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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 라인] 음악은 공부의 방해물인가

이나미 / 정신과 전문의

좋은 노래를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란 표현을 흔히 쓴다. 좋은 음악은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이 과정에서 말초 신경의 피부가 수축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멜로디는 측두엽을 가사는 전두엽을 박자는 두정엽과 소뇌를 주로 자극한다. 불쾌한 소음은 통증을 인지하는 부위인 색대를 자극한다. 갓난아기들도 불쾌한 소음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음악을 구별할 수 있다.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자장가를 들으면 편안하게 잠드는 이유다. 음악을 가르치면 주의력과 추상적 사고가 증진되며 수학과 음악 교육은 상호 보충적으로 작용한다. 음악이 뉴런의 형성과 적응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이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아이들을 걱정하지만 집중이 어려운 경우엔 음악이 책상과 친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음악은 다양한 자극 중에서 어떤 부분을 걸러내 꼭 필요한 곳에 집중시키는 뇌의 기능을 도와주기에 창조성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에게만 음악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말기 치매 환자들의 경우 언어를 잊어버려도 음악에는 반응하고 노래도 할 수 있다. 전두엽이 소실되어도 변연계와 해마 부위가 끝까지 살아 음악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100세 노인 제인 라이먼은 아직도 피아노 레슨을 한다. 64세에 자격증을 따 시작한 일로 할머니의 얼굴은 따뜻함과 생기가 넘친다. 갈등이 있을 때 말이 아닌 노래로 한다면 대부분의 싸움은 부드럽게 해결될 것도 같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흥겨운 음악이 다른 사람에게는 소음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음치만 음악이 괴로운 것이 아니다. 어릴 때 익숙하게 듣던 음악은 무의식에 깊이 자리 잡아 나이가 들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키지만 특정 음악과 관련돼 나쁜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음악은 고문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삼청교육대에서 체조를 시키며 틀어 준 음악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탈리아 아리아를 강요하는 것도 오만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분석심리학자 융은 바그너의 오페라에 대해 깊이 있는 언급을 하기도 한 반면 프로이트는 음악 자체를 싫어해 가족들이 집에서 일절 음악소리를 내지 못했다 한다. 융이 비합리성을 중요시한 데 반해 프로이트가 리비도 이론에 의한 과학주의에 경도된 것과도 관계가 있을 것 같다.

하루 종일 골치 아픈 언어와 씨름하기 때문인지 저녁에는 '말' 그 자체가 싫어 음악만 듣고 싶을 때가 많다. 20대 때는 화가 나면 헤비메탈이나 록도 들었는데 요즘엔 K팝 스타들이 춤추는 것만 봐도 '열렸던 뚜껑'이 슬며시 닫힌다. 귀가 좀 순해진 모양이다. 생활이 건조하고 정서가 메마른 듯싶을 때는 보사노바 재즈나 탱고의 관능을 듣는다. 그럼 버석거리던 몸에 물기가 돌고 마음도 촉촉해진다. 지저분한 감정에 휘둘려 정리되지 않을 때는 모차르트나 헨델을 들어 머리를 푸른 하늘과 가깝게 두려 한다. 서양 것에만 몰두해 내 뿌리를 잃어버릴 것 같을 때는 판소리나 경기 민요에 잠긴다.

그러나 그중 제일가는 음악은 침묵으로 듣는 자연의 소리다. 드보르자크의 '숲의 소리'가 아무리 감미로워도 온갖 나무와 꽃과 새가 만드는 숲의 교향악만큼 황홀하겠는가. 싸구려 음악과 악다구니하는 소음으로 가득한 도시에서는 꿈꾸지 못하는 도원경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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