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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의 추억의 "프로야구"] '개막전 무 삼진 노히트노런' 주인공 장호연 ①

지혜로 유명한 왕 솔로몬이 남긴 교훈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빠른 경주자라고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는 것이 아니고 힘 있는 자라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와 우연이 맞아 떨어져야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야구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이 이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나 싶다. 투수가 1점도 내주지 않고 완봉승을 해도 대단한 경기를 치른 것인데 하물며 28번이나 타자와 맞서서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는 점이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그래서 선수들의 타격과 투구 내용은 물론 야수들의 수비 내용까지 세밀하게 기록으로 남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타자들의 타율에 대한 기록이다. 세 번 나와서 1개의 안타만 쳐도 3할 타자라고 타격이 좋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수들도 네 번 나와 1개의 안타를 친다. 이 정도만 쳐도 쫓겨나지 않고 수비만 잘하면 주전 자리는 버텨나갈 수 있는데 네 번씩이나 타석에 들어서서 하나의 안타도 못 뽑아내고 무릎을 꿇었다는 것은 선수 모두에게 엄청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상대 투수가 엄청난 위력으로 타자들을 제압했다면 핑계거리라도 삼아볼 텐데 전혀 그렇지 못한 투수에게 당하는 날에는 보통 창피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일이 1988년 시즌 개막전에서 나오는 희귀한 일이 벌어졌다. 그 장본인이 장호연이다.



 그대 4월2일은 OB 베어스가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개막전을 치르며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OB의 선발 투수는 지금 LG 트윈스 감독을 맡고 있는 김진욱 감독으로 내정돼 었었다. 그러나 경기 당일 연습 때 김광림의 타구에 급소를 맞고 응급실로 실려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민 끝에 김성근 감독은 김진욱을 대신할 선발투수로 낙점한 것은 장호연이었다. 치밀하기로 소문난 김성근 감독의 투수 선발에 모두가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전년 연봉 싸움으로 동계훈련에 늦게 합류해서 제대로 몸도 만들지 못한 장호연을 개막전 투수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투수 본인에게는 개막전 투수가 돼서 승리 투수가 되면 굉장한 영광이지만 패전 투수가 되면 체면이 말이 아닌 게 개막전 투수의 명암이다. 개막전이라고 하지만 그 한 경기 때문에 시즌 첫 주의 선발 로테이션을 한꺼번에 허물 수 없었던 김성근 감독은 개막전 승리를 포기하고 마지막 패로 장호연을 마운드에 세웠던 것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의외였다.

 시속 120킬로미터를 전후로 해서 던지는 장호연의 공에 공포의 롯데 타선이 픽픽 나가 떨어져 삼진 하나 없이 ‘개막전 노히트노런’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장호연에게 갖다바치면서 어이없이 무릎을 꿇는 치욕을 당하고 말았다. 그것도 단 99개의 공으로 말이다.

 만약 OB 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졌던 김진욱이 선발로 나갔다면 이 기록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비록 빠른 공은 아니었지만 변화구와 배짱으로 당시 김용희, 김용철 등 공포의 타선으로 중무장한 롯데 타선을 상대로 따낸 값진 승리였다. 이 경기 이후로 그는 ‘개막전 사나이’로 불리며 8차례나 개막전 투수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이래서 사람의 일이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뿐더러 솔로몬의 말처럼 재주 많고 힘만 있다고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장호연이 기록한 노히트노런 경기를 추억해 보면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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