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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후 울분장애(PTED)] '난 잘못없다' 밑도끝도 없는 '화풀이'

이혼.해고 원인 상대방 잘못으로 확신
억울함·분노·무기력감으로 극단적 행동
평소 경직된 사고 가진 사람들에게 많아

한국에서 배우 박상민이 2년 가까운 이혼소송 과정에서 '외상후 울분장애'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그 병이 어떠한 병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씨는 "화를 못 참는 것이 외상후 울분장애 때문이란 진단을 받았고 담당의사는 나의 상태가 살인 아니면 자살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하여 약을 복용해 왔다"고 밝혔다. LA폭동과 관련해 최근 LA타임스와 인터뷰를 가진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 "담당 기자에게 한인 폭동 피해자의 70% 정도가 화병에 걸렸다고 했더니 놀라더라"며 "한인 중에도 정도 차이이지 박씨와 같은 외상후 울분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어떤 병인지 알아 보았다.

# 의학적으로 등록안된 정신과 질환= 외상후 울분장애를 PTED(Post-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라 부른다. "정신과 의사들이 전쟁이나 천재지변 또는 강도처럼 어떤 큰 충격을 받았을 때 그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환자를 치료하면서 증세가 이와는 또 다른 환자가 있음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 말하는 외상후 울분장애 증세"라는 것이다.

PTSD 와 차이점은 생명의 위협을 받고 공포심과 우울증으로 인해 화가 나는 것은 같다. 그러나 화를 내는 이유가 전연 다르다.

PTSD는 전쟁 혹은 천재지변 처럼 화를 내는 대상이 막연한 상태지만 PTED(외상후 울분장애)는 인간적 관습적 법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좀 더 화를 내는 대상이 구체화되어 있다. 그래서 되갚아 주고 싶어한다. 즉 여기에 속하는 환자들은 원수를 갚으려 한다. "박상민의 경우 이혼의 원인 제공은 아내가 가정을 잘 돌보지 않은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법정은 배우자에게 폭행했다고 벌금을 내라고 했기때문에 억울하고 울분을 참지 못했던 것"이라며 "해고시킨 간부를 찾아가 총으로 쏘고 자신도 자살하는 경우가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 치료 받을 필요성을 못느낀다= 내가 바뀔 필요성을 못느끼고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의사를 찾아오기 힘들다"며 치료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박씨는 법적 소송 과정에서 변호사가 가라고 했기에 갔지 자의로 찾아가기는 힘들다"며 특징을 말했다.

# 복수하고 싶어한다= '내 잘못이 없다' '왜 나만 이같은 부당함을 겪어야 하나' 등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되갚아 주려고 시도한다. "그래서 박씨도 계속 항소하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복수가 잘 되지 않을 때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파괴로 이어지기 쉽다"며 이혼하자는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다거나 해고된 직장을 찾아가 총을 난사하고 자살하는 것이 그 예임을 지적했다.

# 평소에 아무때나 울분이 터진다= 외상후 울분장애 환자의 기본 정서에 깔린 것은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자신도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데서 오는 막연한 '무기력감'이다. 그래서 평소 사소한 것이 점화점이 되어 불쑥불쑥 예기치 않은 상태에서 엉뚱한 대상에게 그 울분을 터뜨리는 것이다. 사회적 빈부격차가 클수록 이같은 환자도 많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구 동독 사람 중에 이같은 증세가 많았다. 똑같은 독일사람인데 서독의 경제와 문화등의 차이로 오는 좌절감 내지는 상대적 비교감 등이 외상으로 작용하여 울화가 쌓인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많이 찾을 수 있음"아울러 지적했다.

# 자가진단과 치료= 이혼 파산 해고 강도 친한 사람으로 부터 금전적 배신 등과 같은 외상이 있은 후 사소한 일에 화가 나면 통제가 힘들다. 사고와 판단이 잘 되지 않는다. 불면과 식욕부진 불안 짜증 등이 통제불가능하면 의사를 찾는 것이 안전하다.

평소 경직된 사고와 융통성이 없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 증세가 더 잘 생긴다. 억울하다는 말을 평소 많이 하는 사람도 여기에 해당된다. "치료는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약과 상담이 병행되야 한다"며 "지금 정신과에서 증세를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1~2년 후에는 정식으로 정신질환 범주에 넣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잘못할 수 있다'고 인정해야
전문가 조언


▶세상사 모든 것이 공정할 수 없다. 나라의 법을 비롯해 무엇하나 항상 공명정대할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 들인다.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인식시키는 연습을 평소에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된다.

▶'나도 잘못한 것이 있다' 내지는 '나도 얼마든지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살아가도록 한다. 완벽주의적인 성격 소유자일수록 이같은 연습이 필요하다. 또 실제로 완벽주의자들도 수없이 실수하고 또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 인정' 이라고 스스로에게 자주 말해 줄수록 우리의 정신은 '웃는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그 일로 보람을 찾는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고 과거에 집착하고 있으면 자기만 손해다. 과거는 지나갔다. 주워 받을 수 없는 엎질러진 물이다. 다시 새 물을 담을 궁리가 중요하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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