들어도 신경 쓰지 않을 듯한 분위기가 가벼운 한끼를 든든하게 채웠다.

▶주소: 651 W Duarte Rd.Ste # F Arcadia CA 91007 (626) 446-0886

구혜영 기자 hyku@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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